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북구 SK문고 인터뷰

 지나가는 아이들이 들러 껌을 주기도 하고 사탕을 주기도 하며 아이스크림을 주고 가기도 한다. 그 아이들은 초등학생부터 중, 고생 까지 연령도 다양하다. 고등학생들은 이미 키가 다 커서 안 그럴 것 같지만 만두도 하나씩 드리고 간다. 바로 이런 재미에 서점 업을 하면서도 힘든 줄 모르고 일한다는 SK문고 이수자 대표는 아이들을 좋아하고 사람을 좋아하는 초긍정 오너였다.
 
▲ SK문고 이수자 대표는 늘 긍정적인 마인드로 서점 일을 한다
 
 “이 일을 좋아하는 이유 중에 하나가 아이들이 자라는 것을 지켜보는 기쁨입니다. 여기서 일을 한 지는 5년 정도 되었는데 처음 보았던 아이들이 초등학생에서 중학생으로, 또 중, 고등학생들이 졸업하고 입학하는 것을 지켜보면서 세월의 흔적을 느끼곤 합니다.(웃음) 예전에는 제 남편이 이곳에서 서점을 두 군데나 두고 직원도 3명이나 두고 일을 했지만, 나중에 서점이 너무 어려워져 한 개는 정리하고 저 더러 이 일을 해보라고 해서 잘 나가던 회계사 일을 그만두고 여기에 전념하게 되었지요.”
 
 그에 의하면 2012년부터 이곳에서 일을 하게 되었는데 처음 일 년 정도는 애로 사항이 많았다고 한다.“지금은 많이 없어졌지만 예전에는 힘든 일이 많았습니다. 특히 환불을 해달라고 떼를 쓰는 손님들이 많았는데 책이나 문제집을 사간 뒤 한두 달 후에 와서 환불해달라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환불 때문에 급기야는 서점이 휘청거릴 정도였지요. 그래서 원칙을 정하고 환불은 참고서에 한해서 3일 이내, 단 시험기간은 제외한다는 글을 아예 써 붙이고 영업을 하게 되었습니다. 간혹 아직도 말도 안 되는 일로 환불을 요청하는 경우가 있어요. 얼마 전에는 근처 중학교 학생이 문제집을 사갔는데 일주일 뒤에 그 학부모가 와서 막무가내로 환불을 요청했습니다. 시험기간이라 적용이 안 된다고 해도 말이 통하지 않았지요. 이외에도 잡지를 오전에 사서 오후에 교환해달라는 사람, 아이 문제집을 복사한 뒤 가져와서 반품해달라는 사람도 있습니다. 선의의 배품을 악용하려는 소비자들을 만날 때면 한동안 마음이 아프지만 가슴에 오래 담아두려 하지 않고 빨리 털어내려 합니다. 그래도 우리 서점에는 좋으신 고객들이 훨씬 많이 오시기에 실망보다 힘을 더 많이 얻습니다.”
 
 서점을 둘러보니 다른 서점에 비해 참고서와 문제집이 매우 많은 것 같다. “우리 동네는 인구밀도가 높은 만큼 학생들이 여기저기 다양한 학교에 다닙니다. 그래서 저도 끊임없이 연구하고 공부하며 각 학교의 출판사와 저자 등을 알아놓고 학생들이 오면 거기에 맞춰 책을 주고 있습니다. 정작 학생들은 자기 학교 교과서의 출판사나 저자를 모르는 경우가 많지요. 그뿐만 아니라 시험범위가 어디까지인지, 어떤 책으로 바뀌었는지도 늘 염두에 두어야 하니 쉬운 일은 아닙니다.” 사실 아이들이 문제집이나 참고서를 동네서점에서 바로 구매할 수 있다는 것은 큰 혜택이다. 그것을 아는지 어떤 학부모는 자기 아이가 학교를 졸업할 때가지는 버텨주셔야 한다고 당부를 하기도 했다. 이렇듯 지역서점의 소중함을 많은 학부모들이 인식한다면 서점이 사라지는 일은 없을 것이다.
 
 SK문고는 특이하게도 2층에 위치하고 있어 영업이 잘 될까 의문이 들었다. “처음엔 저도 주변에 1층으로 자리를 알아보았으나 임대료가 너무 비싸 엄두를 못 내고 결국 이곳에 자리를 잡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틈새를 공략해서 소비자들의 불편한 점을 해결해주면서 함께 공생하는 길을 모색하였고 지금도 그러한 마음으로 일을 하고 있습니다.” 하루는 어떤 손님이 대형서점으로 나가려다가 잠깐 들렀는데 본인이 원하는 책이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고 한다. 이에 이수자대표는 앞으로는 하루만 더 기다려주면 원하는 책을 주문해서 드리겠다고 제안을 했고 그 손님도 좋아했다. 이렇게 하면 고객은 멀리까지 나가지 않아도 되니 시간 절약, 차비절약, 거기다 10%할인까지 받으니 일석삼조의 이득이 아닌가. 그 결과 꽤 많은 단골들이 생겨났고 꾸준히 방문하여 원하는 책을 받아갔다. 과연 서가에는 서점 규모에 비해 좋은 양서들과 신간들이 빼곡히 꽂혀 있었는데, 서점주인의 부지런함과 꼼꼼함을 느낄 수 있었다.
 
 이수자대표는 책을 파는 일 뿐만 아니라 학부모와 학생들 사이에서 중간 다리 역할을 하는 기쁨도 크다고 했다.학부모와 학생들 사이에서 좋은 정보를 줄 수 있도록 늘 노력하며 끊임없이 공부를 한다. 어떤 남학생이 친구들과 서점에 와서는 문제집을 사서 바로 친구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평소 그 아이를 눈여겨 본 이대표는 그 학생의 손은 잡고 혼자 서점에 한번 놀러오라고 하였다. 후일 그 학생이 왔을 때 ‘문제집을 사서 그렇게 함부로 쓰면 되겠느냐’고 타일렀고 ‘공부를 하고 싶어 하는 것 같은데 열심히 해보라’고 독려해 주었다. 그 뒤로 그 학생은 서서히 자리를 잡아 가기 시작하였고 이대표는 서점에 들르는 학원선생님이나 공부방 선생님을 눈여겨보았다가 그 학생을 소개해주었다. 그래서 지금은 그 학생의 성적이 상위권으로 진입하였으며 매우 열심히 학업에 임하고 있다고 귀띔해주었다. 또 한 번은 엄마와 아들이 함께 문제집을 사러 온 경우도 있었는데 학생 입장에서 중재하여 지금은 그 학생도 단골이 되었고 스스로 문제집을 사러 온다고 했다. 이렇듯 아이들을 좋아하고 그 아이들에 맞추어 엄마 같은 마음으로 대해주니 학생들도 그 진심을 알아보고 굳이 책을 사지 않아도 가끔 들러 인사를 하며 간식도 나누어 주고 가는 것이 아닐까.바로 이러한 이유로 SK문고가 약방의 감초처럼 동네에서 없어서는 안 될 존재로 인정받는 것 같다.
 
 이수자대표는 늘 새벽 5시30분에 기상하여 운동을 하며 자기관리를 철저히 하고 있다. 본인이 건강하고 행복해야 지금의 이 일을 사랑할 수 있으며 찾아오는 고객들에게도 항상 밝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저는 이 나이에 여기서 이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이 큰 행복입니다. 돈을 생각했다거나 큰 욕심을 냈다면 이 일을 하지 못했겠지요.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지금 이 순간 지금 이대로만 같았으면 좋겠습니다. 늘 뒤에서 든든하게 지원해주는 남편과 지금까지 잘 자라 자기 할 일 열심히 하는 우리 아이들, 그저 모든 것이 감사할 뿐입니다. 가족들 모두 건강하고 순리대로 사는 것이 저의 바램이지요. 다만 고객들의 다양성에 대해서는 저 또한 스스로가 부족한 것을 채워갈 수 있도록 끊임없이 노력할 생각입니다.” 말을 마친 이대표는 더 없이 편안한 표정으로 서점주인 만큼이나 따스한 차를 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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