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형 장편소설 <이상보다 높은 향기>

 안녕하세요. 김을호의 베스트셀러의 진행자 사단법인 국민독서문화진흥회 회장 김을호입니다. 김을호의 베스트셀러에서 이번에 소개할 책은 김재형의 <이상보다 높은 향기>란 장편소설입니다.

 멀쩡한 팔다리를 가지고서 내 과거를 동경하는 것은 현재 내 삶에 대한 모독이다. 내가 감당해야 했던 눈물과 고통은 나를 제외하고는 그 누구도 이해할 수 없다. 한 가지 흥미로운 건, 사랑을 시작한 순간 그 번뇌를 내 자신조차도 이해할 필요가 없어졌다는 것이다.
사랑, 그것은 그 자체로 불가능한 노력을 멈추지 않게 하는 가장 강력한 마약이다.
-<이상보다 높은 향기> 본문 중에서-
 
어떤 역사를 되짚어 봐도 꿈을 꾸지 않는 청년들은 없었고, 사랑을 행하지 않은 인류는 더더욱 없었습니다. 그래서 꿈과 사랑···, 그것들이 지닌 보편성만큼이나 그 의미는 순수한 위대함을 지니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인간에게 꿈을 좇고 사랑하는 일만큼 설레면서도 당연한 것은 없지요. 가볍지만은 않아 보이는 제목인 <이상보다 높은 향기>는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요? 그렇습니다. 이 책은 한 남자의 17년 일대기를 통해 '꿈'과 '사랑'의 원천적 색깔을 그려낸 한 편의 인생 분투기이자 청춘 비망록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긴 이야기는 1997년의 서울에서 축구 선수를 꿈꾸는 15세의 소년 '브든(주인공)'의 중학교 시절부터 시작됩니다. 브든은 우연한 계기로 일본 시즈오카에서 민수를 만나게 됩니다. 브든과 민수는 축구를 통해 하나가 되고, 매일 새벽 두 아이는 별비 쏟아지는 축구장에서 숨을 몰아쉬며 연습을 해 나가며 같은 꿈을 향해 전진하는 세상에 둘도 없는 단짝이 됩니다. 그러나 갑작스러운 민수의 사고 소식과 다시 운동을 할 수 없을 정도의 심한 부상으로 브든은 절망의 나락으로 빠지게 됩니다.
고등학생이 된 브든은 '우주비행사'라는 새 꿈을 꾸며 항공우주공학을 전공하기 위해 일본으로 건너가게 되고, 그 후 미국 MIT를 거쳐 공학자로서 최정상까지 오르게 됩니다. 경이로운 집중력으로 한 발짝씩 성장해 나가는 브든의 모습, 그리고 그 원동력이 되는 두 여인과의 가슴 시린 사랑이야기가 이 소설의 전체 스토리라인을 이룹니다. 배경으로는 서울과 부산을 비롯해 일본의 나고야, 도쿄, 홋카이도, 그리고 미국의 캐임브리지, 인도네시아의 발리섬 등 총 15개가 넘는 곳이 등장합니다.
 
사람 한 명을 만나는 것은 한 권의 책을 읽는 것과 같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러나 어떤 사람은 누군가에게 한 권의 책 따위로는 설명할 수 없을 만큼의 존재가 되기도 하며, 반대로 어떤 문학 작품은 흔한 인간세상이 주는 감동을 월등히 초월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 책은 후자의 경우로서, 독자로 하여금 다양한 감정을 느끼게 하는 작품입니다. 책장을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주인공의 끈기와 열정에 저도 모르게 손가락에 힘이 들어가게 되고, 마치 내 학창 시절의 이야기처럼 몰려오는 첫사랑의 기억에 입가에 미소가 지어지다가도, 고독에 빠지고 삶의 의미를 상실한 주인공의 모습에 가슴이 미어오기도 합니다. 마지막 장을 덮는 순간은 예상치 못한 반전과 결말에 한참 동안 멍한 기분이 들다가도, 결국 눈물을 피할 수 없기도 합니다.
경희대학교 국문학과 김중섭 교수는 "이 책은 단순하면서도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던진다. 상찬의 말 대신 일독을 권한다. 단언컨대, 멈출 수 없을 것이다"라고, 홍창선 전 카이스트 총장은 "이 시대 많은 젊은이들에게 사색의 기회를 주는 작품"이라고 하였습니다. 또한, 일부 네티즌들은 "내 심장을 다시 뛰게 해준 고마운 소설"이라고도 리뷰하였습니다. 이제, 신인 작가의 소설이 지난 1년간 이렇게 회고되어 온 여러 가지 이유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첫째, 이 책만큼은 우선 작가의 이력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왜냐하면, <이상보다 높은 향기>는 김재형 작가 스스로가 경험한 에피소드들을 플랫폼 삼아 쓴 자전적 성격의 소설이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김재형은 서울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국비유학으로 일본 나고야대학교 항공우주공학과를 수석으로 졸업했으며, 일본 항공우주학회 학생상 수상, 교육부 NIIED 주관 유학생 수기 금상 수상, 그리고 미국 M.I.T. 공과대학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은 공학자입니다.
소설 속 주인공 브든은 작가가 살아온 경로와 매우 흡사한 인생을 살게 됩니다. 따라서, 작가의 수많은 경험과 관찰을 토대로 해서인지, 이 소설의 구성은 마치 거부감이 없는 탄탄한 개연성을 보입니다. 배우나 가수가 관객을 사로잡기 위해 완벽한 몰입을 하듯이, 이 책은 어디까지가 실화냐고 묻고 싶을 만큼 이미 작가의 몰입과 삶이 통째로 투영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둘째, 이공계 출신의 소설가라는 일종의 '편견'을 뒤엎을 만한 문학성입니다. 소설 속 문구는 매우 과감하면서도 동시에 섬세함을 갖추고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불필요한 기교가 없이 깔끔하며 내용 전개가 과하지 않고, 문체는 직선적이고 현대적어서 가독성이 매우 뛰어난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스마트폰이 삶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요즘 시대에는 책을 끝까지 읽어내지 못하는 소위 '난독증' 문제가 대두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책에 등장하는 자연스러운 대화체와 적시에 사용되는 현대어들은 흡입력을 높이는 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독서가 부여하는 것들 중 '즐거움'이란 관점에 있어서는 한국문학 중에서 이 책이 독자들과의 현대적인 밀착감을 훌륭하게 유지한 사례라고 생각됩니다.
 
셋째, 무엇보다 작가가 결국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에 대한 공감력입니다. 이 책은 '사랑'보다는 '썸'이 어울리고 '꿈'보다는 '취업' 또는 '입시'가 우선하는 시대에 대항하는 작가의 투쟁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얼마나 많은 고독한 밤을 보내야 하고, 사랑하는 것을 지키기 위해선 얼마나 순수한 노력을 해야 하는지 이 책은 간접적이지만 강하게 보여 주고 있습니다. 그 이야기가 마치 독자들에게는 스스로의 모습처럼 읽혀 강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TV에서 2002년 월드컵의 영상을 다시 마주하게 될 때,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가슴 한켠에서 진한 감동이 밀려오곤 합니다. 이것은 우리 스스로의 입으로 대한민국이란 단어를 성대가 찢어질 듯이 외쳤기 때문이고, 우리의 육체가 매 순간 흥분했던 경험이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진정한 행복은 학원가에서 고군분투해야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우리 모두는 이미 알고 있기에, 이 책은 그만큼 더 힘주어 가슴으로 다가오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꿈꾸고 사랑하고 싶은 젊은이들, 청소년 자녀를 둔 학부모님, 인생의 다음 스테이지를 맞이하는 자들, 유학을 꿈꾸는 이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김을호의 베스트셀러 다음시간에 새로운 책으로 찾아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김재형 (지은이) | 지식과감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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