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도서관의 의미와 전망을 양리리 작가에게 묻다

▲ '책 읽는 도시'의 저자 양리리 작가
 작은 도서관은 우리 주변에서 만날 수 있는 독서공간이다. 작은 도서관은 현재 법적으로 장서 1,000권 이상, 면적 33 제곱미터, 열람석 6석 이상이라는 조건을 갖추면 누구나 등록할 수 있다. 우리나라 최초의 작은 도서관은 1987년 세워진 ‘성산문고’라고 알려져 있다. 당시 공공도서관의 분관형태로 개설된 성산문고는 인구가 밀집되어 있는 아파트 단지 내에 설치됐다.

  사실 작은 도서관이라는 용어가 만들어지고 개념이 확립된 것은 얼마 지나지 않았다. 물론 새로 생겨나는 곳들은 그 개념과 성격을 뚜렷하게 인지하고 있지만, 그동안 우리사회에서 작은 도서관의 역할을 하고 있던 모임, 공간들에 최근 들어 도서관의 명칭이 붙은 경우도 적지 않다.

  하지만 시작이 다르더라도 지역공동체들의 관심 없이는 존재할 수 없는 공간이라는 점에서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다. 이런 작은 도서관이 우리에게 주는 의미, 전망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책 읽는 도시’의 저자 양리리 작가를 만나봤다.

  양리리 작가는 작은 도서관의 시초로 공동육아를 꼽았다. 이는 과거의 흔적이 아니라 앞으로 작은 도서관이 계속해서 살아나갈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한다. 양리리 작가는 작은 도서관의 가장 큰 장점이 친숙성이라고 말했다.

  “작은 도서관은 아이들이 뛰어다니다가 바닥에 드러눕고, 아이가 엄마에게 책을 읽다가 모르는 것을 물어도 시끄럽다고 하지 않아요. 이용자들도 이웃들이기 때문에 급할 볼일이 생겼을 때 아이들을 맡기고 잠깐 자리를 비워도 이상하지 않은, 그런 곳입니다. 관계중심의 도서관이기 때문에 더 친숙한 거죠.”

  그러나 대부분 규모가 작고,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으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에 도서관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피할 수 없는 딜레마가 생기게 된다. 대체로 이윤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 도서관이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다.

  사람이 찾아오지 않는 도서관은 그 의미가 퇴색된다. 문제는 사람들을 오게 하려면 사람들이 찾는 충분한 도서 구비와 함께 일정한 운영시간이 이어져야 한다는 점이다. 이는 설립 후 한 지역사회공동체 내에 정착하기까지 설립자의 많은 희생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설립 조건이 까다롭지 않다는 점 때문에 책에 대한 열정과 의욕만으로 시작하는 경우도 심심찮게 있어서 현실과 이상의 괴리에 좌절하는 사람도 나온다고 한다. 체계적인 고등 교육을 받은 사서가 아니라서 매번 어떤 책을 새로 들여놓아야 할지도 고민되는 부분이다. 관장들의 역량도 개개인의 차가 크기 때문에 운영에 있어서도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도서관의 설립보다는 지속적인 운영관리가 중요하다. 작은 도서관이 커뮤니티 공간으로서 주민들의 협의가 이루어지는 공간으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국가의 관리와 지원이 필요한 이유다. 이에 정부는 작은 도서관 운영자들을 대상으로 단기간 동안 작은도서관 운영교육과 워크숍등을 통해 교육받을 수 있는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다.

  “서울에서는 작은 도서관의 필요성을 크게 못 느끼는 경우가 많지만 먼 지역으로 갈수록, 정보의 접근성이 떨어지는 곳으로 갈수록 작은 도서관은 존재는 더욱 절실해져요. 저는 작은 도서관이 그 지역을 활성화 할 수 있는 커뮤니티 공간으로 발돋움 할 수 있는 가능성이 충만한 곳이라고 생각해요.”

  양리리 작가는 공동육아 모임에서 시작해 정착한 곳들은 커뮤니티에 책이 더해지는 모습으로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봤다. 특히 소규모의 지역사회에서 현안이 필요한 문제가 발생했을 때, 도서관에 그것과 관련된 책이 있으면 좋은 정보제공을 해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지역에 따라, 거주하는 사람들의 생활수준 및 관심사에 따라 원하는 책이 다르고, 필요로 하는 문화 프로그램도 다르다.

  그래서 양리리 작가는 앞으로 작은 도서관이 공립도서관의 역할을 분담하는 분관화를 하거나, 공립도서관이 충족시켜줄 수 없는 것들을 채워주면서 발전해 나갈 것으로 전망했다. 작은 도서관은 규모가 작은 만큼, 공립도서관이 가질 수 없는 유연함으로 특색을 살릴 수 있다. 실제로 여행전문도서관, 다문화도서관, 시각장애인 도서관 등 이색 도서관들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작은 도서관이 책을 통해 같이 교육에 대해 생각을 공유할 수 있으면서도 지역의 문화 커뮤니티 공간 역할을 하는 ‘문화의 사랑방’이 될 수 있기를 희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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