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작품 속에서 신발은 의미하는 것이 많다.
새로운 출발을 의미하기도 하고 떠나감, 이별을 의미하기도 한다.

 

꽃신이라는 제목에서 예쁜 이름 속에 슬픔이 느껴진다.
이제 막 12살이 된 선예는 아버지가 선물해주신 예쁜 꽃신을 신고 태어나서 처음으로 세상 나들이를 하게 된다. 어머니가 자주 다니던 절에 함께 가게 된 것이다. 그런데 절 입구에 이르자마자 한양에 계신 아버지가 역모에 연루되어 끌려갔다는 다급한 소식을 접하게 된다.
놀란 어머니는 곧장 다시 한양으로 떠나고 선예는 초조한 심정으로 절에서 어머님의 기별을 기다린다. 그런데 절에서 알게 된 동갑내기 달이를 통해 선예는 자신이 알지 못하고 있던 세상에 대해 눈을 뜨게 되고 새로운 길을 떠나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그 길에 달이가 선물해준 예쁜 꽃신을 신는다.
유모를 따라 떠나는 그 길이, 그 삶이 평범하지 않을 것이라는 암시를 준다. 그러나 예쁜 민들레 꽃 짚신은 그녀의 당당하고 아름다운 삶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 책에는 <꽃신> 외에도 <방물고리>, <다홍치마> 등 총 3편의 이야기가 아름답게 펼쳐진다.
<방물고리 >에서는 덕님이라는 여자 아이를 통해 조선 시대 후기 신분이 낮은 사람들의 애환과 한 여자아이의 삶을 볼 수 있다. 덕님이는 결국 <방물고리>를 통하여 세상 밖으로 나간다. 그 삶이 어려울 수도 있고 많은 시련들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당찬 그녀는 왠지 굿굿하게 잘 살아갈 것 같다.
<다홍치마>는 큰돌이라는 사내아이가 귀양 온 한 양반을 알게 되며 일어나는 일들을 이야기로 담고 있다. 그 양반은 ‘천주학’쟁이었으며 역모죄로 귀양 온 사람이다. 그 양반은 큰돌이에게 아내가 보내온 다홍치마를 보여주게 되는데....바로 다산 정약용의 이야기이다. 큰돌이 역시 다홍치마를 가지고 전혀 새로운 길을 떠나게 된다. 다산 정약용과 큰돌이의 만남이 감동적으로 잔잔하게 그려져 있다.
김소연 작가는 이 책을 쓰는데 세 번의 겨울을 낫다고 한다.
역사적인 사실과 꾸며낸 이야기 사이에서 아슬아슬 줄타기 하는 심정으로 글을 썼다는 작가의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져 오는 작품이다.
각자의 주인공들이 각자의 보물을 가지고 미지의 세상을 향해 길을 떠나는 이야기는 긴 여운과 감동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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