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아리랑>관람후기

 뮤지컬 <아리랑> 마지막 공연 하루 전날인 9월4일 금요일, 도봉도서관 인문독서동아리 선생님들과 8시에 시작하는 공연을 관람하기 위해 삼성동 LG아트센터에 모였다. 그동안 여러 사정으로 한동안 못 만났던 정겨운 이들을 만나게 되니 그 반가움과 기쁨이 더 컸다. 이날 투데이 게스트로 주연 안재욱(양반 송수익역)과 카이(일제앞잡이 양치성역), 윤공주(여주인공 수국역) 이소연(소리꾼 옥비역)등이 출연했다.

▲ 도봉도서관 인문독서동아리 선생님들과 함께 대작 아리랑을 관람하다.
 
아리랑은 모두 2시간 40분에 걸쳐 공연되었는데 1막은 전북 김제와 군산을 배경으로 하며 젊은 처녀, 총각들의 풋풋한 사랑노래 <진달래와 사랑>으로 시작되었다. 그러나 이들의 애틋한 사랑도 나라를 빼앗기면서 사랑할 권리마저 빼앗기고 험난한 삶의 여정들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었다.얽히고설킨 이들의 인연은 끊임없이 비극을 만들어 내며 결국 민초들이 만주로 떠나며 1막을 내린다.
 
2막은 만주에서 등장인물들이 독립운동을 펼치며 승전을 하나 일본의 간교한 계획으로 마적떼가 조선인들을 무차별 학살하고 유린하는 장면이 나온다. 말 그대로 ‘아비규환, 생지옥’ 이다. 극중 여주인공 수국이 먼 길을 떠나며 이미 돌아가신 엄마와 꿈속에서 나누는 대화는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살아도살아도 끝이 보이지 않는 고통, 죽음 보다 더한 생지옥의 삶을 견뎌내야 하는 딸을 지켜보며 망자인 엄마는 내 곁으로 오라고 한다. 사무치게 그리운 엄마에게 수국은 그래도 살아보겠다고, 버텨보겠다며 삶의 끈을 놓지 않는다. 배우들이 거사를 앞두고 좁고 어두운 공간에서 숨죽여 부르는 아리랑은 구슬프고도 애잔하기만 하다. 독립운동 하던 양반 송수익이 이제는 일제 앞잡이가 된 하인 양치성에게 “다만 너에게 바라건대 잊지 말어라. 너는 조선의 아들...” 이라는 노래가 귀에 쟁쟁하다. 붙잡힌 송수익 앞에 송수익을 사모한 소리꾼 옥비는 구성지게 <사철가>를 노래하고 송수익은 “좋다~!” 라고 추임새를 넣어 준다. 분명 둘의 사랑은 이루어 질 수 없고 송수익은 곧 죽을 운명인데도 두 선남선녀가 나비처럼 휘휘 돌아 덩실덩실 춤을 춘다. 닿을 듯 말 듯 ... 하다가 멀어져 간다. 철이면 철마다 돌아오는 계절도 나라를 빼앗기니 사무치도록 아프게 돌아와 그것을 노래하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슬프기 이를 데 없다. 아름다움 속에 비장미가 느껴져 눈시울이 젖어들기도 했다.
 
2막 마지막 장면에서 꽃상여를 타고 가는 주인공들의 모습은 행복해 보인다. 이 생에서 이루지 못한 사랑과 꿈을 저승에서 이루려는 것일까. 그것은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임을 느낀다. 그리고 그 시작을 우리 후손들이 이어서 사랑하고 꿈꾸며 이 시절에 이 삶을 아름답게 채워가는 것이 우리의 할 일이 아닐까.
 
▲ 아리랑 세트 - 전12권 (특별판) | 조정래 (지은이) | 해냄
뮤지컬 아리랑은 조정래의 장편 대하소설 <아리랑(총12권)>을 원작으로 하여 고선웅 연출가가 3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준비하였으며 제작비만 해도 50억이 들여 만든 초대형 뮤지컬이다. 고선웅 연출가는 <에이블비> 즉 슬프지만 슬프지 않은, 애통하지만 카타르시스가 있는 작품을 만들고 싶다고 연출 의도를 밝혔는데 정말 에이블비한 뮤지컬이었다. 나라를 빼앗긴 민초들의 애환과 질곡, 고통, 그리고 지난한 독립운동을 보여주며 그 시절을 견뎌내야 했던, 그러나 희망을 꿈꾸었던 우리 선인들의 삶을 그리고 있다. 12권이라는 방대한 양의 이야기를 LED스크린과 무빙워크를 이용하여 순간순간 상황을 최대한 표현하려 노력한 연출가의 고민과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공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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