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르메재단 백경학 이사는 '우공이산(愚公移山)'이라는 좌우명을 갖고 있다. 이는 어리석은 사람이 산을 옮긴다는 의미이며, 이를 몸소 실천하고 있다. 한 여름의 뙤약볕이 한창인 지난 5일, SO멘토링연구소 학생기자들과 백 이사의 만남이 이뤄졌다. 이날 학생기자들은 백 이사의 인생사와 조언을 들으며, 자신들의 꿈과 장래희망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다.

▲ 학생기자단과 백경학재단이사가 인터뷰를 마치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SO멘토링연구소후원)

뜻하지 않은 사고, 재활병원의 초석을 다지다

유년시절부터 해외문화에 대한 상당한 관심을 갖고 있었다는 백 이사는 CBS 기자 생활을 하면서 외국문화를 접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됐다고 한다. 그는 2년 여간 독일에서 공부하면서 번역일과 가족과 각 국을 여행했다고 회상했다. 영국 여행을 하던 도중, 그의 부인은 다리 하나를 절단할 정도의 큰 교통사고를 당했다. 당시 가족들은 충격을 받은 가운데, 백 이사는 기자 정신을 갖고 본능적으로 사고 현장을 촬영했다. 결국 그 영상은 사고 판결의 결정적인 단서를 제공하며, 8년 만에 보상 받을 수 있었다고.

백 이사의 부인은 사고 후 100여 일 동안 혼수상태로 여러 차례 수술을 받았다가 기적적으로 살아나게 됐다고. 삶을 되찾은 그는 독일의 한 재활 병원에서 재활 치료를 받았다. 당시 그는 독일 병원의 편안함과 다양한 재활 치료에 혀를 내둘렀다고. 귀국 이후에도 재활 치료를 이어나갔지만 너무도 큰 사고의 후유증으로 생활하는데 많은 불편이 있었다.

"건강하던 사람이 갑자기 사고를 당하면 그 충격으로 몸과 심리적으로 모든 영향을 받는다고 해요. 글을 잘 쓰던 아내였지만 사고 이후, 글 쓰는 능력의 30%가 줄어들었어요. 아내의 생각과 글이 다르게 표현되는 거죠"

이 곳에서의 재활치료는 생각했던 만큼 순탄치 않았다. 재활 치료 병원의 환경이 너무 열악했다고 설명했다.

"안정을 취하고 편안히 쉬어야 하는 환자들이 있는 병실에서도 음식을 만들어 먹더라고요. 한 밤중에 면회를 와서 시끄럽게 떠들기도 하고 재활에 집중할 수 없는 환경 이였죠"

열악한 재활 병원을 경험한 그는 독일의 재활 병원 시스템과 같은 병원을 설립해야겠다고 결심했다. 백 이사는 마침내 환자들이 안락한 환경 속에, 재활에만 전념할 수 있는 '푸르메재단'이라는 재활병원을 설립했다.

서울시 종로구 자하문로에 위치해 있는 푸르메재활센터는 3,000명의 기부자들의 도움으로 무사히 건립할 수 있었다. 약 150여명의 어린이들이 외래환자로 재활치료에 전념하고 있다.

이날 재활센터에 방문한 학생 기자단은 재활 병원 곳곳을 둘러보면, 재활 병원을 몸소 체험할 수 있었다. 병원을 소개해 주던 그는 가장 인상 깊은 후원자로 인근 초등학교에 다니던 이태희 학생을 꼽았다.

"태희는 학교가 끝난 뒤 재단 2층에 마련된 도서관에 오곤 했는데, 재단의 취지를 듣고 용돈을 절약해 매달 2000원의 정기 후원을 5년째하고 있어요. 장래에 의사가 돼, 장애인환자들을 치료하겠다는 희망을 가지고 있죠"

뿐만 아니라 각양각색의 사연을 갖고 있는 후원자도 있다. 미국 유학시절 교통사고를 당한 한 중소기업의 이철재 대표가 대표적이다. 하반신을 쓸 수 없는 척수장애인이 된 그는 거액을 기부한 재활센터 건립의 일등공신이다. 기억나는 또 다른 후원자는 백 이사의 대학시절 친구다.

"그 친구가 대학 등록금이 없어서 군대를 가려고 했어요. 당시 친구를 위해 제가 내 줬더니 그 친구가 '성공해서 갚겠다'고 하더군요. 졸업 이후, 성공한 친구가 거액의 기금을 후원해줬습니다. 하하"

대부분의 후원자들은 신문이나 방송을 통해 장애어린이들의 어려움을 접한 시민들로 구성돼 있으며, 현재는 약 6000여명이 후원하고 있다. 재활센터는 재활의학과 의사와 어린이 한방치료를 하는 한의사와 장애인전담 치과의사 그리고 물리치료사, 작업치료사, 언어치료사, 감각통합치료사, 간호사 등 30여명의 의료진으로 이뤄져있다.

이처럼 체계적으로 구성됐기에, 서울뿐만 아니라 각지에서 장애어린이들의 방문이 끊이질 않고 있고 있다. 때문에 몇 개월을 기다리는 것은 기본이라고. 이에 대해 백 이사는 "통원치료가 아닌 집중적인 치료를 위해서는 입원병동이 필요하다"며 건립비 모금을 위해 기업과 시민들의 동참을 부탁했다.

또한 기자 생활을 경험한 그는 학생 기자단에게 '기자의 덕목'을 알려줬다.

"기자가 가진 장점은 대통령부터 노숙자까지 누구나 만날 수 있는 것이에요. 비록 노숙자지만 그들에게도 꿈이 있어요. 평생 노숙자로 살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그들에게도 소망이 있잖아요. 이렇듯 기자는 그들을 대변하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또 사람들의 공감을 얻어낼 수 있는 필력이 있어야겠죠? 이러기 위해선 좋은 책도 많이 읽어야 하고, 불의를 보면 속상해하고 의를 위해서 싸울 수 있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마지막으로 그는 "기적의 어린이재활병원이 성공적으로 지어져, 더 많은 어린이들이 재활치료에 집중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가족의 보호로부터 독립해 평생 일할 수 있는 작업공동체 건립을 꿈꾸는 백 이사의 꿈이 이뤄지길 소망한다.

백경학 이사의 추천도서

 


내가 세상에서 제일 불쌍해(이상교 글, 허구 그림, 뜨인돌어린이),
동시인 이상교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동화로, 봉애와 은재가 소통을 통해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고 서로 감정을 공유하며 우정을 키워 가는 모습이 따뜻하고 감동적으로 그려졌다.


 

 

'장애, 너는 누구니?'(고정욱 저, 윤정주 역, 산하),

 

역경을 딛고 장애를 극복한 사람들의 감동적인 이야기를 실었고, 장애인이 할 수 있는 운동이나 가질 수 있는 직업 등을 소개한다. 또한 각각의 장애를 다룬 책이나 영화, 이들을 위한 단체도 다루었다. 독자들이 장애 문제를 머리뿐만 아니라 가슴으로도 이해하고 받아들이게끔 구성하였다


 

 

'효자동 구텐백'(백경학 저, 푸르메),

 

장애인을 위해 ‘아름다운 병원’을 짓는 백경학 이사의 인생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집으로 백경학 이사와 그의 가족의 ‘사고 이후’의 삶, 그리고 푸르메재단의 탄생과 지금까지의 행보는 많은 사람들에게 묵직한 감동을 전해줄 것이다.

 

백경학 푸르메재단 상임이사

1963년생
서울 영동고등학교, 연세대학교 사학과 졸업, 뮌헨대학교 정치학과 초빙연구원
전 CBS, 한겨레, 동아일보 기자
전마이크로브루어리코리아㈜ 대표이사
전 YTN 청취자위원
현 포스코 청암상 사회봉사상 선정위원
현 서울시 민간사업선정위원회 위원

국민포상(안전행정부) 2012,4
2020년을 빛낼 100인 선정(동아일보) 2010.6
연세 사회봉사대상 (연세대학교) 2010.5
서울시장 표창 (서울시) 1995.5

저서
‘장애인 복지천국을 가다’(공저) 부키 출판사, 2012
‘효자동 구텐 백’, 푸르메출판사, 2010
‘네가 있어 다행이야' (공저), 창해출판사,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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