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을호의 베스트셀러'에서 선정된 첫 번째 도서는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마이클 샌델 저, 안기순 역, 마래엔 아이즈베리)이다. 혹자는 자본주의 시대, 돈이면 안 되는 것이 없다고 한다. 교도소 감방 업그레이드 1박에 82달러, 미국으로 이민할 수 있는 권리 50만 달러, 인도인 여성의 대리모 서비스 6250달러, 대기에 탄소를 배출할 권리 1톤에 13유로 등 세상에 돈이면 안 되는 것들이 날로 늘고 있다. 그렇다면 돈이 없다면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이에 대한 답 역시 'OK'다. 책을 한 권 읽을 때마다 2달러, 이마에 홍보 문신을 새겨 광고하기 777달러, 제약회사의 약물 안전성 실험대상 되기 7500달러, 용병으로 아프가니스탄 전투에 참가하면 1천 달러를 벌 수 있다. 앞서 말한 이야기는 국내 '정의'열풍을 몰고 왔던 하버드 대학교의 마이클 샌델 교수의 또 다른 저서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에서 던진 화두들이다. 이번 '김을호의 베스트셀러'에서는 도덕적 한계와 시장지상주의의 맹점을 파헤친, 제목마저 도발적인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에 대해 말한다.

 

 

안녕하세요. 김을호의 베스트셀러의 진행자 사단법인 국민독서문화진흥회 회장 김을호입니다. 이번에 소개할 책은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입니다.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에서는 시장가치가 교육․환경․가족․건강․정치 등 예전에는 속하지 않았던 삶의 모든 영역 속으로 확대되어 돈만 있으면 거의 모든 것을 살 수 있는 시대가 되었음을 비판했습니다. 이쯤에서 생기는 의문이 있습니다. 시장에서 일어나는 자유로운 거래는 과연 언제나 옳은 것일까요?

또, 샌델은 최근 수십 년 동안 우리도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이 사회가 '시장경제'에서 '시장사회'로 옮겨갔다고 진단합니다. 시장경제에서의 시장은 재화를 생산하고 부를 창출하는 효과적인 '도구'인 반면, 시장사회는 시장가치가 인간 활동의 모든 영역으로 스며들어간 일종의 '생활방식'이죠. 이렇듯 시장에서 거래되지 않았던 영역에 돈과 시장이 개입하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이스라엘의 어린이집에서는 아이를 늦게 데리러 오는 부모들이 많아지자 벌금제도를 도입했습니다. 하지만 아이를 늦게 데리러 오는 부모의 수는 줄어든 것이 아니라 오히려 늘어났습니다. 그 이유는 아이를 늦게 데리러 올 때 느꼈던 죄책감이 요금을 지불하고 누릴 수 있는 '서비스'로 변질된 것입니다. 사람은 인센티브에 반응한다고 믿는 일반 경제학의 논리에 비추어본다면 매우 당황스러운 결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아이들의 성적 향상을 위해서 책을 읽을 때마다 약간의 돈을 주는 것은 어떨까요? 단기적으로 아이의 독서량은 늘릴 수 있겠지만 아이는 독서를 돈을 벌기 위한 수단쯤으로 생각하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는 즐거움을 위한 책 읽기가 돈벌이의 수단으로 대체되는, 도덕적으로 타협된 일종의 뇌물이라고 할 수 있죠.

어떤 이는 감옥에 가는 면죄부를 팔아 그 돈으로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주면 좋은 일이 아닐까라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대학 입학자격을 팔아서 형편이 안 되는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주면 모두에게 이롭지 않을까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죠. 평등하거나 강압에 의한 거래만 아니라면 시장을 통한 자원의 효율적 배분이 모두에게 이롭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의 저자 마이클 샌델은 성, 입학자격, 교육, 환경 등 전통적으로 시장의 영역에 포함되지 않았던 것들까지 돈으로 사고팔면 그 가치가 훼손되거나 변질된다고 반박합니다.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에서는 다양한 사례와 치밀한 철학적 사고논증으로, 돈으로 사고 팔 때 원래의 가치와 목적이 훼손되는 재화는 시장에 맡기지 말아야 한다는 결론을 이끌어냅니다.

▲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샌델은 시장지상주의가 지난 수십 년간 이 사회를 지배하게 된 것은 우리 스스로 도덕적 믿음을 공공의 장에 드러내 보이기를 두려워한 나머지 시장의 영역에 무엇이 속하고 속하지 않는지 질문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진단합니다. 샌델은 이 책을 이렇게 끝맺습니다.

'시장을 제자리에 놓을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은, 우리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회 관행과 재화의 의미에 관해 솔직하게 공개적으로 숙고하는 것이다. 이런저런 재화의 의미에 관해 논쟁하는 것을 넘어, 좀 더 큰 의문을 던져야 한다. 우리는 어떤 사회에서 살고 싶은가?' 지난 금융위기 이래 시장지상주의의 참혹한 결과가 드러난 지금이야말로 시장과 시장의 역할에 대한 냉철한 도덕적 판단을 내려야 할 때입니다. 그의 대표작 '정의란 무엇인가'와 함께 참으로 시의 적절한 책이 아닐까 싶습니다.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마이클 샌델 저, 안기순 역, 마래엔 아이즈베리)이다.
이 책의 내용은 2012년 봄학기부터 'Markets & Morals'라는 이름으로 하버드대학교 철학강의로 개설되었고 강의 첫날, 수강신청에 성공하지 못한 학생들도 몰려드는 바람에 더 넒은 강의실로 장소를 옮겨 강의하는 해프닝까지 벌어졌다. 이 책은 마이클 샌델 1998년 옥스퍼드대학교의 '인간 가치에 관한 태너 강의'에서 논의한 '시장과 도덕(Markets & Morals)'에서 출발했으며, 2000-2002년 카네기 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으면서 더욱 진전되었다. 2009년 BBC 라디오 4가 주최하는 리스 강연(Reith Lectures)에서 시장의 바람직한 역할에 대한 강의로 많은 청중을 감동시켰고, 2011년 세계지식포럼과 2012년 SERI CEO 강연, 채널A의 특별토론 '공생발전과 정의'를 통해 국내 지식인과 오피니언 리더들에게도 시장지상주의의 한계를 짚어보는 계기를 마련해주었다.

이 책은 마이클 샌델이 시장의 도덕적 한계에 대해 15년간 철저히 준비하고 고민하여 완성한 역작이다. 이 책에서 다루는 것은 시장논리가 사회 모든 영역을 지배하는 구체적인 사례들을 통한 시장만능주의의 자화상이다. 저자는 시장의 무한한 확장에 속절없이 당할 것이 아니라 공적 토론을 통해 이 문제를 깊이 고민하고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이 책은 샌델 특유의 문답식 토론과 도발적 문제제기, 그리고 치밀한 논리로 일상과 닿아 있는 생생한 사례들을 파헤치며 시장을 둘러싼 흥미진진한 철학논쟁으로 독자를 안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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