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언 (글) | 강화경 (그림) | 키다리

  매주 목요일마다 큰아이가 다니는 학교 도서관에서 봉사를 한다. 아이들이 반납한 책을 꽂고, 대출도 해주고, 청소도 한다. 꽃샘 추위가 기승 부릴 때 시작하여 어느덧 무더운 여름이 지나고, 아침 저녁 선선한 바람이 부는 계절까지… 시간이 참 빠르게 지나갔다. 내가 도서 봉사를 시작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글을 읽는 것에 두려움을 느끼는 큰아이가 조금 더 책과 친해지는 계기를 하루라도 만들어 보고 싶은 작은 욕심에서 였다. ‘매주 목요일마다 그래도 엄마가 도서관에 있는 날인데, 4교시 끝나고 얼굴이라도 보러 오겠지… 그러면서 책을 한번이라도 더 보겠지…’ 나의 욕심이 그저 욕심으로 끝이 나는가 싶었는데… 어느 날 녀석이 책을 대출하러 왔다.

 
‘우리동네 만화방’ 송언 글. 송언 선생의 책은 이미 몇 권 읽어 본 터라 뭐 비슷한 이야기겠거니 하고 아이와 함께 읽기 시작했는데, 내가 더 재미에 빠져 들었다. 책 내용이 1970~1980년대 배경이라 더욱 친숙했다. 눈 먼 할머니가 들려 주시는 이야기는 소년에게 상상의 날개를 달아주고, 소년을 먼 다른 세상으로 데려다 줘 늘 행복하게 했다. 소년은 그런 자신의 이야기 보따리였던 눈먼 할머니가 돌아가시자, 그 즈음 동네에 생긴 만화방에서 책을 읽는 것으로 아쉬움을 달랬다. 책을 한 권이라도 더 읽고 싶은 심정에 엄마가 머리 깎으라고 주신 30원을 야금야금 책을 빌려 읽는데 쓰고는 남은 10원으로 기교 없는 빡빡머리를 하고 집에 돌아가 엄마에게 야단을 맞는다. 송언 선생이 자신의 어린 시절을 쓴 책이다. 스마트폰에 빠져 삼삼 오오 모이면 게임에 열광하는 요즈음 아이들이 느끼기에는 조금 시대적으로 멀게 느껴 질지 모르지만, 책을 읽고 싶은 마음에 머리 스타일쯤은 안중에도 없고, 엄마에게 야단 맞는 것보다 책을 한 권이라도 더 읽고 싶은 어린 송언의 마음이 지금 우리 어린이들에게도 조금이나마 녹아 들었으면 하는 마음에 이 책을 추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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