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어떻게 살아야 행복할 수 있을까?

심리학 나 좀 구해줘 _ 폴카 키츠, 마누엘 투쉬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 보자. 당신은 감정에 얼마나 솔직한 편인가? 지금 어떤 기분이고 어떤 느낌이 드는가? 당신은 당신의 감정과 기분, 느낌을 있는 그대로 표현해 본 적이 있는가? (p.66)

 

나는 대학에서 심리학을 전공했다. 지금이야 심리학에 대한 관심이나 이해가 대중화되어 있지만 그 시절에는 심리학을 점성술 정도로 생각해서 졸업하면 철학관을 차릴 거냐는 비아냥을 심심치 않게 겪어야 했었다. 지금도 최면술이나 연애 상담처럼 심리학에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것과는 달리 심리학은 생물학이나 뇌과학, 그리고 통계를 바탕으로 하는 굉장히 과학적인 학문이다. 쉽게 이야기 하면 심리학이란 비슷한 상황에 처했던 과거 수많은 사람들의 공통된 행동방식을 찾아내고 그 기저에 숨겨진 마음의 법칙을 찾아내는 행동의 통계학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럼 여기서 잠깐 일상 속에 숨어 있는 심리학을 몇 가지 살펴보자.


 반쯤 차 있는 컵은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말해준다. (Framing)
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 (사회적 비교 이론)
 예쁜 여자는 성격도 좋고, 또한 지적일 것이다. (후광효과)
 생생하게 꿈꾸면 이루어진다. (자기 충족적 예언)
 사람들은 끼리끼리 논다. (유사성의 원리)

이 밖에도 수많은 행동의 기저들을 부지런한 심리학자들이 실험을 통해서 이미 밝혀냈다. 이제는 서점에 잠깐 들르기만 해도 쉽게 풀어 쓴 심리학 서적들을 수도 없이 찾아볼 수 있다. 아마도 1970년대 이후 빠른 산업화와 경제적 성장을 이뤄오던 우리 사회가 90년대 후반 IMF를 겪으면서 삶의 의미와 자아에 대한 불안이 자연스럽게 심리학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기 때문일 것이다.
 

▲ Question Artist 김태균
각각의 상황은 다 다르겠지만 우리는 결국 심리학을 통해 “대체 나란 사람은 어떻게 해야 행복할 수 있을까?” 라는 질문에 답을 찾고 싶은 것이다. 이 질문에 답을 하기 위해 위에서 인용한 속담을 들어 이야기 해보자. 우리는 왜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픈 것일까? 지난해 삼성의 영업 매출이 최상 최고치를 갱신했다는 뉴스를 여러 번 접했을 것이다. 아마도 대부분은 “그런가 보다.’ 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겼을 것이다. 그러면 이제 상황을 바꿔보자. 오랜 만에 초등학교 동창회에 나갔다. 그런데 예전에는 지지리 궁상이던 친구 녀석이 비싼 외제차에 명품 시계나 가방을 들고 나타났다. 곁으로 내색하지는 못하지만 실제로 배가 아파온다. 사실 우리는 불안을 느끼면 소화불량이나 복통을 느낀다. 이제 왜 사촌이 땅을 사면 내가 배가 아파오는지를 알 수 있다. 자신과 다른 세계에 살고 있다고 생각하는 재벌가들의 삶은 아무리 호화스럽더라도 우리를 불안하게 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자신과 비슷하거나, 못하다고 생각했던 이들이 자기보다 조금이라도 나은 모습을 하고 나타나면 ‘내가 혹시 잘못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라는 불안을 느낀다. 그리고 그 불안감은 방금 전까지 괜찮았던 우리 삶을 불행하게 만들어 버린다. 이와 관련된 심리학 실험의 예를 하나 들어보자. 피험자들에게 물었다. “A라는 나라에서는 연봉 5000만원을 받을 수 있고 B라는 나라에서는 연봉 5억 원을 받을 수 있다. 어디에서 살고 싶은가?” 너무나도 당연한 걸 묻는 질문이다. 다음의 조건이 없다면 말이다. 만약A 나라의 평균 연봉은 3000천 만원이고 B나라의 평균 연봉은 10억이라면 어떻겠는가? 대부분의 피험자들은 A를 택했다. B나라에서 훨씬 더 많은 돈을 받을 수 있음에도 말이다. 이 실험을 통해서 우리는 불안의 첫 번째 원인이 상대적 박탈감임을 알 수 있다. 그럼 그 박탈감을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자신을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분리해서 바라 보는 것이다. 사람은 반드시 스스로 업신여긴 다음에 남이 업신여긴다. 맹자에 나오는 말이다. 나의 존재 가치는 남에 의해서 결정되는 것(자존심)이 아니라, 스스로에 의해 결정되는 것(자존감)이다. 사촌이 땅을 사면 그냥 그가 사는 것이다. 내가 그 땅을 사지 못했다고 그 사실을 알기 전에 나의 가치와 지금이 달라질 필요가 없는 것이다.

행복에 관련된 실험을 하나 더 소개하겠다. 환자들을 두 집단으로 나뉘고 A집단은 화분을 키우고 관리하는 것을 전적으로 환자가 혼자 하도록 하고 B집단은 환자들이 화분은 가지되 관리는 요양원 직원들이 하도록 하였다. 그리고 1년 후 두 집단의 삶의 만족도를 조사해보니 A집단이 휠씬 높았다. 심지어 그 기간 동안의 A집단의 사망률은 B집단 보다 2배나 낮았다. 화분 하나게 이런 큰 차이를 만들었던 것이다. 그럼 이제 화분을 우리 인생으로 바꾸어 위의 실험을 다시 읽어보자. 우리가 불안을 이겨내고 행복할 수 있는 두 번째 방법은 자신의 삶을 주인으로 사는 것이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자기 효능감 (Self-efficiency)이라고 한다. 우리는 가끔 식당이나 가게에서 뭔가에 화가 난 손님이 사장이나 책임자를 찾는 광경을 볼 수 있다. 그들은 왜 자신을 화나게 한 당사자가 아닌 사장이나 책임자를 불러오라고 소란을 피우는 걸까? 그것은 불만을 토로하는 손님에게 환불을 해주든, 평생 이용권을 제공해주든, 경찰에 신고를 하든 책임을 질 수 있는 사람만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하루에도 수많은 문제들과 마주하게 된다. 그 문제가 두려워 회피하거나 남 탓을 하게 되는 경우도 많다. 그러면서 ‘내 인생은 왜 이리 꼬인 걸까?’라는 푸념을 한다. 하지만 그런 푸념이나 회피로는 아무 것도 바뀌지 않는다. 인생에서 내가 허락하지 않는 일은 나에게 일어나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곰곰 생각해 보면 참 맞는 말이다. 내가 바꿀 수 있는 것은 나 자신 뿐이다. 베스트셀러가 된 무지개 원리나 시크릿의 끌어당김의 법칙의 비결이 여기에 있다. “너 때문에 내 인생이 이렇게 비참해졌다.”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계속 그런 인생을 살아야 한다. 왜냐면 그 사람은 자신의 삶에 대한 통제권을 상대방에게 넘겨버렸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세상은 그를 괴롭게 하는 ‘너’라는 존재로 가득 차 있게 마련이다. 내가 책임져야 할 일라고 인정할 수 있는 용기를 가질 때만이 우리는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그 결과 한 단계 성장할 수 있게 된다.

세상 일에 치여 살다 보면 나를 잊고 지내게 된다. 어쩌면 잊고 싶어서 바쁘게 살고 있는 지도 모르겠다. 사실 내면에 나와 마주 대하는 것은 우리처럼 자기 표현에 익숙하지 않은 문화권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두려움이다. 그래서 우리 나라의 암 발병률이 다른 나라에 비해 높은 지도 모르겠다. 공감과 소통이 중요한 시대이다. 나 자신에게도 그렇다. 내가 무엇을 생각하는지, 내가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묻고 답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영어 속담 중에
“Practice makes perfect.”라는 말이 있다. 처음에는 서로 오랜 기간 만나지 않은 사이처럼 어색할 것이다. 하지만 어색함도 잠시, 오래 지 않아 오직 나에게만 허락된 친근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바로 우리에게 나만의 심리학이 필요한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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