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블로그에 게재했던 글을 모아 17세에 책으로 펴낸 '상우일기'의 권상우 작가를 만나다

▲ '상우일기'의 권상우 작가(북인더갭 출판사 제공)
고등학교 1학년 학생이 왕따, 어려운 집안 사정에서 오는 번민을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블로그에 글로 풀어냈다.

그 글을 모아 17살이라는 어린나이에 책을 낸 권상우 군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상우일기'가 나오게 된 성장 배경이 궁금한데요?

'상우일기'는 제가 초등학교 3학년을 앞둔 봄방학, 그러니까 정확히 2007년 2월 2일, 시작했던 블로그입니다.

그 이전의 글을 쓰게 된 배경에는 어렸을 때 글쓰기 강사를 하시던 어머니의 교육관이 한몫 했던 것 같습니다.

어머니는 저에게 사람으로 태어났으면 기본적으로 자신이 생각하는 것과 말하는 것을 그대로 정직하게 글로 표현할 줄 알아야한다고 가르치셨습니다.

또 항상 제 또래의 어린이들이 쓴 시를 읽어주면서 글쓰기의 느낌이나 살아있는 우리말의 맛을 알려주려 하셨습니다.

덕분에 어릴 때부터 글쓰기를 놀이처럼 즐겁게 했었고, 글에서 실제로 하고 싶은 말이나 생각을 쓰면 그렇게 시원할 수가 없었어요.

특히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학교에서 숙제로 내준 일기 글을 성실하게 써온 것도 도움이 됐습니다.

결국 이런 성장배경 덕분에 마치 친구랑 재미있게 하는 놀이처럼 글을 쓸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블로그 글이었던 '상우일기'가 책으로 출간되기까지의 과정은 어땠나요?

그 당시 친구가 없었던 저에게 큰 외삼촌께서 저의 기록을 블로그를 통해 남기면 어떻겠냐고 제안하셨어요.

때로 부모님이 제 일기를 가까운 친지, 어른들에게 보여드렸는데 많은 분들이 '우리만 보기에는 너무 아깝다!'고 말씀하셨거든요.

그래서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쓴 일기 글을 차례차례 올리는 것으로 블로그를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초등학교 6학년 때 졸업을 기념하기 위해 '상우일기'를 책으로 낼 수 있겠냐고 몇몇 출판사에 문의를 해 본 적이 있었어요.

그런데 돌아온 대답은 '콘텐츠는 좋은데 상업성이 없어서 좀 망설여진다.'였습니다.

그래서 책으로 내기에는 무리가 있구나 하고 포기했었는데, 중학교 3학년 때 북인더갭 출판사 안병률 대표님로부터 편지를 받았어요.

책 후반부에 나와 있는 것처럼 당시 부모님의 카페가 철거당할 위기에서 협상이 막 타결돼서 그동안의 망가졌던 상처를 안고 새 인생을 시작하려 할 때 연락이 온 거죠.

저는 제 삶에서 가장 어려웠던 순간, '상우일기'가 책으로 이 세상에 나올 기회를 얻은 것이 기적이라 여겨져요!

▲ 권상우 작가가 가족들과 함께있는 모습(북인더갭 출판사 제공)
블로그에 게재한 글을 책으로 출간하는 과정에서 책에 실은 내용들은 무엇을 기준으로 뽑았나요?

블로그를 운영하며 글을 쓴 시간이 7년이 다 된 만큼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있었습니다.

그중 왕따, 외로움 등 부정적인 경험도 많았지만 저는 사소하고 자잘한 일상의 행복들을 중심으로 책에 실을 내용을 선별했습니다.

그것을 북인더갭 출판사는 연도별로 구분하지 않고, 저의 정신적인 성장 과정에 초점을 맞춰서 6부로 구성했습니다.

특히, 제가 블로그에 실은 그림들을 적절히 배치한 것, 끝머리에 '글을 마치며'를 넣고 상우 연대기를 넣은 것은, 북인더갭이 아니면 시도하지 못했을 참신한 아이디어라고 생각합니다!

초등학생 때부터 고등학생인 최근까지 이야기들을 담고 있는 상우 일기에서 가장 인상 깊은 일을 꼽으라면?

책에 '만원아 어디에' 라는 제목으로 실린 이야기가 있어요.

이 글은 제가 집근처에 있는 병원에 가기 위해 친한 친구와 함께 만원을 들고 나섰다가 실수로 잃어버려서, 친구와 함께 온 아파트 단지를 뒤지며 만원을 찾아 헤매다가 결국 기적적으로 길바닥에서 찾은 이야기인데, 이게 아직도 어제 일처럼 생생해요.

또, '할아버지와 함께 고물상에!' 라는 제목으로 실린 일화도 기억나네요.

서울 외할머니 댁으로 이사 와 바뀐 환경에 적응을 못하고 방황하던 중, 몸이 아프신 외할아버지와 고물상에 가서 낡은 참고서와 책을 팔았던 기억입니다.

저는 지금도 몸이 아프시고 형편이 어려운데도 저희가 가장 어려웠을 때 거둬주셨고 도움을 주셨던 외할아버지, 외할머니를 생각하면 마음이 아파요.

무엇보다 가장 잊을 수 없었던 일은 부모님이 어렵게 마련하신 카페가 재건축으로 강제철거 위기에 닥쳤을 때였습니다. 많이 힘들었어요. 제 청소년기의 암흑기였죠.

▲ 신간 '상우일기' 표지(북인더갭 출판사 제공)
학창시절에 다사다난했던 일들을 통해 터득한 '슬픔을 극복하는 비결'이 있나요?

요즘 사회에서 계속 슬픈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최근 있었던 세월호 참사, 윤일병의 죽음, 김해 여고생 살인 사건들은 아직 현재진행형인 비극이죠.

이런 소식을 접할 때마다 당사자가 아닌 저도 살아 숨 쉬는 것이 무가치하게 느껴질 만큼 가슴이 아픕니다.

아직 어린 제가 벌써 그런 주제에 대해 말할 자격이 있는지 부끄럽고, 사실 하나도 극복하지 못했던 것 같네요.

슬픔을 극복하는 것은 내가 사는 사회의 비극이 해결되지 않는 이상 아직 어린 저에겐 너무 어려운 숙제입니다.

그저 슬픔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시간이 지나기를 기다리는 것, 내 자신을 들여다보면서 고통스러운 마음을 블로그에 옮기는 것이 유일하게 할 수 있었던 일이었던 것 같아요.

제 인생에서 글을 쓸 수 있었다는 것, 블로그를 할 수 있었다는 것은 행운이었습니다.

작가가 말하는 '나만의 글 잘 쓰는 비법'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제가 생각하는 '글 잘 쓰는 법'은 있는 그대로, 사실대로 쓰는 것입니다!

있는 그대로 쓰려면 내가 했던 경험을 빠뜨리지 않고 기억해야 합니다.

저는 그 기억 중, 가장 마음에 강하게 남았던 것을 붙잡아 정직하게, 겪었던 일, 본 것, 들은 소리, 한 말, 느꼈던 기분들을 전부 시간의 순서대로 꾸며내지 말고 적어냅니다.

다른 사람도 이런 방식으로 글을 쓰면 스스로도 몰입이 잘 되고,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재미를 느낄 수 있지 않을까요.

이 책을 읽을 독자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이 책은 저의 사적인 기록이므로 재미를 느끼는 데 한계가 있을 수도 있어요.

그러나 공감하는 부분이 있다면 작은 실소라도 지어주시고, 반대되는 생각이 있으면 너그러이 읽어 주시기를 바랍니다.

저는 아직 살아갈 날이 많은 어린 청소년이니까요. '상우일기'를 읽는 모든 독자 분들에게 감사를 드리며, 앞만 보고 달려가는 우리 생활 속에서 한번쯤은 자기 자신을 돌아다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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