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언-마법사 똥맨

  경쟁과 바쁜 일상에 쫓기는 아이들의 무거운 현실을 ‘학교에서 똥 누기’라는 가벼운 소재로 풀어낸 저학년동화. 초등학교 교사인 송언 작가가 실제 가르쳤던 개구쟁이 제자 ‘똥맨’을 주인공으로 쓴 이야기다. ‘학교에서 똥 누기’에 대한 서로 상반된 태도를 보여주는 “나는 학교 화장실에서 절대로 똥을 누지 않는다!” 수줍소심 ‘똥수’와 “나는 똥도 무서워하지 않는 마법사 똥맨이다!” 명랑쾌활 ‘똥맨’을 통해, 아이들을 짓누르는 일상을 바꿀 수 있는 힘은 아이들 스스로의 마음속에 있다는 사실을 깨우쳐준다. 매일 먹고 마시는 우리가 몸속에 쌓인 묵은 찌꺼기를 배설하는 것은 하루하루를 새롭게 만드는 데 꼭 필요한 일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마음속에 쌓인 묵은 고민, 마음속에 품은 자기 생각과 느낌을 언제 어디서건 시원스레 표현할 수 있는 용기야말로 스스로의 일상을 새롭게 하는 데 꼭 필요한 일이라는 걸 알게 해준다. 교사로서 아이들의 생활에 밀착하여 그려낸 학교생활 모습과 아이들의 개성을 존중하고자 노력하는 작가 특유의 따뜻한 시선이 느껴진다.

화가 김유대의 현장감 있고 익살맞은 그림도 책 읽는 재미를 더해준다. 초등학교를 직접 방문하여 아이들을 취재하고, 교실, 화장실, 교재원 등을 자세히 조사하여 그린 일러스트레이션이 글맛과 어울려 한결 생생하고 실감 있게 다가온다.

‘학교’라는 공간을 새롭게 바꾸어 놓은 ‘마법사 똥맨’
이 책의 주인공 똥맨 고귀남은 언뜻 보기에도 교사나 부모가 바라는 바람직한 아이상과는 거리가 먼 ‘문제아’다. 공부를 방해하고 선생님에게 말대꾸하는 것도 모자라 선생님 사진에 검은 띠를 붙여 놓고 곡 하는 장난까지 치는 대목에 이르면, 아이들과 함께 이 책을 읽는 어른 독자들은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가 ‘똥맨’을 주목한 까닭은, 지루하고 틀에 박힌 학교 공간을 자기와 친구들의 놀이터로 만들어 버리는 똥맨의 모습에서 ‘마법사’의 면모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마법사’의 사전적 의미는 ‘원인을 알 수 없는 이상한 힘으로 불가사의한 일을 행하는 사람’이다. 이 작품에서 똥맨은 ‘원인을 알 수 없는 이상한 힘(장난기, 재치, 유머, 웃음, 뻔뻔함 등)’으로 ‘불가사의한 일(지루한 공부 시간에 재미 불어넣기, 대부분의 아이들이 끔찍하게 여기는 ‘학교에서 똥 누기’를 아무렇지 않은 일로 바꾸어 놓기 등)’을 행하는 마법사다.
글쓴이 송언은 ‘작가의 말’에서 “나는 똥수 같은 아이들에게 똥맨처럼 살아갈 수도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습니다.”라고 밝혔다. 아이들이 각각의 개성과 고민은 무시당한 채 학교라는 틀에 갇혀서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전전긍긍하지 않길 바라는 마음을 이 작품에 담고 싶었던 것이다. 그리하여 개성 ‘넘치는’ 주인공 마법사 똥맨을 등장시켜 어린이 독자들에게 대리만족을 선사한다.
작품 마지막 부분에서 작가는 ‘똥맨’의 입을 빌려 ‘똥수’ 같은 대부분의 아이들에게 꼭 하고 싶은 이야기를 분명한 한마디로 들려준다.
“세상에 똥 안 싸는 사람이 어디 있어. 선생님도, 우리 반에서 가장 예쁜 황다예도 똥을 싸. 그러니까 눈치 볼 것 없어. 뿌지직 소리가 나거나 말거나 시원하게 팍 싸 버리란 말이야. 그게 똥이야.”
     
▲ 송언 (지은이), 김유대 (그림) | 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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