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 쌉싸름한 초콜릿(Como Agua Para Chocolate, Like Water For Chocolate, 1992, 감독: 알폰소 아라우)’

사랑하는 남자가 친언니와 결혼해 한 집에 산다면...

▲ 라우라 에스키벨 (지은이), 권미선 (옮긴이) | 민음사
오늘 영화는 멕시코 영화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입니다. 작품은 제목과 다르게 영화중에 초콜릿이 한 번도 주인공으로 묘사되진 않습니다. 이 영화의 원 제목은 <Como Agua Para Chocolate>으로 라우라 에스키벨의 소설(권미선 번역,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을 원작으로 하고 있습니다. 영어로는 ‘ Like Water For Chocolate’이라는 뜻으로 주인공 페드로와 티타의 사랑을 ‘초콜릿을 녹이기 위해 끓이는 물’에 비유한 것입니다. 이것은 멕시코에서 성적(性的)으로 흥분되어 있는 사람을 가리키기도 한다는데 확실하진 않습니다.
사랑과 성을 ‘요리’라는 매개를 통해 가볍지만 유쾌하게 풀어낸 작품입니다. 멕시코 요리의 화려한 빛깔과 달콤함 향이 시종일관 독자의 오감을 자극합니다. 인간의 욕망을 잘 차려진 요리에 비유한, 밝고 생동감 넘치는 이야깁니다.
 
소설에는 이런 표현이 나옵니다. “티타의 마음은 말 그대로 ‘초콜릿을 끓일 물’ 같았다. 그 이상 부글부글 끓어오를 수가 없었다.” 한국 번역 제목인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은 우리말의 맛깔스런 형용사를 아주 예쁘게 표현했다고 볼 수 있지만 정확한 번역은 아닙니다. 소설 제목이 사실적으로 의미하는 것은 티타의 사랑이 물이 끓어서 기포가 통통 튀는 것처럼 열정적이고 폭발적임을 상징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디아즈 정권의 독재에 반발, 혁명군이 반기를 들고 싸우던 무렵 멕시코의 어느 시골이 무대입니다. 딸 만 셋 있는 한 가정의 기구한 가족사를 멕시코의 전통과 풍속, 요리와 함께 풀어낸 작품입니다.

막내딸은 ‘양파를 썰다 쏟아지는 눈물 속에서 아이가 태어난다’는 만화 같은 설정이 재미있지만 티타가 태어나 앞으로 겪을 운명을 예고하기도 합니다. 막내딸 티타는 우리나라의 셋째 딸과는 달리 귀여움을 받지 못하고 하녀 타차의 손에서 키워집니다. 스프나 양념, 마늘, 양파 향을 맡으며 천성적으로 요리 감각을 키운 티타에게도 사랑이 찾아옵니다.

 

티타의 어머니는 페드로에게 티타 대신 작은 언니 로사우라와 결혼할 것을 제의합니다.
▲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Como Agua Para Chocolate, Like Water For Chocolate, 1992, 감독: 알폰소 아라우)’
사랑하는 티타의 곁에 남고 싶었던 페드로는 그 제안을 받아들입니다. 역시 쉽게 이해하기 힘든 상황입니다.
티타는 음식을 만들어 사람의 감정을 전달하는 신통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페드로와 언니의 결혼식 날 , 티타는 눈물을 흘리며 언니의 웨딩 케이크를 만듭니다. 티타의 눈물이 섞인 케이크를 먹은 사람들은 불행한 결혼을 아는 듯 갑작스런 슬픔에 괴로워하고 오열하며 심지어 구토를 하기도 합니다.
한편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가 언니의 남편이 되어 한 집에 산다는 것은 티타에게는 너무도 큰 슬픔인 동시에 아이러니하게 은밀한 기쁨이기도 합니다. 티타의 박탈당한 사랑과 욕망은 인간의 일차적인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음식에 투영되어 그대로 나타납니다. 언니의 결혼으로 절망과 우울로 지내는 티타에게 페드로는 온 가족이 지켜보는 앞에서 장미꽃을 선물합니다. 티타는 기쁨을 표현하기 위해 좀처럼 접하기 힘든 요리를 만듭니다. 장미 꽃잎 소스를 곁들인 메추리 요리입니다. 장미 꽃잎을 절구에 찧어 꿀과 양념을 넣고 기름을 넣어 소스를 만들고 삼계탕을 할 때처럼 메추리 다리를 실로 묶어 익힌 뒤 장미 꽃잎으로 장식한 장미 꽃잎 소스를 얹어 요리를 완성합니다. 요리를 먹은 사람들은 가슴 속에서 뿜어져 나오는 정열과 욕망을 억제할 수 없게 되고 티타의 큰언니는 급기야 혁명군과 사랑에 빠져 집을 나갑니다.
 
이런 모든 이야기는 티타 손녀의 입을 통해 한 가지씩 전해지며 티타의 요리를 먹어본 사람들이 “늘 이렇게 맛있게 음식을 만드는 비법이 무엇이냐”고 묻자 손녀는 “사랑을 넣으면 된답니다”라고 말합니다.
 
라우라 에스키벨 소설을 영화한 이 작품은 다소 비현실적이고 황당한 설정이 자주 나옵니다. 남미 문학에서는 흔한 일입니다. 내전과 혁명, 오랜 가난 등으로 삶이 고난의 연속인 멕시코인들은 문학에서나마 현실도피를 꾀하게 되고 그것이 하나의 사조를 이루게 되는 것입니다. 납득할 수 없는 전통과 그 굴레에 갇힌 여성의 욕망과 꿈을 요리란 매개를 이용하여 ‘달콤 쌉싸름’하게 만들었습니다.
 
삶이란 행복한 순간(달콤)이 있기 마련이고 또 힘들고 고난의 순간(쌉싸름)도 있습니다. 한 낮의 더위는 석양이 지면 물러가게 되고 캄캄한 밤도 새벽에 자리를 내줍니다. 지금 여러분의 인생은 ‘달콤’합니까? ‘쌉싸름’합니까?
 
팁) 우리가 흔히 멕시코 음식하면 타코를 떠올립니다. 옥수수로 만든 넓적한 빈대떡 같은 것에 닭고기나 쇠고기, 다양한 야채를 싸서 먹는 것이지요. 또 멕시칸들이 즐겨먹는 데킬라란 술이 있습니다. 10년생 이상의 용설란을 3년 이상 발효시켜 만든니다. 마시는 법도 독특해 먼저 술을 작은 잔에 부은 뒤 소금을 손바닥에 얹어 놓았다가 소금을 입안에 털어 넣은 후 레몬 조각을 씹은 뒤 잔에 있는 데킬라를 ‘원 샷’ 합니다. 소금의 짠맛과 레몬의 신맛은 데킬라의 톡 쏘는 맛을 중화시킵니다.
알콜도수 40도의 데킬라는 무색 투명한 멕시코의 전통 술입니다..
데킬라를 이용한 칵테일도 있는데 데킬라에 레몬주스를 넣은 것을 마르가리타, 파인주스를 넣으면 피나콜라다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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