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이자 수필가인 금아 피천득(1910~2007)은 유명 작가의 길을 걸었지만, 장식품 하나 없는 작은 아파트에서 소탈하고 소박하게 살았다고 한다. 피천득의 수필집 <인연>에는 그의 순수한 동심이 살아 있는 아름다운 문필 생활이 여실히 드러나 있다. 피천득은 마음의 산책으로서의 글쓰기를 통해 일상의 단면들을 세심한 언어로 포착하여 투명하고 영롱한 청자빛 도자기를 구워낸다.

 

피천득의 수필에는 세상과 삶에 대한 애정이 담겨 있다. 피천득의 수필 중 [여성의 편지]에서 인용한 「오늘은 하루 종일 책을 읽었습니다. 숲과 들과 산과 자갈 깔린 저 해안을 거닐고 싶습니다. 때로는 스웨이드 장갑을 끼고 도시에 가서 그림을 보고 음악을 듣고 카페에 앉아서 오래 오래 차를 마시며, 지나가는 사람들을 바라보고 언제나 자유롭고 언제나 인정이 있고 언제나 배우고 그렇게 살고 싶습니다」를 보면 피천득은 일상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일상의 단면들을 여유 있게 감상하며, 삶에 대해서라면 언제라도 겸손하게 배울 자세를 갖추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피천득은 인연을 소중히 여기고 마음을 산책하듯이 글을 썼다. 때론 지나간 날들을 아름답게 회상하며 글을 썼음을 알 수 있다. [인연]이라는 수필에서 그는 「친구와 작별하던 가을 짙은 카페, 달밤을 달리던 마차, 목숨을 걸고 몰래 넘던 국경. 과거는 언제나 행복이요, 고향은 어디나 낙원이다」라고 표현한다. 그는 수필이라는 형식의 문학을 통해 독자들을 아름다움으로 초대한다. 일상이 깃든 아름다운 마음의 산책길은 피천득을 초대하고, 그의 수필에 나타난 숭고한 문학의 아름다움은 독자들을 초대한다.
문학인 피천득의 마지막 소망은 바로 그가 떠난 후에도 많은 독자들이 자신의 글을 읽으며 인생의 아름다움을 느끼고 세상이 살만 하다는 것을 깨닫기를 바라는 것이 아닐까. 피천득의 순수하고 아름다운 수필집 <인연>을 읽으며 피천득이 산책하고 간 마음 길을 나도 따라 산책할 수 있어서 참으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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