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자를 안다는 것은 무엇일까?

 

세계적으로 우수한 문자, 한글을 사용하고 있지만 정작 글자에 대하여 고민한 적은 별로 없을 것이다.
이 책 초정리 편지를 읽는다면 그 해답을 알게 될 것이다.
올해 열두 살 난 장운은 산에 나무를 하러 갔다가 눈이 바알간 토끼 눈 할아버지를 만나게 된다. 그 할아버지는 눈병을 치료하기 위해 이곳 초정리에 왔다. 그 할아버지는 장운에게 글자를 가르쳐 주며 둘만의 특별한 인연이 시작된다. 장운은 자기가 배운 글자를 다시 누이에게 가르쳐주고 동네 형 오복, 동네 친구 난이에게도 가르쳐 준다. 뿐만 아니라 석공 들을 따라 한양으로 갔을 때에는 석공들과 목공들에게도 글자를 가르쳐 주어 ‘흙바닥 훈장’이라는 별명도 얻게 된다. 그 와중에 나라님이 새 글자를 반포하셨는데 신하들과 선비들의 반대에 부딪혀 매우 곤란한 상황이라는 소문이 장운의 귀에까지 들어온다.

그런데 그 글자는 장운이 사람들에게 가르쳐준 것과 똑같은 글자이다. 장운은 그 토끼 눈 할아버지가 도대체 누구시길래 훈민정음이 반포되기 전 이미 그 글자를 장운에게 가르쳐 준 것일까 궁금하기만 하다. 그러던 어느 날 나라님이 장운이 일하는 곳에 공사상황을 돌아보기 위해 오시게 되고 그곳에서 장운은 토끼 눈 할아버지를 극적으로 다시 상봉하게 된다. 눈치 챘겠지만 그 토끼 눈 할아버지는 바로 세종대왕이었다. 세종대왕과 시골의 보잘 것 없는 한 사내아이와의 우정이 담담하고 아름답게 펼쳐진다. 처음에 그랬던 것처럼 서로의 고민을 덜어주는 모습도 매우 인상적이다.

글자를 모르면 장운의 아버지처럼 불리한 일을 당할 수도 있다. 불편한 일도 많다. 그러므로 글자를 알게 된다는 것은 새로운 세상에 눈을 뜨는 것과 같다. 글자를 아는 것 자체가 이미 많은 혜택을 받는 것임을 이 책은 아주 잘 풀어내주고 있다. 읽다보면 우리의 한글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도 생겨날 것이다.
문자는 칼자루 없는 칼이라고 한다. 양반들과 권력자들이 그들만의 특권으로 지켜내고 싶어 한 문자, 그러나 그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꿋꿋하게 훈민정음을 세상에 반포하신 세종대왕의 고뇌와 백성에 대한 사랑이 아주 가까이 느껴지는 수작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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