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 연구원 은퇴 후 일구는 새로운 삶

[한국독서교육신문 정성현 세종국어문화원 인문학연구소장]
 

박광근 회장은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 연구원으로 정년 퇴직한 후 '직장 중심의 삶'에서 '자신 중심'의 삶을 살고자 화성시 목동 이음터 도서관에 다니기 시작했다. 3년 전 신중년 글쓰기강좌를 통해 만난 수강생들과 함께 모여 만든 '50+사진관' 독서 모임 회장을 맡아 활동하고 있다. ‘다 시시 창작 모임은 노작홍사용문학관 소속으로 회원들이 자작시를 합평하며 활동하고 있다. 또한 얼마전 세종국어문화원 글쓰기 틔움' 회장을 맡아 글벗님들과 서로 동기부여하며 글을 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처럼 독서와 글쓰기로 삶의 반경을 넓히고 있는 그의 삶이 궁금해 인터뷰를 하였다

Q 내 인생에 영향을 준 책과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A. ‘19761024일 구매, 19761126일 완독’. 누렇게 바랜 법정 스님의 책 영혼의 모음속지 첫 페이지에 적혀 있는 글귀입니다. 대학교 2학년 2학기 중간고사를 마치고 미래에 대한 고민이 밀려올 때 읽었던 책입니다. 현실은 불안 그 자체였고, ‘젊음의 고독같은 감성이 깊어졌던 때, 지인이 추천해 준 책이었지요. 당시에도 이 책을 통해 위안을 받았지만 현재에도 머리가 복잡하거나 혼란스러울 때 펼치면 마음의 위안을 받는 마법같은 책입니다.

Q 책 모임에서 가장 흥미롭게 토론한 책이 있다면?

A ‘가재가 노래하는 곳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두 권을 회원들과 인상 깊게 토론했어요.

가재가 노래하는 곳은 저자가 동물학자로서 관찰한 동물과 습지의 자연 생태와 인간의 닮은 모습을 노래한 새롭고 흥미로운 책이었습니다. 어떤 회원은 치정에 얽힌 살인 사건으로 읽었고, 평생 식물과 생활했던 저는 자연 속 인간 삶의 모습에 관한 이야기로 읽었습니다. 진심으로 식물과 다시 이야기해 보라는 울림으로 다가왔어요.

한편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기자의 눈으로 파헤치는 과학의 불완전성과 이를 부정하려는 과학자의 욕심과 아집을 고발하고 있습니다. 자연과학의 길만 걸어온 나를 다시 성찰하게 하는 책이었습니다.

('50+사진관' 야외 독서회 활동)
('50+사진관' 야외 독서회 활동)

Q 책 모임, 글쓰기 모임이 나의 삶에 미치는 영향은?

저는 그동안 대학 시절 몇 편의 고전작품과 직장생활을 하며 접한 인문 교양서적 몇 권이 빈약한 책읽기의 전부였습니다. 그러나 최근에 소설과 시, 음악과 미술 등에 관한 문학작품을 읽게 되었습니다. 지역 문화강좌를 듣고, 책 모임에서 취향이 다른 회원들과 독서토론하며 다양한 장르의 책을 읽게 되었습니다.

저의 독서량은 모임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아졌고, 책 모임에서 시 창작 모임, 글쓰기 모임까지 그 반경을 넓히고 있습니다. 시 감상과 창작을 하며 저의 글에 맛이 더해지고 있어요. 전문적 지식과 문학적 소양을 갖춘 글은 절대 아니고 소소한 저의 이야기 글입니다.  모임 회원들과 세상 사는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몸과 정신이 맑아지고 무엇보다 젊어지고 있습니다.

(자작시 낭송회 =박광근)
(자작시 낭송회 =박광근)

Q 살아가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은?

제가 살아온 삶은 뚜벅이작은 실천입니다. 제 삶의 위치는 늘 중간이었습니다. 제가 이룬 것은 성공이 아닌 성취였습니다. 성취도 빠르지 않은 대기만성취(大器晩成就)’랄까. 보이지 않는 작은 일도 소홀히 하지 않으려고 했습니다.
 
나를 비교하지 않는 삶의 태도 또한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남과 비교하여 부족하면 질투나 욕심이 생기고, 나으면 교만하게 되어 자신을 온전한 자기로 성장시키는데 방해가 된다고 생각해요. 손에 잡히는 작은 실천 하나하나가 크든 작든, 인정받든 그렇지 않든 의미 있는 '나'일 테니까요.
 

Q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A 그동안 가족, 직장과 사회생활이 내 삶의 중심이었다면, 앞으로는 넓은 정신적 세계를 바라보는 중심의 삶이었으면 합니다. 그러기 위해 독서와 글쓰기, 음악과 미술, 연극과 공연 등 문학과 예술을 가까이하며, 자연과 대화하고 여행하는 모습으로 익어가고 싶어요. 나이는 드는 것이 아니라 열매처럼 익어가는 것이라고 해요.

스님이 수도 중에 열반하거나 시인이 시를 쓰다가 임종을 맞이했다고 합니다. 송해 선생님 역시 생의 마지막까지 현장을 지키셨지요.  저도 그러한  모습을 닮고 싶어요. 노래하고 그림 그리며, 글 쓰는 나의 마지막 모습을 남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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