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정연 글/ 국민지 그림해와 나무
상구는 아빠와 함께 산다. 엄마는 아빠와 헤어지신 후 멀리 이사를 가셨다. 상구는 아침에 깨워주는 사람이 없어 매일 지각이다. 선생님은 상구에게 또 한번 지각을 하면 집으로 가정 방문을 오신다고 하시는데, 아무도 없고 어지럽혀진 집에 선생님이 오시는 것이 싫다. 하루하루가 심심하고 외로운 상구에게 어느 날 이상한 이웃이 나타났다. 창문 넘어 보이는 담이 높은 커다란 집. 이집에 요상한 녀석이 산다. 그 이름 “통구”통구는 마치 커다란 곰 인형 같은 모습을 하고는‘통통통’몸을 퉁기며 높은 담을 훌쩍 뛰어 넘어 집 안팎을 드나드는 녀석이다. 이 녀석이 기특한 일을 한다. 이사 온 날에는 시루떡을, 놀러 오라는 초대장을 보낼 때는 도넛을, 입맛 없는 아침에는 곰 모양의 샌드위치를, 힘이 빠진 날에는 따끈따끈한 만두를 상구의 집 앞에 놓아두고 간다. 누군가의 보살핌이 필요한 상구에게 이 요상한 이웃 통구는 상막하고 음침하고 어두운 작은 방에 비춰지는 한줄기 빛 같은 존재가 된다. 바쁜 아빠는 함께 살지만 상구와 소통하지 못하고, 엄마는 멀리 계시고, 할머니는 몸이 아프시다. 기댈 곳 없는 상구에게 나타난 이웃집 통구. 작가는 허구의 인물 통구를 만들어 외롭고 도움 손길 필요한 상구에게 착한 요정 같은 일을 하는 친구를 선물해 주었다. 그렇지만 결말은 어떠한 해피 엔딩도 아닌 그냥 따뜻한 밥을 나눠 먹으며 현실에서 잠깐의 행복을 느끼는 상구가 그려지는 것으로 끝이 난다. 상구의 상황이 좀 더 좋게 풀리길 기대 했지만 나의 기대와는 조금 다른 결말이었다. “상구야, 같이 밥 먹자!”통구의 목소리가 그 어떤 목소리보다 정겹고 따뜻하게 들리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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