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정생 - 몽실언니

 2015년 5월 인터넷 기사를 뜨겁게 달군 시 한편이 소개 되었다. 일명 잔혹 동시 “ 학원가기 싫은 날”. 작가가 이제 겨우 10살 소녀다. 끔찍한 삽화와 시 구절이 읽는 내내 소름 돋게 했다. 학원가기 싫은 소녀의 마음이 아주 잔혹한 호러물처럼 솔직하게 쓰여 있다. 한 구절만 소개하자면 “학원에 가고 싶지 않을 땐/이렇게/엄마를 씹어 먹어/삶아 먹고 구워 먹어/…” 심지어 책으로 출간되어 시중에 유통이 되었다가 거센 반발의 여론이 형성되자 전량 회수 조치를 하였단다. 정말 아이러니 하다. 책이 출간 되기까지 수많은 작업들이 이루어 지고 여러 사람의, 그것도 어른들의 손을 거쳐야 책 한 권이 이세상에 나오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과연 그 분들은 어떤 생각으로 이런 끔찍한 동시가 실린 책을 출간 하였으며 잠시 동안 여론의 찬반 의견을 바라 보고 있었을까… 수 많은 반대의 목소리들 중에 눈에 띄는 댓글 하나가 있다. ‘우리나라가 망하고 있구나. 아이가 불쌍하다.’배고픔의 시대가 지나고 생활이 너무나 풍요로워진 요즈음 아이들은 학교가 아닌 학원이나 사교육의 늪에서 허우적대다가 심지어는 저렇게 작품활동의 하나라고 일부에서는 인정받는 잔혹 동시로 그 아이들의 고단함이 극단적으로 표현되었다. 그 아이에게 몽실언니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다. 시대적으로 공감하기 힘들겠지만 또래 아이의 삶이 이렇게도 처한 상황에 따라 다를 수 있구나… 요즘 아이들에게 들려주고 싶다.   

학원가기 싫은 아이가 겪는 정신적 고단함에 비하면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온몸으로 겪는 또 다른 고단함을 겪는 아이가 이 소설에 등장한다. 몽실이. 지금 세대의 아이들과는 완전 다른 애어른이다. 물론 시대가 다르고 환경이 다르다. 하지만 9살, 10살, 철이 들기 전 아이들임은 같다. 이 아이들이 놓여진 상황이 한 아이는 극단적인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문학 소녀로, 다른 아이는 절름발이 다리로 갓난 동생을 엎어 키우며 젖 동냥을 다니는 몽실이로 탄생 시켰다. 권정생선생은 작고 여린 한 소녀를 통해 우리나라가 살기 힘들었던 일제 해방 후부터 6.25 전쟁을 지나 소녀가 어른이 될 때까지의 삶을 담담히 보여 주었다. 작가는 아주 조그만 불행도 그 뒤에는 아주 큰 원인이 있다고 얘기하며 학교에서 교육을 제대로 받지는 못했지만 자라면서 몸소 겪기도 하고 이웃 어른들에게 배우면서 참과 거짓을 깨닫는 몽실이를 통해 우리에게 작은 것이라도 배웠으면 하는 마음에서 이 소설을 썼다. 한참 전의 소설이다. 그렇지만 아직까지도 아이들에게 어른들에게 읽혀지는 이유가 있는 소설이다. 몽실이의 삶은 내내 외롭지만 그 외로움을 받아 주는 어른이 없다. 몽실이는 자신이 처한 상황을 운명이려니 받아들이며 하루하루 눈물겨운 삶을 살지만 끝까지 병든 아비를 돌보고, 동생들을 챙기는 강한 모습을 보여준다. 요즘 아이들에게 이런 애어른 같은 몽실언니를 바라는 것은 무모한 짓이지만, 그래도이 소설을 읽고 작가가 의도하는 작은 배움을 얻어가는 독자들이 있을 것이라 믿는다.

 

▲ 권정생 (지은이), 이철수 (그림) | 창비

김유이 객원기자 yooyee00@naver.com

저작권자 © 한국독서교육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