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갖 꽃이 만개하는 3월은 새로운 시작을 알린다. 뿐만 아니라 우리들 역시 새로운 출발선에서 새로운 삶을 맞이한다. 특히 도서관과 서점은 북새통을 이루며 독서 열기가 최고조로 달아 오르는 달이기도 하다. 이에 도서관과 서점은 독서 열풍을 이어나가기 위해 다양한 행사와 프로그램을 선보이며 대중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특히 서울시 도봉구에 위치한 도봉도서관은 초등학생들을 위한 각양각색 프로그램을 운영하여 눈길을 끌고 있다. 독서 진흥을 위해 다각도로 노력하고 있는 도봉도서관 수장 민정숙 관장을 만났다. 지난 1월, 도봉도서관 관장으로 새로운 출발을 알린 민 관장과의 이야기를 시작한다. 35년간 도서관과 인연을 맺은 민 관장은 도서관에 대한 애정을 나타내며 독서 진흥을 위한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그와의 유쾌한 대담을 시작한다.

▲ 도봉도서관 민정숙 관장이 집무실에서 업무를 보고 있다.

사서로 시작해, 관장까지 오른 도서관에 정통한 분이신데요. 어떤 계기로 도서관과 인연을 맺게 됐나요?
저는 1979년 10월 종로도서관 사서로 일을 시작했어요. 서울시교육청 21개 도서관중 열 군데 이상에서 근무하였어요. 특히 1979년 이후에 도서관들이 많이 개관했어요. 당시 어린이도서관을 비롯해 용산, 강동, 목동(현 양천도서관) 개관 업무에 참여했습니다. 개관 멤버여서 그런지 그 도서관 앞을 지나면 감회가 새롭더라고요. (웃음) 이처럼 서울시 곳곳의 도서관을 거쳐 지난 1월부터 도봉도서관으로 발령받았죠. 도봉도서관을 거쳐간 분들이 다들 "좋은 곳으로 갔다"며 축하해주셨습니다. 도봉도서관 규모가 작은 편에 속하지만 다양한 장서를 보유하고 있어서 지역주민들이 자주 찾아 줍니다. 또, 지난해에는 700여 회의 독서 관련 프로그램을 진행할 정도로 열정 넘치는 도서관입니다. (웃음).

그렇다면 도봉도서관을 대표할 만한 독서 프로그램이 있다면, 소개 부탁 드립니다.
최근 각 도서관에서 다양한 독서진흥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우리 도서관 또한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있는데 가장 중점적으로 실시하고 있는 프로그램은 '친구들과 함께 보는 북 스토리텔링'입니다. 초등학생 저•고학년을 대상으로 각 1권씩, 총 2권의 도서를 매월 동영상으로 제작하여 소개하는 프로그램입니다. 지면을 통해 책을 소개하는 형태는 많잖아요? 하지만 단순한 글자로 소개하면 초등학생들의 관심을 받기 힘들어요. 아이들은 책을 보는 것 보다 영상 보는 것이 더 익숙한 세대이기 때문에 이를 고려해서 기획한 '초등학생 맞춤형 프로그램'이죠.

초등학생 맞춤형 프로그램 '친구와 함께하는 스토리텔링'이란?
재작년 첫 선을 보인 '친구들과 함께 보는 북 스토리텔링'은 학교 생활 속, 자투리시간을 활용한 독서교육을 목표로 만들어졌습니다. 사서들이 책을 소개하는 시나리오를 작성하고 이를 바탕으로 영상을 제작하여 학생들의 흥미를 이끌어내고 있어요. 매월 주제에 맞춰 책 선정을 하고 있으며 서울특별시교육청 산하 교육연구정보원과 서울영상고등학교로부터 영상 제작 협조를 받고 있습니다.  5분 가량의 흥미로운 이야기를 통해 책에 대한 관심을 이끌어내고 있는데요 이는 곧 학생들의 독서습관으로 이어져 도서관 이용률과 독서율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요즘 아이들은 같은 책이더라도 이미지가 있는 만화책을 더 선호하잖아요? 활자로 된 책에 부담이 크니 영상으로 보여주고 있어요. 첫해에 약 20군데의 학교에서 영상 요청을 했다면 2014년에 는 250개교가 신청할 정도로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저의 바램은 서울학생 모두가 이러한 영상을 통해 독서에 대한 흥미와 독서습관이 자연스럽게 생겼으면 합니다. 우리 사서들이 시나리오를 비롯해 출연까지 하는 남다른 열정 덕분에 큰 인기를 끌 수 있었겠죠?

▲ 도봉도서관 민정숙 관장이 한국독서교육신문을 살펴보고 있다.

이처럼 도봉도서관의 '친구들과 함께 보는 스토리텔링'은 영상 제작 협조 및 사서들의 노고 덕택에 저비용 고효율 효과를 자아내고 있다.  또 1년간 140권의 책을 읽으면 완주로, 70권의 책을 읽으면 하프로 정하여 운영하는 '독서마라톤대회', 그 외에도 '독서 인증제', '사서와 함께하는 독서여행' 등 특색 독서 프로그램 운영을 통해 '책 읽는 분위기' 저변확대에 힘쓰고 있다. 더불어 도봉도서관은 연령대에 맞춘 독서회를 운영하고 있는데 '책사랑회', '초록회', '책읽는거인(중등, 고등), '울타리회', '가온북', '인문독서동아리' 등이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작년에는 인문독서아카데미 최우수 수행기관으로 선정될 정도로 다양한 인문독서 프로그램을 전개, 주민들로부터 높은 호응을 얻으며 평생학습의 장으로서의 역할에도 충실하고 있다

"도봉도서관에서는 지속적으로 명맥을 유지하며 몇 십 년에 걸쳐 독서회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는데  꾸준하게 운영되는 것이 사실 어렵거든요. 그건 독서가 생활의 일부가 됐다는 반증이거든요? 저는 몇 십 년 동안 유지된 독서회는 도서관 측에서 굳이 운영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요. 이분들은 독서가 습관이 됐기 때문에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저력이 있어요. 이에 새로운 독서회를 꾸려 이들의 운영을 도와주는 것이죠. 이분들 또한 자립적인 능력이 생기면 또 다른 독서회 멤버를 모집하고 이러한 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이어 민 관장은 "독서란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넓혀주고 통찰력과 창의적 사고를 배양하여 미래를 열어가는 삶의 역량을 키워주는 것이며, 도서관은 이와 같이 독서 진흥을 위한 가장 기본적인 역할을 하는 곳"이라며 도서관의 기본을 강조했다. 즉, 도서관은 책을 통해 사람의 역량 발전 에 긍정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지론이다. 이러한 기본이 갖춰진다면 우리 사회와 시민들의 수준 역시 자연스레 높아진다는 것.

마지막으로 민 관장은 도서관장 이전에 애독자로서 "눈에 보이진 않지만 꾸준한 독서는 우리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면서 "어렸을 땐 남의 입장에서 이해하지 못했는데 독서 덕분에 타인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어졌다"는 독서 효과에 대해 언급했다.

"오는 8월, 도봉구청과 연계해 옥상녹화사업을 시작할 예정입니다. 옥상을 하늘정원처럼 꾸며서 더 많은 분들이 더 좋은 환경에서 도서관을 이용할 수 있도록 다각도로 노력해야겠죠?"

▲ 추천도서 <순간의 꽃>
민정숙 관장의 추천도서
<순간의 꽃>(고은 저, 문학동네)
1958년 <현대문학>에 <봄밤의 말씀>, <눈길>, <천은사운> 등을 추천 받아 등단한 고은 시인의 새 시집. 제목 없이 단장들을 죽 잇대놓은 일종의 선시집으로 시인의 몸을 통해 순간순간 나눈 감응과 깨달음의 정화, 그 순정 한 관찰록을 담았다. 아무래도 미워하는 힘 이상으로/ 사랑하는 힘이 있어야겠다/ 이 세상과/ 저 세상에는/ 사람 살 만한 아침이 있다 저녁이 있다 밤이 있다// 호젓이 불 밝혀. <순간의 꽃>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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