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父子의 특별한 40여 일을 기록한 '아빠랑 산티아고'의 서정균 작가를 만나다

▲ 아빠와 함께 걷는 순례길(문예춘추사 제공)
800km에 달하는 산티아고 순례길은 전 세계 크리스트교 신자들뿐만이 아니라 많은 배낭 여행자들의 로망이다. 그런 여행길을 9살 아들과 단 둘이 떠난 아버지가 있다.

어린 아들과 함께 한 40여 일간의 이야기를 아버지의 시선에서 쓴 '아빠랑 산티아고'와 아들의 시선에서 쓴 '아빠, 오늘은 어디서 자요?'가 함께 출간됐다.

한 번의 여행으로 두 권의 책이 함께 나왔는데 출간되기까지의 과정이 어땠나요?

저는 이전부터 제 책을 내고 싶었어요. 그래서 여행하는 동안 시간이 날 때마다 준비해간 수첩에 일기형식으로 계속해서 글을 썼어요.

'아빠랑 산티아고'는 그런 저의 개인적인 생각과 이야기가 고스란히 들어간 이야기다보니 기행문보다는 어린 자녀를 둔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한 아이교육서적인 측면이 더 강합니다.

처음에는 제 이야기와 아들의 이야기를 한 권으로 엮어낼 생각이었는데, 여러 출판사 중 문예춘추사만이 이 색다른 여행을 두 권으로 나눠 출간하는 것이 어떻겠냐는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결국 여러 번의 원고 수정과 편집과정을 거친 후 동시 출간이라는 기쁨을 얻었죠.

▲ 순례길 도중에 친해진 외국인들과 함께하는 성민이(문예춘추사 제공)
짧지 않은 여정인데다 어린 아들과 단 둘이 떠난 여행인 만큼 보다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셨을 텐데, 안전한 여행을 위해 특별히 더 신경 쓴 것은 무엇인가요?

일단 말이 잘 안 통하는 외지에서 아프면 안 되니까 약을 챙기는 것에 가장 신경 썼어요.

사실 먹는 문제는 큰 걱정을 안 했습니다. 걷다보면 취사가 가능한 알베르게(집단 숙소)도 있었기 때문에 준비해간 카레나 짜장 분말로 한국에서처럼 밥을 해먹을 수 있었거든요.

다만 제가 편도선이 자주 부어서 출발 전에 병원에서 보름치 약을 처방받아 갔어요.

또 오랫동안 걷는 일정이었기 때문에 무엇보다 바르거나 먹는 근육통 약을 넉넉하게 준비해갔습니다.

길에서의 안전 문제를 염려하시는 분들이 많으셨는데, 산티아고 순례길은 보통 길에 앞뒤로 간격을 두고 여행자들이 함께 걷고 있어서 생각보다 안전합니다. 

같은 길을 걷다 보니 걷는 속도가 유달리 빠르거나 느리지 않는 한은 보통 계속 같은 사람들을 자주 봅니다.

처음에야 다들 데면데면하지만 나중에는 함께 쉬고, 같은 숙소에 묵으면서 같은 목적지를 향해 같은 길을 걷는 이들 사이의 유대감이 형성됩니다.

저희는 그렇게 안면을 튼 이들과 함께 걷고, 결코 어둠이 내린 시간에 여정을 강행하거나 으슥한 숲 속 같은 곳에 들어가지도 않았습니다.

▲ 여행 도중 숙박한 알베르게의 주인부부(문예춘추사 제공)
이번 산티아고 순례길 여행을 마치고 나서 가장 아쉬웠던 점은 무엇인가요?

책에도 상세하게 나와 있지만 처음 여행을 시작할 때 '여행하는 중에는 아이에게 화내지 말자'고 다짐하고 갔어요. 생각처럼 쉽지가 않더라고요(웃음).

특히 안전문제랑 얽혔을 때는 유달리 신경이 날카로워져서 '참아야 하는데'하면서도 종종 화를 낼 때도 있었으니까요.

무엇보다 저희는 항상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숙식하는 알베르게에서 묵었기 때문에, 아무래도 아이가 예의에 어긋나거나 남에게 폐를 끼칠만한 행동을 할 때면 더욱 엄하게 꾸짖어야만 했던 것이 가장 아쉽습니다.

▲ 여행으로 친구가 된 프랑스인 클리머가 성민이에게 풀피리를 만들어 주고 있다(문예춘추사 제공)
이번 여행에서 얻은 것 중 가장 보람찬 것을 꼽으라면?

저희는 산티아고 순례길 여정 전후에 경유지라고 할 수 있는 미국과 프랑스와 영국, 바르셀로나에서 며칠 동안 머물면서 박물관이나 유적지를 관람했습니다.

순례길 자체도 멋있었지만 그 여행을 계기로 따로 시간 내서 가기 어려운 지역들까지 함께 돌아볼 수 있었다는 점은 확실히 이번 여행의 가장 멋진 '덤'이었습니다.

저는 처음에 아이가 여행을 통해 영어회화 실력을 키우고 그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낄 것이라고만 막연하게 기대했었어요.

그런데 그보다는 외국인과 영어를 말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을 없앤 것이 가장 큰 변화였습니다.

순례길 여행은 길을 걷는 이들의 목적지가 뚜렷하기 때문에 한 달이 넘는 기간 동안 계속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서로 얼굴을 익히고 친분을 쌓을 기회가 많습니다.

순례길을 걷는 어린이가 드물다보니 저희가 여행할 때는 어린 성민이를 유달리 예뻐해 주시는 분들도 많았고요.

그런 순간순간마다 사람에 대한 두려움이 없는 성민이의 성격이 참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영어를 아주 잘하지는 않지만 여행 내내 이어지는 자주 마주치는 여행자들의 호기심어린 질문에도 낯가림 없이 자신이 아는 모든 영어단어들을 동원해서 소통하려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또 아이가 워낙 긍정적이어서 어린아이에게 베푸는 배려와 호의에 대해서도 덮어놓고 의심하거나 경계하지 않고 스스럼없이 받아들였죠.

저로서는 산티아고 순례길을 완주했을 때 성민이가 스스로 자신이 해냈다는 성취감을 얻은 것이 가장 큰 성과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바다를 향해 뛰어오르는 父子(문예춘추사 제공)
작가님처럼 아이와 함께하는 여행을 계획 중인 독자들에게 전해주고 싶은 조언은?

사실 아이와 함께 외국에서의 긴 여정을 떠나는 것이라면 고려할 부분이 많습니다.

여행을 준비하는 분들 중에서는 여행을 통한 부모자식 간의 유대감 형성, 서로에 대한 이해를 기대하시는 분들도 많습니다.

하지만 그 효과는 가족마다 다르고, 여행의 강도에 따라 다릅니다.

물론 저희 책을 보고 산티아고 순례길을 선택하시는 것도 좋지만 몸이 힘들면 그만큼 마음에 여유가 없어지는 만큼, 동행자의 체력적인 여건을 고려해 여행지를 선택해야 합니다.

특히 한창 예민해지는 사춘기 아이와 떠나는 것이라면 여행 과정에서 생기는 마찰로 인해 여행을 떠나기 전보다 더 깊은 갈등의 골이 생길 수도 있다는 점을 분명하게 생각해 둬야 해요.

가장 중요한 것은 서로에 대한 존중과 배려이지만, 사실 아이에게 그 부분을 기대하기 전에 어른으로서 먼저 행동해야 한다는 점을 감안해야 합니다.

저희는 신앙이 있어서 여행하는 내내 아침마다 기도로 시작했어요. 꼭 종교가 아니더라도 매일 여행으로 지치는 마음을 다잡을 문구나 격언을 외치고 시작하는 것을 추천해드리고 싶네요.

독자 분들이 저희의 책을 통해 나중에 여행을 떠날 준비를 할 때 도움을 받으셨으면 좋겠습니다.

▲ '아빠랑 산티아고' 표지(문예춘추사 제공)
여행을 마친 후 한국에서의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제가 가장 걱정했던 것이 돌아온 뒤의 아이의 학교생활적응 문제였습니다.

저희는 1학기 개학하고 2주 뒤에 출발해서 아이가 새 친구를 사귈 시간이 많지 않았는데, 다행히 성민이가 학급에서 잘 적응한 것 같아 적잖이 안심하고 있습니다.

그때 교류했던 이들과는 여행을 마치고 나서 개설한 페이스 북의 계정으로 아직도 서로의 근황을 주고받고 있습니다.

여행 내내 성민이와 자주 놀아주던 프랑스인 친구 클리머는 저희를 만나러 오는 10월말에 한국으로 놀러오겠다고 하네요.

다음에 또 아들과 단 둘이 여행가실 계획이 있나요?

여행을 다녀와서 우리 4년 뒤에 미국에 여행가자고 아이에게 말했어요. 그 때가 되면 지금은 초등학교 1학년인 딸도 5학년이 되니까 어느 정도 자라서 함께 떠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어요.

그 때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요세미티 국립공원(Yosemite National Park)을 방문해 볼까 합니다.

사실 산티아고 순례길도 저희가 갔던 길 말고도 해안가를 따라 내려오는 길 등 여러 개의 노선이 있는데,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아이들과 또다시 방문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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