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를 자른다는 것은 자유롭고 싶은 인간의 본성을 억누르는 짓'이라며 학교의 두발 규제에 저항하는 주인공 송일호는 '두발규제 폐지'라는 피켓을 들고 학교 앞에서 일인 시위를 벌인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일호의 할아버지는 삼대 째 100년 동안 가업을 이어 온 대한민국 최초의 태성이발소에서 사람들의 머리를 깎아 주는 이발사이시다.

학교에서 별명이 범생이 일호로 통하는 송일호는 어쩔 수 없이 할아버지 덕에 늘 단정한 두발을 하고 다니지만 절대로 본인이 원해서는 아니다. 할아버지는 열일곱 살의 머리카락에는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욕망이 뒤엉켜 자라고 있어 그것들이 세상 밖을 기웃거리기 전에 무질러야 한다고 믿는 것처럼 늘 일호의 머리카락을 단정하고 짧게 이발을 해 주셨다. 그런데 범생이 일호는 어째서 '두발규제 폐지'라는 일인 시위를 벌이게 된 것일까?

▲ '열일곱살의 털'

그 이유는 너무 물컹하거나 너무 단단하기 때문이다. 본인의 고백처럼 힘 조절이 안 되었던 것이다. 사건의 발단은 체육선생 메독(미친 개 라는 뜻)이 학교 친구의 두발을 단속하는 과정에서 그 아이 머리에 라이터를 들이대면서였다. 일호는 순간 그 체육선생의 행태가 매우 비인간적으로 보였고 인간의 존엄성을 짓밟는 행위로 보였다. 그 순간 자신도 모르게 라이터를 빼앗아 던져 버렸고 체육선생의 다리를 붙잡고 한바탕 실랑이를 벌이면서 사건은 송일호에게 극적으로 불리하게 내달린다. 이 책에는 삼대 째 가업을 이어오는 할아버지의 신념과 고민 등이 신세대를 살아가는 손자의 시선으로 잔잔하게 그려져 있다.

100년 된 태성이발관의 역사를 할아버지들이 들려주는 정사와 할머니들이 들려주는 외사 이야기로 누가 진실이냐는 공방도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강직하게 이발소를 지키는 할아버지, 자유를 찾아 일호가 태어나기도 전에 가출을 했던 아버지, 겉으로는 범생이 이나 속으로 단단함을 꿈꾸는, 그러나 무모한 용기로 열일곱이라는 나이를 겨우 버티고 있는 일호까지 삼대의 좌충우돌 삶과 애증이 잘 버무려져 조화로움을 찾아가는 이야기가 가슴 훈훈하게 한다.

열일곱 살의 털, 머리카락으로  모든 사건이 발발했지만, 일호는 이 일련의 일들을 겪으며 친구들과의 우정, 내적 갈등과 고민, 가족과의 화합 등 성장하는 십대의 삶을 좌충우돌 건강하게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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