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지은이) / 대교북스캔

 유난히도 눈이 크고, 날씬하고, 키도 컸던 예쁜 친구가 있었다.

 그 친구는 비밀번호를 항상 B612로 설정해 두었었다.
 어린왕자 책을 좋아했었던 예쁜 친구가 부러웠었던지 나도 그 친구를 따라 어린왕자를 읽게 되었다. 그리곤 친구란 길들여지는 거야. 가장 중요한 건 눈에 보이지 않는 거야. 아는 척을 해가며 어린왕자를 읽었다는 자부심에 문학소녀인척 잘난 체 하던 중학시절이 떠오른다. 그리고 오랫동안 어린왕자는 내가 읽어본 책, 어린왕자와 장미, 여우가 주인공인 책으로만 남아있었다.
 독서동아리 덕분에 다시 읽게 된 어린왕자는 그동안 내가 알고 있고, 느꼈던 감동과는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나도 아이들에겐 그저 숫자를 좋아하고, 중요한 일을 하는 사람이라는 말만 되풀이하며 잘난체하는 어른, 명령하는 어른, 허영심 많은 어른, 부끄러움을 잊기 위해 계속 부끄러운 행동을 하는 어른, 휴식도 없이 바쁘게만 생활하는 이상한 어른의 모습이 아닐까?
 갑자기 가슴에 무거운 돌덩이가 들어간 듯 답답해지고 슬퍼져서 눈물이 난다.
 어린왕자가 이렇게 슬픈 책이었었나?
 이상한 어른들도 다시 길들여질 수는 없는 걸까?
 아이들과 소통하며 공감할 수는 없는 걸까? 어린 왕자가 아닌 어른들의 모습이 짠하고 안타깝게 느껴지는 걸 보니 내가 진짜 어른이 되어가나 보다. 아니 이미 이상한 어른인지도 모르겠다. 안타깝고 슬픈 현실 속에서도 아이들에게 이상한 어른의 모습이 아닌 적어도 비행사 정도는 되어주어야 하지 않을까?
 다음에 다시 이 책을 읽게 되었을 땐 펑펑 울며 가슴 아파 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보아 뱀을 그린 그림을 모자! 라고 답하는 일이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다.
 
 비록 눈에 보이지 않더라도 말이다.
 진짜 중요한 건 마음으로 보아야 한다고 여우가 말하지 않았던가?
 
 “마음으로 보아야 더 잘 볼 수 있다는 거지. 가장 중요한 건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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