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먼라이브러리는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는 새로운 형태의 책읽기로 ‘사람(휴먼북)’을 빌려 마주앉아 자유로운 대화를 통해 그 사람의 경험을 읽는 도서관이다.
서울 노원휴먼라이브러리는 책이 아닌 사람(휴먼북)을 통해 대화로 정보, 지식, 경험을 서로 나누고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다. 독자들은 도서관에 준비된 목록을 살펴보고 읽고 싶은 책(휴먼북)을 선택, 휴먼북과 마주앉아 자유로운 대화로 그 사람의 경험을 읽을 수 있다. 열람방식은 독자와 휴먼북 간의 1대1 혹은 1대2~3인씩 조를 이뤄서 대화할 수 있는 수시열람부터 분기별로 넓은 공간에서 강의형식으로 이뤄지는 대규모 열람까지 다양하다. 현재 노원휴먼라이브러리는 각계각층의 전문가 120명의 휴먼북을 확보해 놓은 상태다. 노원휴먼라이브러리 양시모 관장을 만나 휴먼북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휴먼북, 생소한 단어인데 휴먼북에 대한 간단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책 대신 사람을 빌려주는 겁니다. 사람을 빌려주는 것이 아닌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가치를 빌려드리는 겁니다. 저희는 휴먼북 삶의 가치를 듣는 것이 초첨입니다. 이렇게 오프라인으로 만나게 되면 휴먼북이 지식을 쌓아가는 과정에서 겪었던 삶의 이야기도 들을 수 있기 때문에 좋은 점들이 많습니다. 신청하는 사람은 자신 인생의 중요한 전환점에 누군가를 만나 이런 이야기를 듣는다면 굉장히 큰 의미가 있는 시간이죠. 오는 사람들은 기술과 재능만 얻어 가려고 하지만 막상 신청해서 휴먼북과 만나면 재능과 기술 그리고 삶의 지혜까지 얻고 갑니다. 이렇게 사람과 사람이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끊임없이 만들어 나가고 소통하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저의 목표입니다.

 

 

무료로 진행되는 재능기부에 어려운 점이 많을 것 같습니다.  휴먼북은 어떻게 모집했나요?

사실 많은 사람들이 무료 재능기부를 불편해합니다.그래서 한 두 번 하다 그만두는 사람들도 많습니다.그래서 저희는 회원제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1년에 3~4번 나와서 멘토링하는 것을 기본으로 시간은 휴먼북 시간에 최대한 맞춰서 진행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하지만 평일보단 주말에 신청이 몰리기 때문에 휴먼북하고 시간이 안 맞아 애를 쓰는 경우가 많죠. 휴먼북을 모집할 초기에는 희망자들도 있었지만 희망자들의 멘토링 실력을 알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저희가 분야마다 뛰어난 사람들을 직접 찾아 인터뷰를 통해 섭외를 했습니다. 하지만 그 사람들 중에서도 주말에는 개인 여가생활 때문에 거절하시는 분도 많습니다. 그래서 한 분야에서 뛰어난 사람이여도 봉사의식이 없다면 휴먼북이 되기 어렵죠.




저희 운영위원에서 검토하는 것은 어느 정도 휴먼북이 모이면 교육을 합니다.
특정 정당에 대한 홍보와 영업행위를 못하게 주의를 줍니다.
특히 학원을 하는 분들이나 보험을 하는 직업군에게 더 많은 주의를 주죠.
또 신청자 뿐 아니라 휴먼북들도 모임을 가지기 때문에 그 안에서도 영업행위를 한다면 다른 휴먼북에게 피해를 줄 수 있어 영업행위는 못하게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마찰의 소지가 있는 업종은 거의 받고 있지 않습니다. 전문직 위주죠.
그리고 저희는 이벤트로 끝나는 일회성 멘토링이 아닌 상설이기 때문에 휴먼북을 관리해야 합니다. 이 점이 다른 지자체에서 상설을 하기 어려운 이유입니다. 생각보다 손이 많이 가죠. 전화도 수시로 하고 행사가 있으면 초대하고 여러 가지로 계속 접촉을 통해 꾸준히 관리하고 있습니다.

 

신청자들로 인해 곤란을 겪은 적도 있나요?
가끔은 중학생들이 직업체험 숙제를 목적으로 신청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런 학생들 중 몇 명은 재능기부자(휴먼북)에게 성의 없이 질문을 합니다.
휴먼북은 시간을 내고 신청자에게 무료로 멘토링을 하기 위해 왔는데 듣는 사람이 성의 없이 듣고 직업과 관계없는 사적인 질문을 계속해서 휴먼북이 상처를 받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멘토링 신청은 모든 사람에게 신청을 받기 때문에 질문에 대한 판단이 필요합니다.
어떤 휴먼북에게 멘토링을 받고 싶고 무슨 질문을 하고 싶은지 신청이 들어오면 담당 사서가 그 질문이 휴먼북과 멘토링이 가능한지 휴먼북과 상의를 합니다. 그 후 휴먼북을 교체를 하는 경우도 있고 아니면 적절한 질문이 아닌 것들은 못하게 합니다. 멘토링 시간은 30분 동안 주어지고 추가질문은 20분으로 제한되어 있습니다. 30분쯤 담당 사서가 상담실에 가서 추가질문에 대한 내용을 보고 질문이 적합한 내용인지 판단 후에 멘토링이 이어집니다. 그 이후 휴먼북이 더 진행하는 것을 허락하면 더 진행할 수 있게 해드립니다.

재능기부를 통해 네트워크를 형성한다. 좋은 소통의 장이 될 것 같습니다.
이것을 생각하게 된 계기는 뭔가요?

 
 

2010년 지방자치선거 때 재능 나눔에 관심 있는 인사들끼리 모여 생각해 냈습니다.
저희는 재능 나눔 인적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다양한 사람들에게 물질적 나눔이 아닌 재능을 나눌 수 있는 시스템을 노원에 구축하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먼저였습니다.
2012년 3월 21일에 개관식을 하고 지금까지 진행되고 있습니다.
휴먼북은 해외에서도 많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유럽의 휴먼북 방식은 편견을 없애고 소통을 하기 위한 목적으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편견을 갖는 직업군과 계층에 속하는 사람들이 휴먼북으로 활동하고 있죠.
휴먼북은 덴마크에서 가장 먼저 이벤트성으로 시작했습니다. 10명 단위의 휴먼북을 축제장에 부스를 설치하고 만났죠.  한국에서는 2010년에 국회도서관에서 이벤트로 처음 시작하고 1회로 끝났습니다.
그 후 숨 쉬는 도서관에서 이벤트식으로 진행하고 이렇게 이벤트성으로는 많이 진행하고 있습니다.

  

휴먼북 멘토링에는 다양한 방식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방식인가요?

저희는 4가지 방식이 있습니다.
우선 1 대 1 ‘멘토링, 수시 열람’인데요. 휴먼북과 신청자가 시간이 맞으면 멘토링을 하는 방식입니다. 그다음으로 ‘찾아가는 휴먼 라이브러리’라고 해서 지역의 학교나 동사무소, 복지관에서 휴먼북을 요청하면 저희가 갑니다. 휴먼북을 파견해서 그분의 재능을 보여주죠.
세 번째는 학교와 아이들을 위한 ‘직업체험 축제’입니다. 1년에 2번 열리는데요.
학생들이 원하는 직업분야를 신청받아서 축제 때 직업으로 나눈 부스에서 1대 5로 멘토링을 합니다. 마지막은 ‘휴먼북 초대석’이라고 휴먼북들이 특정 휴먼북을 초대하는 겁니다.
휴먼북이 궁금한 분야를 신청해 그 분야 휴먼북에게 이야기를 듣는 거죠.
내년에는 일반 휴먼북이나 비 휴먼북까지 참여해서 네트워크를 더 넓혀나갈 생각입니다.
‘나의 삶, 나의 인생’이라는 말처럼 생활, 삶 이야기도 함께 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을 마련하고 싶습니다. 또 가족들에게 그 동안 하지 못한 말을 나눌 수 있는 시간도 마련해 보는 거죠.

가장 인기있는 휴먼북은 누구인가요?

작년에는 ‘주부 9단’ 휴먼북의 대출이 가장 많았습니다.
그다음 학생들한테는 간호사, 선생님, 유치원 선생님 등이 인기 있습니다.
방송 분야도 인기가 많은데 연예인을 섭외하는 게 어려운상황이죠.
그래도 저희 휴먼북중에는 개그콘서트 15기 개그맨 작가로 활동하다 지금은 연극 쪽에 활동하신 분과 영화제작 조연출로 활동하는 분이 계십니다. 그분이 방송 연예계 쪽에 관해 멘토링을 해줍니다. 그럴 땐 아이들이 30명이 모일 정도로 인기가 많죠.

 





밖에도 다양한 멘토링, 상담실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네, 소통 상담소 ‘생생 충전소’가 있습니다.
멘토링을 통한 소통도 있지만 상처와 고민이 깊은 사람들은 간단한 멘토링을 통해 해결되지 않습니다. 그분들은 상담봉사 휴먼북과 상담을 하죠.
휴먼북 멘토링은 지속적으로 만나는 것을 금지하지만 ‘생생 충전소’는 상담봉사 휴먼북과 지속적으로 만나서 상담을 받는 겁니다. 즉, 전문적 소통 상담소입니다.

 

 

 

 

관장님이 청소년들에게 추천하는 휴먼북은?

1. 김영애 휴먼북(제약회사 특허팀 근무.)
순수과학에 대한 지식과 생명과학의 취업관련 인생 상담.
특히 청소년들에게 자세하게 잘 설명해 준다. 송파에 살지만 여기까지 와서 멘토링 해줄 정도로 애정이 깊은 휴먼북입니다.

2. 편견없는 소통, 탈북청년.
북한에서 교사 생활을 한 여성이다. 한국사회의 현실에 대해 논리적인 설명을 들을 수 있다. 다양한 객관적인 설명과 역사에 관해 자세히 설명해준다.

3. 전통문화를 디지털화 하는 휴먼북.
전통문화를 새롭게 해석하고 대중화시키는데 많이 노력을 하고 계시는 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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