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독서교육신문 김호이 기자] 우리는 어렸을 때는 큰 꿈을 꿨지만 점점 세상을 알아가다 보니까 꿈이 작아지고 어느 순간은 꿈을 포기하고 만다. 지난2024년 3월6일 수요일 오후 7시에 서울특별시 강남구 삼성동에 위치한 코엑스에 있는 별마당 도서관 코엑스몰점에서 라이프스타일 클래스 강연으로 신이인 시인의 강연이 알바천구에 사는 신이라는 주제로 강연이 진행됐다. 꿈을 찾고자 애쓰고 있거나 일에 대한 고민으로 지친 사람들에게 따스한 위안을 전하는 시간, 봄에 어울리는 책과 함께하는 시간을 가졌다. 한편 신이인 시인은 매일 한 편, 매달 한 권, 1년 365가지의 이야기. 난다의 ‘시의적절’ 시리즈 세번째 주자, 신이인 시인의 3월입니다. 첫 시집 『검은 머리 짐승 사전』(민음사, 2023)에서 선보였던 “난동꾼”의 면모, 시시각각 무수한 표정으로 뛰노는 ‘짐승’의 얼굴들이 시인의 3월 일상에서도 짐짓 아무렇지 않게 펼쳐진다.

상큼, 발랄, 씩씩, 명랑…… 여러 형용사를 대어보건대, 더도 말고 딱 하나만 남기라 하면 ‘상쾌’ 아니겠나 할 그런 책. 겉치레 없지만 뒤끝도 없는 글, 내색만큼 속셈 역시 없는 글이다. 3월 1일부터 3월 31일까지, 서른한 편의 글이 담겼습니다. 개구리가 깨어나고 사랑과 사탕을 주고받고 학교엔 새 인사가 가득해지는 3월, 봄의 시작을 닮은 이야기들이지요. 시, 에세이, 편지, 노트, 메모…… 싹처럼 돋고 꽃처럼 틔우는 다종다양 시인의 일상으로 매일을 맞이합니다. 3월 7일의 시와 3월 8일의 일상이 있는가 하면 어느 날엔 일상과 시가 수시로 자리를 바꾸고, 시로써 하루를 살아 그 하루가 다시 시 되는 글들. ‘시(詩)’와 ‘때(時)’가 시의적절 시리즈의 씨실과 날실이라지만, 『이듬해 봄』의 3월은 직조보다 뜨개를 닮은 듯도 합니다. 시와 일상이 서로를 얽으며 쌓아가는 어떤 뀀. 하루에 한 편 따라 읽는 것이 시의적절한 미덕일진대, 이 고리의 고리에 덥썩 손목 잡혀 31일까지 단숨에 내달리게들 되지 않으려나요. 엉망진창으로 살지 말아야겠지만, 턱없이 부족한 인간이라 군더더기 없는 삶을 꾸리기에 자꾸 실패한다. 인생에서 영구히 삭제하면 좋을 군더더기들을 무의식 상태로 전시하고 머리를 쥐어뜯다가 나의 글로 위로받았다는 사람들의 메시지를 받는다.

[한국독서교육신문 김호이 기자] 부끄러움을 부끄러움으로 덮는다. 기행이랄지 엉뚱함이랄지, 시인의 고백들 따라 읽다보면 쿡쿡 웃음 나기 마련이지만 그렇다고 동동 떠 있는 가벼움만은 아니다 싶어요. 신이인을 두고 ‘자유로운 영혼’이라 한다면 그 자유, 반항이 아니라 반성에서 오는 거지요. “주 5일 풀타임 근무는” “할 수 없다” 선언하며 이것이 “게으른 투정”일까 걱정하지만, “이 보잘것없는 하루에 조금의 의문도 외압도 없었었다는” 데서 마침내 행복의 이유를 찾아내는 사람. 여전한 불안을 외면하는 대신 이제는 “내 반려동물”이라고, 귀엽게 봐주리라 다짐하는 사람. 한 번도 어긋난 적 없는, 어긋남이 무엇인지 모르는 돌직구의 낙천과는 다른, “어긋났기 때문에 가능한” 변화구의 낙천이랄까요. 그 어느 삶의 구석에서도 현실로부터 도망치지 않으니, 꽃보다는 들풀의 마음으로 살아내는 시인의 어느 봄. 때로는 좌고우면 그래도 좌충우돌 3월의 난장(亂場), 함께 울고 웃다보면 시인에게 보내는 응원만큼이나 돌려받는 위로가 한껏이겠다 한다. 진심 혹은 진정성이라 하면 그저 진부함으로 들리기 쉬운 시절이지만, 『이듬해 봄』, 이토록 ‘진심’으로 가득한 글인 것을요. 사랑하는 친구를 소개할 때 반짝이는 눈은 자랑으로 가득하다, 그리운 친구에게 편지할 때 펑펑 흘리는 눈물은 남김도 다함도 없지요. 툭 내던지는 솔직함이 아니라 온힘 온 마음 다해 던지는 진심의 무게, 그래서 그것을 받아안는 우리도 전력을 다하게 되고요. 비록 조금은 초라한 나일지라도, 부단히 애쓰고 정성 다해 묶은 리본으로 건네는 선물 같은 글. 그럼에도 끝끝내 숨김과 포장 없이 투명한 선물일 그런 글. 나는 나인 채로, 그러나 당신이 놀라지 않기를, 그런 조심의 진심으로 전한다.

시인들에게 저마다 꼭이고 딱인 ‘달’을 하나씩 맡아 자유로이 시 안팎을 놀아달라 부탁했습니다. 하루에 한 편의 글, 그러해서 달마다 서른 편이거나 서른한 편의 글이 쓰였다. 무엇보다 물론, 새로 쓴 시를 책의 기둥 삼았습니다. 더불어 시가 된 생각, 시로 만난 하루, 시를 향한 연서와 시와의 악전고투로 곁을 둘렀습니다. 요컨대 시집이면서 산문집이기도 합니다. 아무려나 분명한 것 하나, 시인에게 시 없는 하루는 없더라는 거다.

저작권자 © 한국독서교육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