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붓다를 꿈꾸다

인공지능은 미래산업의 총아로 각광받지만, 다른 한편으로 인류의 생존과 정체성을 위협할 위험성도 가지고 있다. 인간이 갖는 탐욕과 이기심으로 무장하게 되면 인공지능은 인류를 파괴하거나 지배하는 괴물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인류와 상생의 동반자가 되거나 인류의 행복에 이바지하는 인공지능이 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런 문제의식을 가지고 다양한 학문을 섭렵하던 저자는 붓다의 사상과 과학을 접하고, 그 안에서 뚜렷한 가능성을 발견한다. 저자에게 붓다는 종교인이라기보다 유별난 탐구자이자 철저한 관찰자로서 마음의 과학, 지혜의 과학을 완성한 뛰어난 과학자였다. 과연 첨단과학인 인공지능은 붓다와 어떤 접점을 가지며, 붓다를 만나 어떤 모습으로 변화, 발전할 것인가? 

▲ 지승도 (지은이) | 운주사
 
가장 관념적인 사상인 불교와 가장 유물론적인 과학인 인공지능이 만나면 어떻게 될까? 그 만남은 자연스럽고 평화로울까? 소통이라는 것이 과연 있기나 할까? 그런데 이러한 만남이 실제로 이루어진다. 극과 극은 통한다고나 할까? 이 책에서 인공지능 연구의 제3세대 학자인 저자는 붓다를 위대한 과학자로 보고 그 관점에서 인공지능과 과학, 인간과 사고작용에 대한 다양한 논의를 전개하고 있다.
 
저자는 컴퓨터공학을 전공하고 소프트웨어학을 가르치는 정통 공학자이다. 그것도 인공지능의 대가이자 컴퓨터의 아버지로 불리는 폰 노이만Von Neuman을 계승한 생명체적 인공지능학파를 형성하고 있는 최첨단 공학자이다. 그런 그가 붓다를 내세우고 나섰다. 게다가 붓다를 뛰어난 과학자로 칭하기까지 하면서 그의 사상과 철학을 최첨단 인공지능과 결합시키고 있다. 그는 붓다에게서 무엇을 본 것일까?
현대 과학기술의 최첨단에는 인공지능이 자리하고 있지만, 아직은 그 시작 단계에 불과하다. 단순히 방대한 데이터의 종합이나 분석 또는 프로그래밍된 반응을 뛰어넘어,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단계에 들어서야 진정한 인공지능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간과 똑같이 지능이 발달하고, 고통을 피하고 행복을 추구하며, 종족보존 욕구를 갖는 로봇, 과연 문제는 없는 것일까? 만약 로봇이 인간이 가지는 탐욕과 분노, 이기심 등의 마음을 가지고 행동한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인가? 인공지능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는 이유이다.
인공지능에 대해 우려하는 대표적인 과학자는 스티븐 호킹으로, 그는 “완전해진 AI(Artificial Intelligence, 인공지능)는 인류의 멸망을 초래할 수 있다. 진화 속도가 느린 인간은 자체 개량이 가능한 AI의 등장으로 경쟁에서 밀리고 결국 AI에 대체될 것이다.”라고 한다. 또한 테슬라의 CEO인 엘런 머스크Elon Musk 역시 “인류의 현존하는 가장 큰 위협은 AI다. 인공지능은 핵무기보다 더 위험할 수 있다.”고 크나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하지만 과학기술은 이미 좀더 기능이 향상된 인공지능체를 향해 계속해서 달려 가고 있다. 물론 거기에는 ‘통제 가능한 인공지능’이라는 자신감이 깔려 있다. 하지만 어디 ‘마음’이 마음대로 되는 물건이던가! 
여기에서 저자는, 인공지능의 핵심은 마음의 문제에 있다고 본다. 즉 인공지능에 마음을 어떻게 그려 넣느냐에 따라 인류를 파멸에 빠트릴 전자가 될 수도 있고, 인류의 행복에 이바지하는 후자가 될 수도 있다고 보는 것이다.
그런 마음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그는 자신의 전공인 컴퓨터과학은 물론이고 뇌과학, 심리학, 인지과학, 철학 등을 섭렵했지만 그 답을 찾지 못하다가, 그의 표현에 의하면 마치 감로수처럼 붓다를 만났다고 한다. 물론 그가 만난 붓다는 종교인이 아니라 과학자 붓다, 철학자 붓다였다.
철저한 공학자인 저자의 눈에 비친 붓다의 가르침은 과학 그 자체였고, 기존 과학의 사고체계와 사상을 모두 아우르는 거대한 용광로였다. 붓다의 가르침은 간결하고 명료했으며 보편적이었다.
이렇듯 저자는 붓다의 사상에서 현재 인공지능이 안고 있는, 혹은 미래에 닥칠 문제들을 방지할 수 있는 해결점을 찾았으며, 그것은 바로 “이타적 마음”이다. 
 
로봇은 오래전 부터 영화의 주요 소재 중 하나다. 악당을 쳐부수는 착한 로봇이 있는가 하면 반대로 악당의 손발이 되어 움직이는 로봇도 있다. 인간을 위해 헌신하고 희생하는 로봇이 있는가 하면 반대로 인간을 지배하려는 로봇도 있다. 영화에서야 항상 착한 쪽이나 인간의 승리로 끝나지만, 과연 그렇게만 될까?
새처럼 날고 싶은 마음(원인)에서 비행기(결과)가 탄생했듯이, 지금 인류가 인공지능을 어떻게 그림 그리느냐에 따라 미래에 나타날 존재의 성격이 결정된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 그림에는 “지혜롭고 이타적인 마음”을 그려넣어야 하며, 그 사상적 배경에는 “공(성)”을 토대로 한 붓다의 철학이 자리하고 있다.
저자는 자칫 무거워 보이는 인공지능과 붓다라는 두 가지 주제를 아주 가볍고 재미있게 설명해 나가고 있는데, 이는 이 책의 큰 장점이다. 예를 들어, 영화배우 오드리 헵번을 등장시켜 인공마음시스템의 인식과정을 설명하며 “신이 인간의 뇌를 만들었나? 아니면 인간의 뇌가 신을 만들었나?” “세상은 뇌가 보는 것이 아니다. 뇌가 아는 것을 본 것이 세상이다.”라는 식으로 재미있게 서술한다. 또한 ‘카사노바의 비결’이라는 부제가 붙은 첫 장에서는 소개팅이라는 재미있는 소재를 통해 모델링과 시뮬레이션의 문제를 알기 쉽게 풀어나간다.
이처럼 저자는 생활 속의 이야기들과 다양한 영화적 소재를 활용하여 인공지능시스템과 붓다의 사상을 설명하고 있는데, 이를 통해 인공지능이 인류에게 재앙이 아니라 축복이 되게 하는 방안을 붓다의 마음과학에서 찾을 수 있음을 드러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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