35년 차 뼛속까지 광고인이자 시인의 책읽기

[한국독서교육신문 정성현 세종국어문화원 인문학연구소장]

박찬호 시인은 대학 때 문학을 전공하고 졸업 후 대기업 광고 회사에 들어가 PR 부문과 SP(Sales Promotion)마케팅 부문에서 근무했다. 이후 개인 광고기획사를 차려 24년 째 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35년 차 현역 광고인이다. 2020월간 시29회 추천 시인상과 계간 미래시학시 부문 신인문학상 당선으로 등단한 시인이기도 하다. 늦깎이 시인으로 등단했지만 그간 마음속에 품고 있었던 시에 대한 열정으로 2021년 시집 꼭 온다고 했던 그날’, 2022지금이 바로 문득 당신이 그리운 때를 발간했다. 35년 차 뼛속까지 광고인이며 시인인 그를 만나보았다.

Q 광고업계에서 나름 글쓰기를 업으로 삼으시면서 한편 순수문학 인 시를 본격적으로 쓰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A 대학 때 문학을 전공했고 특히 시 쓰기를 좋아했어요. 그러나 사회에 나와서 소위 먹고 살기 바빠서본격적으로 시를 쓰지는 못했습니다.

일을 하며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인지 2019년 제게 비강암 중 아주 희귀한 암인 기형암육종이 발병했었습니다. 우리나라에 몇 사례가 없다는, 그래서 치료방법도 제대로 나와 있지 않고 예후도 좋지 않다는 그런 병이었습니다. 수십 차례의 항암치료와 두 차례의 수술, 그리고 60여 일 간의 방사선 치료, 암과 관련되어 할수 있는 치료는 모두 다 받았었습니다.

암 투병 생활을 하면서 한가지 든 생각이 이제 곧 죽을지도 모르는데 세상에 뭔가는 남기고 가야지, 그간 바쁘다고 또는 돈이 안된다고 미뤄 왔던 일들 하지만 꼭 하고 싶었던 일들을 하고 가야지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게 바로 시 쓰기였습니다. 죽음을 앞두고 절박한 심정에서 마지막 투혼이라 믿으며 썼습니다. 그 결과 자기 소개에 말씀드린대로 문학지 두 곳에 동시 당선되어 시를 본격적으로 쓰게 되었습니다.

세상은 참 아이러니한 게 만일 그 당시 암이 발병되지 않았고 사경을 헤매지 않았다면 제가 그렇게 절박한 심정으로 시를 썼을까 하는 의문은 지금도 남습니다. 이후 언제 일지 모르는 그날이 오기 전까지 유언을 남기는 심정으로, 회고의 마음과 절체절명의 심경을 담아 시집들을 엮었습니다.

박찬호(지음)/천년의시작/2023
박찬호(지음)/천년의시작/2023

Q 나름 파란만장한 삶을 사시면서 본인의 인생에 가장 영향을 준 책이 있다면 어떤 책인가요?

A 1984, 당시 대학교 2학년 때 드레퓌스 사건과 지식인들(한길사)’ 책을 읽고, 너무나 흥미로워 꼬박 밤을 세워 한 번에 다 읽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19세기 말 프랑스에서 드레퓌스란 한 초급 장교의 간첩 협의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정치 사회적 대결과 이후 벌어지는 사상적 담론 투쟁까지 어찌보면 그리 크게 확대 될 일도 아닌, 그냥 군 내 처리로 묻힐 수 있는 일들이 어떤 과정과 사회적 이슈 투쟁을 통해 그리도 거대한 사회적 담론으로 커져갔는지를 보여주는, 당시 갓 스무살 남짓한 저에게는 무척 충격적인 이야기였습니다.

  '사소하다고 보여지는 일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라는 것'

   '메이저의 논리가 항상 참이라 볼 수는 없다는 것'

   '진실은 어두운 곳에, 진리는 단순한 곳에 있다는 것'

   '작은 것도 놓치지 않고 끝없이 진실를 찾아가는 것들이 바로 참 선진 문화라는 것'

 

이 책은 당시 우리나라의 사회상과 맞물려 삶의 가치관도 혼란스럽고 그 삶을 이어가는 과정도 순탄치 않았을 때 저에게 마치 "방향은 저기다. 저기로 가야 한다."라고 외치는 듯 했습니다. 그 이후로 물론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고 지금도 그렇습니다만, 그때마다 항상 '이 길이 맞는가', '나는 참을 지향하는가'를 생각하게 하는 마치 인생의 나침판과 같은 역할을 하는 책이기도 합니다. 

Q 살아가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은?

A 누구나 다 PC 모니터 앞, 옆으로 노란색 포스트 잇에 중요한 메모나 잊으면 안되는 내용들을 적어 놓은 것이 몇 개 쯤은 붙어 있을 것입니다.

눈길이 자주 가는 곳에 붙여 놓고 수시로 보고 잊지 않고 확인 하기 위함이죠제게도 그런 것이 여러 개 있는데 그 중 하나가 ‘851,472,000초가 남았다는 빛 바랜 메모 입니다. 이것은 지난 20171226일 오후 340분부터 제가 80살 때까지 남은 시간입니다. 이 시간은 지금도 흐르고 있고 항상 잊지 않고 있습니다. 이 메모를 보면서 주어진 시간에 최선을 다하며, 남은 시간의 길이보다 그동안 무엇을 성취했는지, 무엇을 성취할지를 자신에게 묻습니다. 즉 의미있는 시간을 보내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박찬호 시인
박찬호 시인

Q 나만의 시쓰기 방법이 있다면?

A 보통 얼굴을 화사하고 예쁘게 하기 위해서 화장을 하는 것처럼 내가 쓰고자 하는 내용이 적절하게 전달되었는지, 의미 있게 독자들에게 이해되는지를 살펴봅니다.

인터넷에서 많이 소개되고 있는 시쓰기 12가지 기준인데요, 제가 시를 쓰는데 참고하고 있고 여러분들께도 참고가 될 듯하여 소개합니다.

1.<>용사는 과감하게 버려라

2.<>명하지 말라

3.<>르치려 하지 말라

4.<>저 감탄하지 말라

5.<>반어는 특수어로 바꿔 써라

6.<>념어를 버리고 구체어를 사용하라

7.<>쁜 단어만 찾지 말라

8.<>인법을 남발하지 말라

9.<쉽>게 써라

10.<간>단하게 써라

11.<짧>게 써라

12.<여>운이 남게 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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