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방을 창조처럼 창조를 모방처럼

훔쳐라 아티스트처럼_ 오스틴 클레온                                                          기고자 : Question Artist  김태균

“해 아래 새것은 없다.” (전도서 1:9)

오늘은 먼저 영화 이야기를 하나 하겠다.
고등학교 시절 최민수와 독고영재가 주연한 ‘헐리우드 키드의 생애’ 라는 영화를 본 적이 있다. 무명의 시나리오 작가, 병석의 작품이 어린 시절 친구이자 영화감독인 명길에 의해 영화로 만들어지고 이른 바 대박이 나게 된다. 급기야 그 작품은 한 영화제에서 각본상까지 수상하게 된다. 그러던 중 영화를 연출한 감독에 의해 놀라운 비밀이 밝혀지게 된다. 바로 그 작품에 나오는 모든 대사들이 작가가 평생 동안 보아 온 수백 편의 헐리우드 영화들에서 짜집기해 온 것이라는 사실이다. 더 충격적인 것은 당사자인 작가조차도 자신이 표절을 했다는 사실을 모른 체 스스로에게 속아왔다는 것이다.

이 책 ‘훔쳐라, 아티스트처럼’의 관점에서 보면 주인공 병석은 창작을 한 것이 맞다.

     
 
 영향을 받은 사람이 딱 한 사람뿐이라면 세상은 당신을 제 2의 누구누구라고 칭할 것이다. 하지만 수백 명을 베낀다면 세상은 당신을 오리지널로 떠받들 것이다. 스타일을 훔칠 게 아니라 스타일 너머의 생각들을 훔쳐야 한다. 영웅들처럼 보여서는 안 된다. 영웅들처럼 보아야 한다. (p.44)
 내가 늘 꿈꿔온 롤모델처럼 되는 것, 그것에 실패함으로써 우리는 존재감과 독창성을 갖게 된다. (p.49)
 시작할 땐 가짜일지언정 마지막엔 진짜가 돼라. 글렌 오브라이언 (p.38)
 

요즘처럼 지적 재산권의 개념이 일반화 된 사회에서 다소 논란의 여지가 있을 법 한 생각이다.
그렇지만 다시 한번 생각해보면 우리 인간이 세상에 태어나서 사는 동안 모방 없이 살아갈 수 있을까? 아이를 키우다 보면 모방은 차라리 인간의 본능에 가깝다는 생각이 든다. 말을 배우고, 두발로 걷고, 숟가락으로 밥을 떠먹는 모습들은 흉내 낼 대상이 없다면 불가능한 것이다. 단지 아이들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는 아니다. 운전하는 김여사, 야구선수 칠봉이, 직장의 신 미스 김 등 우리 생활 속에서 만나게 되는 수많은 캐릭터들 역시 그들의 시작은 모방이었을 것이다. 뇌 과학에서는 이런 인간의 모방 본능을 거울뉴런이라는 신경세포로 증명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우리가 누군가를 아무리 모방을 하려 해도 그 대상 자체가 될 수는 없다는 사실이다. 분명 이것은 인간이 가지는 축복일 것이다. 결국엔 실패할 수 밖에 없는 모방이기에 우리는 세상에서 하나뿐인 존재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요즘 인기를 끌고 있는 노래경연 프로그램인 히든싱어에 출연한 가수 신승훈이 자신도 무명시절 모창 가수였다는 말을 하면서 여러 사람을 흉내 내다 어느 순간 자신만의 목소리를 찾을 수 있게 되었다며 모창 도전자들을 격려하는 이야기를 들었다. 아마도 참가자들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진정성이 느껴지는 멘토의 말에 큰 힘을 얻었을 것이다. 모방은 결코 부끄러운 것이 아니다. 오히려 따라 하고 싶은 롤 모델 하나 없이 살아가는 것이 더 부끄러운 삶일 수 있다.
모방은 진정한 자신을 찾아가는 데 있어 중요한 하나의 과정이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세상은 흉내 낼 대상들로 넘쳐나는 보물창고이다. 그 대상은 위인전에나 나오는 위대한 인물일 수도 있고 노자가 말한 물처럼 자연일 수도 있다. 아니면 자신의 소소한 꿈을 이루고자 노력하는 우리 이웃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만약 자신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대상이 있다면 그것이 무엇이든 따라 해보자. 그리고 그가 따라 하는 또 다른 대상이 있다면 그도 모방하자. 되도록 많은 대상을 흉내내보는 것이다. 누군가가 조용필을 흉내내면 제2의 조용필이 되겠지만 그 목소리에 조용필, 임재범, 김건모, 이승철 등을 동시에 담아 낼 수 있다면 그는 더 이상 제 2의 누군가가 아닌 또 다른 제 1의 존재가 되는 것이다.

‘나는 남들과 어떻게 다른가?’를 고민하는 우리들이 그 답을 찾기 위해 먼저 해야 할 질문은 바로 ‘나는 누구를 닮고 싶은가?’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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