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무 잎사귀 뒤쪽 마을'(안도현 저, 실천문학사)
안도현 시인은 유년 시절, 봄이면 진달래꽃을 따먹고, 뻐꾸기 소리를 듣고, 올챙이 뒷다리가 나오는 것을 지켜보고, 때로는 강물 위로 물 수제비를 뜨거나 저녁 별을 바라보다가 잠들곤 했다. 안도현 시인은 말과 사물을 도구 삼아 즐겁게 시를 만든다. 그렇게 시인이 창조한 정겨운 시어들은 독자들에게 사물과 언어에 대한 애정을 주고 말 놀이의 즐거움을 깨닫게 해 준다. <눈>이라는 시에서 눈은 '돌담 아래 쌓인 눈'이 되고, '꽃을 피우려고 점점 커지는 꽃눈'이 되며, '마루 밑에서 새끼들을 내려다보는 누렁이의 눈'과 '어미를 올려다 보는 강아지들의 눈'이 된다. 어느 한적한 시골집 돌담 아래에 눈이 쌓여 있고, 하얀 눈은 조용히 쌓였다가 소리 없이 녹는다.

그리고 마당 안에 피어 있는 목련 가지에는 하얀 눈이 쌓이고 점점 커져 볼록한 꽃눈이 되어 있다. 추운 마루 밑에는 누런 어미 개와 어린 강아지들이 있다. 어미 누렁이는 새끼들을 지긋이 바라보고 있고, 동시에 강아지들은 동그란 눈으로 어미를 올려다 보고 있다. 추운 날의 풍경이지만, 마음이 훈훈해지는 따뜻한 겨울 풍경이다.

<나무 잎사귀 뒤쪽 마을>에는 달팽이가 기어 다니는 길이 있고, 과속을 단속하는 교통 경찰은 없다. 나무 잎사귀 뒤쪽 마을에는 학교도 안 가고 자기 집 베란다에서 하루 종일 그네를 타고 노는 거미가 살고, 물론 거미는 과외를 받은 적이 없다. 그래서 나무 잎사귀 뒤쪽 마을에서 시인은 순수한 호기심으로 자유롭게 말 놀이를 하고 동시를 쓸 수 있었다.

안도현 시인은 '시인이란 밤 하늘의 별에다 이름을 붙여주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시인에 의하면, 밤마다 같은 자리에서 반짝이는 이름난 별보다는 아직 붙지 않은 낯선 별에 호기심을 보내는 사람이다. 시인이 동시를 쓰면서 어린이로 돌아간 것처럼 독자들은 안도현 시인의 동시를 읽으면서 어린이로 돌아가는 경험을 하게 된다. 그리고 그의 동시들을 통해 순수하고 즐거운 말놀이 공간을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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