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영 서초고 교장선생님

 신뢰는 리더의 기본 자질이다. 하지만 이 ‘신뢰’라는 것을 얻기까지는 더딘 시간이 걸리고 , 무너지는 것은 또 한순간이라 그것을 유지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신뢰를 가장 먼저 배우고 그것을 실천해나가는 기관이 되었던 학교 또한 예외는 아니다. 학생인권이 강조되면서 자율적인 분위기는 정착되었지만 신뢰도에 따라 학교에 대한 선호도 또한 극과 극을 이룬다. 서초고 또한 학부모들의 신뢰, 선호도에서 빗겨나 있는 학교 있다. 학업 결과에 대한 기대기준이 높은 강남에서 서초고는 상대적으로 선호 받지 못하는 학교였다. 상위권 학생들은 서초고가 아닌 입시교육이 검증된 주변학교로 진학하고 싶어 했다. 

하지만, 이런 서초지역의 고교진학 공식은 이대영 교장이 부임하고 난 뒤 보기 좋게 깨져버렸다.

 
▲ 서초고 이대영 교장선생님
 
교육 행정전문가에서 교육현장의 리더도 돌아오다
“서울시 교육청 장학사 시절, 제가 실제로 서초고 배정을 바꿔달라는 항의전화를 많이 받았거든요. 그런데 제가 서초고 발령이 떨어졌으니 어떻게든 내가 바꿔야겠구나 싶었죠.”
실제로 그는 2001년부터 서울시교육청에서 장학사, 학교혁신팀장, 공보담당장학관으로 근무했고, 2011년 10월부터는 서울시교육청 부교육감을, 이후 교육감 권한 대행에 이르기까지 교육행정가로 다양한 요직을 담당해왔다.
교육 행정의 능숙했던 그도 2013년 3월 서초고교장으로 부임한 뒤에는 어려움을 느끼기도 했다. 교육청에서 함께 한 목소리로 펼쳐냈던 행정정책들과 달리 교육 현장에서 느낀 몇몇 정책들은 분명 괴리가 있었다. 현장적합도가 떨어졌던 것이다.
교육청에서 속도감 있게 진행하고자 펼쳤던 정책들이 막상 현장에 오니 여러 여건과 학생들의 각기 다른 반응으로 본래 의도했던 바를 실현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이 보았다.
 
우러러 나오는 믿음위에 리더가 존재한다
“취임사에서 저는 이렇게 이야기 했습니다.
‘내가 가장 두려운 것은 당신들에게 신뢰를 잃는 것이다. 구성원들로부터 신뢰를 잃으면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게 저의 진심이니까요.”
실제로 그는 교장이 된 뒤 자신만의 원칙을 세웠다. 우선 경조사비는 자비로 지출하기에 아예 업무추진비 지출항목에서 삭제했다. 대신 교사들의 각종 활동을 위한 격려금으로만 사용하고 있다.
그리고 이대영 교장은 수업시간에 순시를 하지 않는다. 교사를 믿기 때문이다.
“수업은 교사의 기본이죠. 믿음을 갖고 교사재량에 맡겨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이곳에서는 수업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바로 반응이 오는 곳이 하고요.”
학생들을 위해서는 가장 가까운 소통 상자를 만들었다. 교장실 바로 앞에 건의함을 만들었다. 아이들은 별것 아닌 것 같은 소소한 요구도 쉽게 적어 건의함에 넣어두었다.
‘화장실 변기를 바꿔주세요, 문이 부셔졌어요, 에어컨을 틀어주세요.’
즉시 해결이 가능한 부분들은 모두 바로 반영해서 개선시켜 주었다.
시간이 조금 필요한 일의 경우 궁금해 하는 아이들을 위해 알림판으로 진행상황을 알려주고 있다.
 
큰 돈 드는 개보수 사업은 보상지원금으로 마련
하지만 대부분의 국공립고등학교가 그렇듯 서초고 역시 부족한 예산 때문에 큰돈이 들어가는 개보수는 여전히 문제였다. 면학분위기를 방해할 수 있는 학교 옆 주상복합 공사현장에서는 학습권을 근거로 지원금을 받아냈다. 그 뒤에는 착한기업의 후원으로 3학년 교실부터 LED조명 교체공사를 염가로 이루어냈고 지금은 1,2학년 교실과 교무실까지 눈의 피로도는 적고 밝은 LED등으로 바뀌었다.
정당하게 학생들의 권리를 주장해 받은 보상지원액은 온전히 학생들의 학업을 위해 쓰여 졌다. 그의 임기 내 모은 학교 발전기금은 학교 시설개선에 큰 보탬이 되었고, 시설과 환경이 깨끗해지니 학생들의 학습 집중력과 정서에 긍정적인 효과를 이뤘음은 당연하다. 또, 에너지 절약과 관련한 정부시책을 준수하는 범위 내에서는 학생들이 원하는 만큼 냉난방을 가동할 수 있게 했다.
현장에 있는 만큼 철저하게 현장 맞춤 방식으로 지휘해나갔다. 진학지도 역시 마찬가지였다. 맞춤형 진로진학지도는 부임 첫해부터 시작되었다. 학년 별로, 진로설명 자기소개서, 스펙관리, 개인별 컨설팅, 면접요령, 논술 지도 등의 프로그램 등이 이어졌다. 진로진학 외부 전문가를 초빙하고 졸업생들의 도움을 받아 재학생들과 1:1 컨설팅을 하며 점차 학생들의 의욕증진과 목표의식을 구체화 했다. 학생뿐 아니라 선생님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프로그램도 연 11회 운영했다. 이것이 학부모들 지갑에서 나갔다면 3억여원 비용이 들었을 것으로 예상되니 사교육 절감은 자연스럽게 이루어졌다.
부임한 첫 해 서울대학교에 수시모집으로 7명, 정시모집 포함 최종 11명이 합격했다. 지역 내 선호하는 근교 고등학교는 12명이었다. 실로 놀라운 결과였다.
 
▲ 서초고 이대영 교장선생님과 위안부 소녀상 제작에 참여한 학생들이 학교에 설치후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먼저 쌓은 신뢰, 함께하는 열정으로 이어져
이런 그의 진정성이 통한 것일까. 첫 해 성과가 나오자, 선생님들이 먼저 바뀌었다. 반신반의 했던 선생님들은 참여하는 모든 프로그램에 시간과 노력을 아끼지 않는 열의를 보였다.
“사람은 환경의 영향을 매우 많이 받잖아요. 학교도 우선 아이들이 좋아하는 환경으로 만들고 싶었습니다. 꽃도 심고, 밝은 색으로 칠하고, 생활하기 편한 시설도 갖추고요.”
아이들이 좋아하는 학교, 능률적으로 학습이 이루어질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자 했다. 그 안에서 학생들은 자신에게 매겨진 점수, 그 이상의 성취욕을 가질 수 있었다. ‘할 수 있다’는 강력한 메시지 이전에 보다 과학적이고 현실적인 맞춤 컨설팅을 선택했던 그의 눈은 정확했다.
이런 복합적인 노력의 결과를 합격률로 평가하는 것은 단편적이지만 높은 합격률은 서초고에 신뢰를 두텁게 만드는 성과물이 되었다. 2014년 서울대 11명, 연세대 13명, 고려대 11명, 의예과 6명을 합격시키는 등 일반계 공립고교로서는 최고의 합격률을 기록했다.
 
70%의 인재까지 배려하는 교육과정 이루어져야
명문대학 높은 합격률을 자랑하는 고등학교교장 답지 않게 그는 자신의 소신도 드러냈다.
“대부분 아이들을 교과 성적 위주로 평가하고 칭찬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물론 그것도 중요하죠. 그러나 30%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 외에도 70%의 학생들은 다른 부분에서 재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들은 교과수업에서 부족할 뿐 미술부터 노래, 운동까지, 다른 분야에서 자신의 재능을 발견하고 성장시키고자 노력합니다. 그 아이들까지 배려하는 교육이 되어야합니다. 인문계 학교의 숙제이자 우리의 숙제이죠.”
그는 줄을 세우는 교육보다는 모두가 행복한 교육을 이상향으로 바라보는 전천후 리더가 되어 있었다. 교육 행정가에서 학교 현장 책임자까지 다양한 교육자의 역할을 소화했기에 갖게 된 넓은 시선은 당연했지만, 그가 말하는 70%의 학생들을 인재로 키우는 교육은 분명 우리가 가장 먼저 이루어야할 과제였다.
▲ 이윤기 (지은이) | 웅진지식하우스(웅진닷컴) | 전5권
이대영 교장은 역사를 통해 현세를 더욱 면밀하게 드려다 볼 수 있다는 말도 덧붙이며 <그리스로마신화> 책을 추천하고 인터뷰를 마무리 했다.
한 사람의 리더가 제시한 새로운 방향이 서초고의 이어질 역사에 얼마나 큰 힘을 발휘할지 필자는 알고 있다. 그래서 리더가 쌓는 겸손한 신뢰가 새삼 참 대단하면서도 어렵다는 것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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