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독서교육신문 백원근 독서출판평론가]
 
지난 319일 경기도교육청은 학생 성장을 지원하는 학교도서관 정책으로 틈새 독서등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틈새 독서란 수업 전이나 쉬는 시간, 점심 시간, 방과 후 시간 등 자투리 틈새 시간을 이용해 하루 20분 정도 학교도서관에서 책을 읽자는 캠페인이다. 이렇게만 해도 연간 43권 정도를 읽을 수 있어서, 2021년 국민독서실태조사의 학생 평균 독서량 34권보다 9권 정도를 더 읽게 된다는 친절한 설명까지 붙였다. ‘틈새 독서왕틈새 독서록등 권장 프로그램까지 만들겠다고 한다. 교사에게 필요한 도서를 바로 구매해 주는 바로북제도도 도입한다. 1인 유튜브 촬영 시스템 도입이나 메이커스페이스 등 학교도서관 공간 조성도 지원한다.

학교도서관 활성화에 대한 교육청 차원의 관심과 계획 추진이 소기의 성과를 거두기를 바라지만, ‘틈새 독서에 방점을 찍는 것은 매우 우려스럽다. 왜냐하면, 학교도서관은 책을 좋아하는 학생들만 주로 방문하므로, 독서 선호도가 낮거나 책을 싫어하는 경우 특별한 이용 동기가 부여되지 않을 경우 아무리 틈새 독서를 권장한다 한들 실효성이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초중고 학생들 중에서도 교과서, 학습참고서 이외의 일반도서를 1년에 단 한 권도 읽지 않는 비독서 인구가 점차 증가 추세인데, 이처럼 교육청이 독서 취약 학생들의 독서 활동을 고려하지 않는 것은 독서교육 정책으로 신뢰를 얻기 어렵다.

그래서 전교생이 일제히 1교시 수업 전 20분 동안 책을 읽는 아침 독서전교 독서 시간이 효과적이다. 평소 책을 잘 읽지 않는 독서습관이 부족한 아이들도 이 시간만큼은 함께 책을 읽을 수 있고, 친구들끼리 재미있는 책을 추천하거나 빌려볼 수 있는 등 학생들 사이에서 책이 화제의 대상이 될 수 있다. 학교에서 시행할 수 있는 가장 경제적이고 가장 효과적인 독서 방법이 바로 아침 독서라고 우리나라의 시행 학교나 일본에서 이미 검증되었음에도, ‘9시 등교제와 코로나19 등을 거치며 일선 학교에서는 아침 독서시행률이 갈수록 줄고 있는 실정이다.

만화책을 포함해서 원하는 책을 학생들이 자율적으로 읽고 독후감을 쓰지 않아도 되니 읽기 습관(루틴) 형성에 그만이다. 경기도교육청에서도 2005년 전후로 이를 적극 권장하던 시절이 있었으나 지금은 잊혀진 지 오래다. 그 대신 교사용 독서인문교육 자료 보급이나 학생 책 쓰기 지원 사업 등에는 열심이다. 학생들이 책 읽기의 맛을 알고 능동적인 독서습관을 키우려면 정책이라고 하기에도 어색한 학교도서관 틈새 독서를 권장할 것이 아니라, 10분이라도 모두가 함께 읽는 독서 시간을 학교장이 정해서 시행하도록 적극 권장하고 우수 학교를 시상하는 일부터 해야 한다. 독서습관이 생긴 아이들은 학교도서관을 틈만 나면 찾을 것이고, 재미난 책과 관심 있는 분야의 책을 빌려갈 것이다.

한편, 전북교육청(전북특별자치도교육청)은 최근 책 읽는 학교문화 만들기 프로젝트’ 2년차 운영 계획을 발표했다. 교육과정 연계 독서인문교육 활동으로 학생의 삶과 밀착한 독서 경험을 제공하고 독서 생활화 기반을 조성하려는 것이 목적이다. 학교도서관 도서 대출 실적이 타 시도보다 저조하고, 2021년 국민독서실태조사에서 전북 초중고생의 연간 평균 독서량이 28권으로 전국 17개 시도 중 14위라서 하위권이라는 것이 문제 인식의 근거다. 200개 학교에서 테마별(, 고전, 자율형) 학급독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추천도서 100선과 관련한 우수 사례집을 공유하고 교사 연수를 강화한다고 한다.

학교와 교사가 중심이 되고 외부 초청 강연을 곁들여 독서교육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는 좋지만, 정작 학생들이 어떻게 하면 책을 좋아하고 독서의 즐거움을 체득하게 할지에 대한 고민은 찾아보기 어렵다는 것이 문제다. 교사 중심의 독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는데, 그러려면 교사들부터 학생들의 눈높이와 흥미에 맞는 책 고르기, 독서에 관심이 없는 학생들을 위한 능동적 참여 이끌기 방법을 알아야 할 것이다. 말만 책 읽는 학교이고 독서 생활화 수업이지, 일반도서를 활용한 또 하나의 재미없는 수업으로 떨어지는 순간 적지 않은 예산이 투입될 독서교육은 실패의 전철을 밟을 수밖에 없지 않을까.

전교생 모두가 참여해 한 권의 책을 소개하고 낭독하는 프로그램(학급, 학년 예선을 거친 전교생 경진대회)이나 독서퀴즈, 학생들이 몇 권의 주제 도서를 모두 읽고 뽑는 ○○학교 문학상, 모두가 참여하여 한 달에 한 번 여는 독서동아리 활동, 다른 학생들에게 서로 책 읽어주기, 학교도서관 일일 사서 체험, 지역 공공도서관이나 서점 견학 및 어르신 책읽어주기 봉사활동 체험, 학교 방송으로 마음에 드는 한 구절 읽기 프로그램 등 학생의 능동성을 자극하는 활동을 시행하는 편이 훨씬 더 독서교육 측면에서 나을 수 있다. 예를 들어 학생들이 저마다 한 권의 책을 소개하고 일부분을 낭독하는 프로그램을 하려면 도서관이나 서점에서 여러 책을 보게 되고, 왜 그 책을 선택했는지 어떤 부분을 읽을지 생각하게 되며, 어떤 책의 일부분을 들은 학생들은 그 책에 관심을 갖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이런 프로그램을 초중고 12년간 한 번씩만 해도 능동적으로 책을 고르고 소개하는 힘을 기를 수 있을 것이다.

한 가지 첨언하면, 이제 중앙정부인 교육부나 지자체 교육청 단위로 학생 독서실태조사를 시행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학생들의 독서실태를 알 수 있는 자료는 문화체육관광부가 2년 주기로 시행하는 국민독서실태조사 자료가 유일한데(그래서 앞의 경기도교육청과 전북교육청도 국민독서실태 자료를 정책 입안의 준거로 활용하고 있지만), 그나마 여기에는 설문지에 자기 기입이 어려운 초등학교 저학년(1~3학년)은 아예 제외되어 있다. 또한 전국 초중고 학생의 표본 수가 고작 3천 명 정도라 17개 시도로 나누어 보면 표본의 대표성이 거의 없는데, 이를 시도별 성적처럼 여기는 것도 웃지 못할 사태다.

온갖 종류의 학생학교 관련 조사를 하는 교육부나 교육청에서 왜 유독 학생들의 독서실태에 대해서는 독자적인 실태조사조차 하지 않고 있는지 의문이다. 학생들의 독서실태에 관한 다양한 질문(개인, 가정, 학교 독서 관련 사항)과 결과 분석을 통해 살아있는 독서정책을 입안하려 하지 않는지 모를 일이다. 디지털 미디어 생태계에서 학생들의 급변하는 독서실태조차 파악하지 않고 독서정책을 세운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이제는 교육부와 교육청의 독서교육 정책이 대폭 업그레이드되어야 한다. 정책을 위한 정책이 아니라, 학생들이 책과 친해지도록 돕고 환경을 조성하는 눈높이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어린이와 청소년들을 짓누르는 입시 중압감부터 벗겨내고 마음껏 읽고 상상하며 꿈꿀 권리를 허용해야 한다. 책의 감동과 지식, 무한 간접경험의 신세계를 맛보도록 권하고, 제발 식상한 독서정책부터 바꾸라.

 

사진=핀터레스트
사진=핀터레스트

 

저작권자 © 한국독서교육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