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감정이 나를 미치게 할 때

▲ 이혜영편집장

앤 크리머 저
문희경 역
한국경제신문
2014.09.26.

이른 아침, 출근과 동시에 업무용으로 활용하고 있는 ‘네이트온 메신저’ 창을 켭니다. 그리고 잠시 동안 자리를 비운 채 오전 회의에 들어갔다 나오면, 오늘도 어김없이 가까운 지인들에게서 메신저가 날아와 있습니다. ‘아침부터 우리 부장 왜 저렇게 화풀이냐?’, ‘우리 팀장 어젯밤 부부싸움 했나봐!’, ‘출근만 하면 스트레스 받어, 아 짜증나~’ 바로 각자의 일터에서 김 대리, 이 과장으로 일하고 있는 직장인 친구들의 개인적인 하소연들입니다. 물론 저 또한 누군가에게 이렇게 하소연을 했던 경험이 있지요.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업무 스트레스 때문에 힘들었던 경험이 있을 것입니다. 무엇이 이토록 우리를 스트레스 받게 하는 걸까요? 입버릇처럼 늘 일 때문이라고 말하지만, 사실 엄밀히 말하면 이것은 일에서 오는 업무 스트레스가 아닙니다. 바로 인간관계에서 비롯되는 ‘감정 스트레스’지요. 가만히 생각해 보세요. 언젠가 상사가 “개인적인 감정은 없어, 단지 일일 뿐이야”로 시작하는 잔소리를 들어 넘기며 그 이면에 깔린 무수히 많은 부정적인 감정들을 느끼고 참아 넘겼는지 말입니다.
저는 이 책 《사소한 감정이 나를 미치게 할 때》 편집 작업을 하면서 그동안 직장생활을 하면서 느꼈던, 이유를 알 수 없는 불편한 감정들의 문제가 무엇인지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직장에서 상사나 동료, 혹은 부하직원의 감정 표현에 상처 받은 채 분을 삭히며 일하고 있지는 않은지, 혹은 스스로 감정을 컨트롤하지 못해서 욱하는 마음에 사표를 던지고 뛰쳐나온 적은 없는지… 어쩌면 날마다 고군분투하고 있는 이 시대 많은 직장인들에게 가장 필요한 일은 감정을 잘 다스리고 표현하는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감정은 단지 개인의 기분 문제가 아니라, 상호 소통이라는 측면에서 인간관계와 조직 생활의 중요한 핵심이기 때문이지요.


직장에서의 감정 교류는 약일까, 독일까?

상한 감정 때문에 하루를 망쳐본 적이 있다면, 감정이 편해야 하루가 편하다는 걸 잘 알겁니다. 하지만 지극히 사적인 영역의 ‘감정’을 공적인 영역인 일터에서 어떻게 잘 다스리고 표현할 수 있을까요? 20여 년간 커리어우먼으로 일해 온 저자 앤 크리머는 직장에서 감정을 어떻게 다스리고 표현해야 할지가 늘 궁금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평범한 일반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직장에서 어떤 감정을 주로 느끼는가’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고, 이를 토대로 직원 간에 감정 교류가 많을수록, 소통도 원활해지고 팀워크도 잘 발휘되며 업무 성과까지 좋아진다는 결과를 밝혀냅니다. 직장에서는 되도록 개인적인 감정은 드러내지 않는 게 좋다고 믿어왔던 사회적인 편견을 뒤집은 것이지요. 아울러 직장에서 나타날 수 있는 부정적인 감정들을 극복하는 감정 관리법도 소개합니다. 단 여기서 명심해야 할 것은 감정은 주고받는 것이 되어야 하지 일방적인 것이 되면 안 된다는 것입니다.
최근 케빈 에쉴먼 미국 샌프란시스코 주립대 심리학과 교수팀은 직장 상사의 짜증과 폭언은 직원들의 업무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밝히고 이를 국제학술지에 ‘일과 스트레스’라는 제목으로 발표했다고 하는데요. 다양한 업무분야에 종사 중인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이 조사에서, 상사가 개인적인 감정 때문이었든, 동기부여를 위해서였든 화를 많이 낼수록 직원들의 근무 상태는 오히려 더 나빠진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결국 감정은 일방적인 표출이 아닌 쌍방향적인 소통이 전제될 때 비로소 독이 아닌 ‘약’이 된다는 것이지요. 만성적으로 화를 내는 상사 밑에서 일하고 있다면 동료들에게라도 속내를 털어놓고 지지를 얻는 방법으로 해소하는 요령이 필요합니다.


직장인 화성남, 금성녀의 차이를 이해할 것

그렇다면 감정 교류를 ‘약’이 되도록 사용하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먼저 상대방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겠지요.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감정 표현에 있어서도 남자와 여자 성별에 따른 차이가 있다는 점입니다.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의 남녀 심리는 애인이나 부부관계를 이해하는 데서만 사용되는 게 아니더군요. 내 직장상사, 직장동료, 부하직원을 대할 때도 해당됩니다. 예를 들어 똑같이 회의실에서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일 때, 남자는 상대방과 공격적으로 화를 내버리는 방식으로 훌훌 털어낼 수 있는 반면, 여자는 주변을 의식하면서 화를 꾹꾹 참거나 혹여 화를 내고도 본인이 먼저 눈물을 보이는 식으로 후회하는 모습을 보인다는 것이지요. 이제야 내 주변의 사람들이 좀 이해가 되시나요? 나와 대판했던 남자 상사가 어떻게 화장실에서 담배 피며 낄낄댈 수 있는지, 혹은 나와 부딪혔던 여자 상사가 왜 먼저 눈물을 보이며 하루 종일 우울해 하는지 말입니다. 이렇게 조직 내 구성원들 간의 차이를 알고 이해하는 것만으로도,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거나 받는 감정 표현을 덜 하게 되지 않을까요? 바로 이것부터가 약이 되는 감정 교류의 시작입니다.
 

일과 삶이 행복해지는 마법의 감정 코칭

자, 상대방을 이해했으니 이제는 나 자신이 어떻게 감정을 표현하는 사람인지 알아볼 시간입니다. ‘감정’ 문제의 근본 원인은 나 자신에게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이 책에서는 직장인의 감정 유형을 크게 4가지로 분류합니다. 말을 많이 하는 편이며 문제가 생기면 직접 부딪혀야 직성이 풀리는 분출형,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고 의견 충돌을 피하며 세심한 부분까지 신경 쓰는 수용형, 남의 말을 잘 듣고 감정 표현에도 능하며 임무와 원칙에 충실한 신념형, 주인의식이 강하고 스트레스를 받을 때 오히려 최고의 기량을 발휘하는 해결형 이렇게 나뉩니다. 여기서 포인트는 누구든 한 가지 유형에만 속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나는 평소에 신념형이자 수용형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상황에 따라 분출형의 모습을 보일 수도 있다는 것이지요. 이처럼 우리 안에는 여러 가지 감정이 다양한 수준으로 존재합니다. 그러니 상황에 따라 내가 어떤 감정 유형이 되는지를 인정하며 조절하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여러분은 이 중 어떤 유형에 속하나요? 이 책에 나와 있는 방법들을 읽고 실천해보면서 스스로 감정의 주인이 되는 법을 찾아보세요. 감정이 편해야 일이 잘되는 건 당연지사, 분명 내일 아침 출근하는 발걸음이 조금은 가벼워져 있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크리에이터의 책 3권

관계의 힘

 

한경BP 발행
레이먼드 조 지음

직장생활의 일과 인간관계를 한 편의 소설처럼 스토리텔링으로 풀어내며 우리가 얼마나 소통하지 않고 살아가고 있는지를 돌아보게 한다. 인생에서 행복을 결정짓는 질문, “자신의 일에 얼마나 만족감을 느끼는가?”, “자신과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가 좋은가?”에 대한 해답을 스스로 찾아볼 수 있다. 결국 관계야말로 상처지만 행복이며, 만 명의 인맥보다 한 명의 친구가 더 소중하다는 진리를 일깨운다.
 

책은 도끼다

 

북하우스 발행
박웅현 지음

‘책이란 무릇, 우리 안에 있는 꽁꽁 얼어버린 바다를 깨트려 버리는 도끼가 아니면 안 되는 것’이라는 카프카의 말을 인용하며, 우리의 사고와 태도에 변화를 줄 수 있는 책읽기를 권한다. 다양한 분야의 책들을 깊이 있게 읽고 '보는 눈'을 기르면, 주위의 사소한 것들을 다른 시선으로 볼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자신에게 울림을 줬던 것들을 찾아볼 것을 권한다. 그것이 바로 일상에서의 창의성이라고.

 

회복탄력성
위즈덤하우스 발행
김주환 지음

고난이나 시련을 긍정적인 힘으로 바꾸는 ‘회복탄력성’을 대중화시키며, 치열한 삶을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필요한 지침을 알려준다. 우리의 삶은 크고 작은 시련과 역경의 연속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들에게 절실히 요구되는 회복탄력성을 키우는 구체적인 방법을 알려주고 그를 실행하는 노력을 보여줌으로써 일상에서의 행복이 무엇인지 이끌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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