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 개봉한 '명량'(감독 김한민)은 17,611,849명의 관객수를 기록하며 2014년 최고 흥행영화 1위를 차지했다. 이처럼 '명량'은 이순신 열풍을 고조시키며, 우리 시대 필요한 참된 리더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그렇다면 빠르게 돌아가는 각박한 시대, 우리에게 필요한 리더는 누구이며, 또, 그 리더에게 필요한 자질과 덕목은 무엇일까? 이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TBS 김홍국 보도국장은 수년 동안 넬슨 만델라의 리더십과 덕목을 분석해 책을 펴냈다. 진정한 리더를 조명한 '넬슨 만델라, 위대한 조정자'의 저자 김홍국 국장을 만나, 이 시대의 필요한 리더의 자질에 대해 들어봤다.

 

▲ 김홍국 보도국장이 '넬슨 만델라, 위대한 조정자'를 들고 웃고 있다.

독서를 통해 인문학적 지혜를 찾아야 할 때
김홍국 국장은 일간지 기자 출신으로 한국기자협회에서 주최한 '이 달의 기자상'을 몇 차례 수상한 잔뼈 굵은 언론인이다. 현재 보도국장으로 재직하고 있는 김 국장은 여전히 저널리즘 정신에 입각해 시청자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주기 위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정치, 경제, 사회부 등 다양한 분야를 두루 거친 그는 자신의 원동력으로 '독서'를 꼽고 있다.

"좋은 책을 읽자는 주의에요. 기자들은 항상 바쁘고 일상에 쫓기니깐 책 읽기가 힘들어요. 또 혼자 읽으려고 하다 보면 생각만큼 잘 안되고, 그래서 회사에서 독서동아리 모임을 만들었어요. 기자들이 필요한 저널리즘 정신을 비롯해 정치, 경제, 사회 이슈 등에 대해 논의하기도 하고 이를 통해 구성원들의 조화를 이루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김 국장은 독서동아리 모임으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를 통해 도출된 의견이나 지식 등을 사회에 공유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그는 정치, 경제 등을 심도 있게 공부했으며, 이를 사회에 나누기 위해 여러 권의 책을 집필했다. 특히 그는 "기자를 하면서 현장에서 배우고 기록한 것을 그냥 지나치면 개인적으로 끝나지만 책으로 기록하면 사회적 자산으로 남을 것"이라며 "책 집필은 지식인으로서 해야 할 몫"이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김 국장의 신념은 지난해 12월에 출간한 '넬슨 만델라, 위대한 조정자'에 고스란히 나타나 있다. 20년 전인 1995년 정치부 기자로서 국회를 출입하며 취재할 당시, 한국을 처음 방문한 넬슨 만델라의 연설을 직접 들은 후, 만델라의 일생을 되돌아보며 많은 생각에 잠겼다고 회상했다. 이어 2001년 두번째 한국을 방문한 만델라의 리더십과 조정능력을 보면서 그의 삶을 본격적으로 조명하기 시작했다. 김 국장이 만델라를 조명한 이유는 "몸소 민주주의를 실천한 인물"이기 때문일 터.

"만델라는 감옥에 있을 때도 흑인들의 권리를 위해 자신의 몸을 희생한 인물이에요. 풀려났을 당시에도 여전히 흑인과 백인의 갈등이 고조됐을 때이죠. 만델라는 흑인과 백인의 갈등을 소통을 통해 풀기 위해 노력했음은 물론 인권의 가치를 부양하고 사회 갈등을 통합시키려고 노력한 분입니다. 특히 그는 20세기를 대표하는 리더라고 생각하는데요. 그의 일대기를 살펴 보면 우리가 알지 못하는 강한 통치력과 조정의 힘, 협상능력 등이 있어요. 이는 21세기 대한민국 사회에서 가장 필요한 지도자의 덕목이라고 생각해요. 지도자가 제 몫을 하지 못하면 사회는 결국 혼란 속에 빠지잖아요? 만델라는 위기의 시대에 서 인권의 가치를 부양하고 사회 갈등을 통합했죠. 넬슨 만델라를 통해 소통, 협상, 조정 등의 키워드를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민주주의와 평화, 인권 이 모두를 위해 활약한 저명인사는 넬슨 만델라가 유일무이할 터다. 이에 김 국장은 만델라를 가장 위대한 정치가로 꼽고 있으며, 어지러운 사회에서도 큰 모델이자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고 있다.

한국인의 눈으로 바라본 넬슨 만델라
국내에도 넬슨 만델라에 관한 책은 여러 권 있지만, 대부분 해외저자들의 번역서이거나 아동용 위인 전기에 국한돼 있다. 넬슨 만델라의 삶과 민주주의 지도자 등 만델라라는 인간에 초점을 맞춰 조명한 책은 최초일 것이다. 김 국장은 이 책을 통해 넬슨 만델라의 '협상력'과 '관용의 철학'을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다.

극단적인 인종차별정책(Apartheid)이 시행됐던 남아공에서 '민주화의 상징'이자 '자유투사의 전설'로 불렸던 만델라는 1918년 남아프리카공화국 한 부족의 족장 아들로 태어나 변호사로서의 안락한 삶을 거부하고 백인 정권의 흑백 차별 정책에 맞서 싸웠다. 아프리카민족회의(ANC)를 이끌며 백인 정권의 탄압에 맞섰던 만델라는 무장투쟁을 주도한 혐의로 종신형을 선고 받아 무려 27년 동안의 옥살이를 해야 했다.

그러나 그는 1990년 70세가 넘은 나이로 석방된 뒤 보복이나 숙청 대신 대화와 타협으로 탄압의 주동자들을 포용하고 용서했다. 또 당시 데 클레르크 정권과 인종차별 철폐에 합의하면서 남아공의 통합을 이뤄냈다. 자칫 파국으로 치달을 수 있었던 상황을 뛰어난 조정․협상력으로 반전시키며 평화를 가져온 것이다. 21세기는 경청과 소통, 공감과 협상이 중요한 민주주의의 시대인 가운데, 이 같은 시대에 조정, 화해를 추구하는 '만델라다움'은 정치 지도자의 가장 주요한 덕목이 아닐 수 없다.

 

▲ 김홍국 보도국장이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김 국장은 책 집필을 위해 만델라와 관련된 100여 권의 국내외 서적과 논문, 수백 편의 동영상을 분석해 만델라의 삶을 정리했다. 그 결과 만델라의 조정자로서의 7가지 리더십을 발견했다.

첫째, 지도자는 명확하고 통찰력 있는 비전을 가지고 업무를 추진해야 한다. 27년간 감옥에 갇혔다가 풀려난 만델라가 세운 아파르트헤이트 철폐, 남아공 개혁, 흑백과 유색인종이 어울려 사는 무지개 국가 등의 비전은 국민들의 참여와 효율적인 과거 청산을 통해 성공적인 결과를 낳았다.

둘째, 지도자는 의사결정을 할 때 민주적인 의사수렴 과정을 거치면서도 성공적인 결과를 낳아야 한다. 만델라는 대통령 취임 후 백인들의 동참을 이끌어내기 위해 쉼 없는 노력을 기울였다. 그가 럭비월드컵을 통해 백인들의 의구심을 극복하며 동참을 이끌어낸 이야기는 영화(인빅터스)로도 제작될 만큼 유명하다.

셋째, 지도자는 권한위임에 능해야 하고, 과거와 같은 독단적이고 권위적인 결정을 해서는 안 된다. 만델라는 단호하면서도 치밀했고, ANC에 즐비한 여러 투사들을 잘 아울렀다. 또한 스스로 위험을 무릅쓰고 백인 정부와의 협상장에 나서서 데 클레르크 대통령을 설득했고, 혈기왕성한 무장투쟁 세력을 잘 달래서 흑백 인종의 화합을 이뤄냈다.

넷째, 지도자는 국민통합에 나서야 한다. 남아공은 최악의 인종 갈등과 차별을 겪은 나라였지만, 인종차별정책 최악의 희생자인 만델라가 화합과 관용을 슬로건으로 내걸면서 성공적인 화합을 이끌어냈다.

다섯째, 의회민주주의 체제에서 지도자는 입법 기술이 뛰어나야 한다. 만델라는 헌법과 법률을 잘 만드는 것이 왜 중요한지를 자주 이야기하곤 했는데, 대통령 재임 기간에 그는 과거 청산과 새로운 정부 운영을 국민의 편에서 입법화시켰고, 이는 침체했던 남아공 경제와 사회를 성공적인 길로 이끌었다.

여섯째, 지도자는 소통 기술이 뛰어나야 한다. 만델라는 언론과의 기자회견이나 인터뷰를 통해 국정의 성과와 문제점을 국민들에게 설명했고, 잘못된 비판이나 왜곡된 보도에는 단호하게 대처했다.

일곱째, 리더는 국제적인 인정과 협력을 받아낼 수 있는 국제감각과 지명도를 지녀야 한다. 만델라는 세계 최장기 복역을 한 자유투사이자 노벨평화상 수상자라는 국제적 지명도를 적극 활용해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남아공뿐 아니라 아프리카와 지구촌의 평화와 민주주의를 위해 헌신했다.

김 국장은 "이처럼 만델라의 삶에서 일관된 철학과 가치는 휴머니즘, 민주주의, 통합주의, 관용주의, 긍정적 낙관주의였다"고 강조했다.

"타고난 협상가였던 만델라는 이런 가치관을 바탕으로 삶의 난관에서 마주친 고난을 헤쳐 나가는 다양한 난관 돌파 전략을 사용하면서 협상을 성공적으로 이뤄나갔습니다. 이러한 사례를 통해 '위대한 조정자'가 될 수 있었다고 봅니다.

그는 이어 "만델라가 세상의 존경을 받는 또 다른 이유는 가해자에 대해 화해와 용서라는 원칙을 현실에서 실천한 위대한 관용정신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1994년 5월 10일, 만델라 대통령의 역사적인 취임을 계기로 과거사 청산 작업에 대한 사회적 촉구의 목소리가 높았다. 아파르트헤이트 시절, 전체 인구의 16%에 불과한 백인들이 84%의 흑인을 비롯한 유색인을 지배하기 위해 자행한 살인과 고문, 납치 등 반인권 범죄의 진상을 밝히는 동시에 흑인과 백인이 공존하는 새로운 미래를 열어야 한다는 범사회적 필요성이 제기된 것이다. 그러한 사회적 요구로 만들어진 기관이 바로 '진실과 화해위원회(TRC)'다. 

"'만델라 식 해법'으로 불린 TRC는 '망각에 대항한 기억의 전쟁'이라는 별칭에서 보듯 사실에 대한 진상규명 작업은 철저히 하되, 법적, 도덕적 책임에 대해서는 광범위한 사면과 화해를 추구한다는 핵심 원칙을 갖고 있습니다. 이 해법은 불법, 반인권 침해행위를 한 가해자에 대한 처벌과 응징에 초점을 맞추지 않았다는 점에서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가해자와 피해자가 공존할 수밖에 없는 엄연한 현실과 추악한 과거사 규명의 필요성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성취하기 위한 절묘한 타협 모델로 평가 받고 있죠"

TRC가 이처럼 과거사 진상 규명과 화해의 세계사적 모델이 될 정도로 큰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것은 TRC의 취지와 활동 내용이 피해자의 가해자에 대한 보복을 위한 과거사 조사가 아니라 진상규명을 통해 피해자에게는 명예를 회복하게 하고, 가해자에게는 참회를 통해 화해할 수 있게 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기 때문이다. 이 같은 진상 공개를 통한 보복 없는 과거사 청산 작업은 아파르트헤이트 반대투쟁을 이끌었던 넬슨 만델라가 대통령에 취임해 단결과 화합을 강조하고 조정자적 리더십을 발휘함으로써 가능한 일이었을 터다.

"이렇듯 만델라는 가해자에 대해 화해와 용서라는 원칙을 실천한 관용정신이 깃든 인물이었죠. 27년 동안 감옥에 갇혀 있으면서 어머니가 돌아가고, 사고로 큰아들을 잃는 등 개인으로서 많은 고통을 받았죠. 하지만 마지막까지 탄압받는 인종을 대표해서 힘을 썼기에 현재 '성자'라는 칭호를 받고 있는 것이 겠죠?"

넬슨 만델라의 정신을 많은 사람들이 알았으면 좋겠다는 김 국장은 특히나 젊은 세대에게 책을 추천해주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만델라가 보여준 리더십을 비롯해 적재적소에서 싸울 수 있는 투쟁능력과 사령관이 돼서 보여준 협상력 등은 젊은이들이 보고 배워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27년 동안 감옥에 있었지만 좌절하지 않고 끝까지 이겨내는 힘은 우리가 보고 본받아야 마땅하다고 봐요. 특히 만델라가 했던 말을 되돌아보면 주옥 같은데 이를 통해 지혜와 지식을 얻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사회 양극화가 심해져 취업, 결혼, 삶 모든게 어렵잖아요. 이러한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얄팍한 처세술보다는 다양한 지혜를 배우고 익혀야 하는데, 이에 적합한 인물이 만델라라고 생각해요"

특히 그는 "불통 리더십을 보여주는 리더들이 있는데 현대에는 이러한 리더십은 필요하지 않다. 이들과 비교하면 만델라는 가장 극적이고 삶의 향기를 느낄 수 있는 인물"이라며 "만델라의 삶은 우리에게 많은 조언을 전달해주고 있다"고 역설했다.

이어 마지막으로 김 국장은 향후 계획에 대해 언급했다. 넬슨 만델라뿐만 아니라 독일의 앙켈라 메르켈 총리, 프란치스코 교황 등 우리가 존경하고 배워야 할 여러 명의 리더들의 리더십과 통치력 등을 분석한 책을 준비하고 있다고.

 

▲ '넬슨 만델라, 위대한 조정자' 표지 이미지

"우리사회는 지식이 너무 약해요. 넬슨 만델라 책을 준비하면서 관련된 자료를 찾으려고 했는데 너무 힘들더라고요. 가까운 일본만 해도 관련된 자료가 수십 편에 달하는데…이런 점이 안타까웠죠. 지식의 폭을 늘리기 위해서 지식인들이 많은 정보를 제공하고 되돌려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지식인들이 노력하고 앞장서야 다음 세대들이 이를 이용해, 더 좋은 사회로 만들겠죠?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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