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수의 오리 (한정아 글, 박의식 그림. 마루벌)

 

옛날에는 한강을 ‘아리수’라고 불렀다. 한강은 물이 풍부한데다가 주위에 평야가 많아 농사가 잘 되었다. 이 평야를 ‘금물벌’이라 불렀다. 먹을 것이 귀하던 옛날에는 이 아리수와 금물벌이 매우 중요한 지역이었다. 그리고 백제와 신라라는 나라가 이 금물벌을 차지하기 위해 잦은 전쟁을 벌였다.
그러던 어느 날, 두 나라가 또 다시 싸움이 붙었는데 갑자기 중간지점에서 멈추었다. 이유는 두 나라 병사들 사이에 엄마 오리가 알고 품고 있었기 때문이다. 마음 약한 병사들이 온갖 방법을 다 동원해도 엄마 오리는 둥지에서 꼼짝도 하지 않는다. 결국 두 나라 군사는 아기 오리가 알에서 깨어 나올 때 까지 기다리기로 한다. 그들은 매일 매일 아기오리가 깨어났는지 염탐을 하러 나왔다가 백제 군사와 신라 군사가 서로 어색하게 인사말을 나눈다. 사는 데가 어디냐고 묻다가 한 고향 사람이라는 것도 알게 되고 예전엔 백제 땅이었는데 지금은 신라 땅이라는 이야기도 나눈다. 그러면서 그들은 반갑게 손도 잡고 즐겁게 인사를 한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면서 그들 사이에 정이 들어버리고...... 드디어 아기 오리들이 알에서 깨어 나온다. 엄마 오리는 그제 서야 당당하게 아기 오리들을 이끌고 아리수로 향한다. 이 광경을 지켜본 양쪽 군사들은 너무 반가워 손뼉을 치며 즐거워하고 ‘둥둥둥’ 북을 울리며 기뻐한다. 그동안 정이 들은 군사들은 서로 한 발자국씩 양보하자며 금물벌 곡식을 사이좋게 나누어 가지기로 합의를 한다. 그리고 두 나라 군사들은 말머리를 돌려 자기 나라로 돌아갔다.
엄마오리가 알을 품어 백제와 신라 군사가 싸움을 멈추었다는 한정아 작가의 발상은 기발하다. 평화를 추구하는 작가의 마음이 느껴진다. 또한 역사를 공부하는 아이들은 백제와 신라가 서로 다른 나라라고 생각하지만, 이 그림책을 보면 오히려 하나의 민족임을 알 수 있게 된다. 그림책으로 역사적인 내용을 담기가 쉽지 않은데 이 책은 자연스럽게 역사를 들여다보며 감동까지 선사하는 매력을 지니고 있다. 초등 저학년 아이들도 읽을 수 있을 정도로 쉽고 재미나다. 그림도 흑백칼라의 느낌이지만 인물의 표정이라든가 풍경에 대한 스케치가 매우 사실적이어서 감동을 더 해준다. 이 가을, 가슴 따스해지는 그림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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