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운, 그리고 쓰다

▲ 김정운(지은이) / 21세기북스

 “노는 만큼 성공한다.”,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등으로 유명한

 대한민국 대표 베스트셀러이자 일류 강연가로 누구보다 바쁘게 살았던 문화심리학자 김정운. 그가 돌연 한국 생활을 접고 만 오십이 되던 해 일본으로 떠났다.
 “이제부터는 내가 하고 싶은 것만 한다.”는 결심 하에 일본행을 감행한 것이다.
 그는 오랫동안 가슴에 품고 있던 ‘그림’을 본격적으로 그리고자 전문대학에 입학했다. 그렇게 나이 오십에 꿈을 찾아 골방에서 홀로 외로운 유학 생활을 시작했다.
 “그림을 공부하기로 한 것은 내 인생의 가장 훌륭한 결정이었다.”고 저자는 주저 없이 말한다. 주체적 삶이란 자기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공부할 때 비로소 가능해진다. 그리고 그 시간은 격한 외로움을 피해 생겨난 어설픈 인간관계에서 시작된다는 사실을, 우리는 외면하고 있지 않은가. 외로움을 감내한다는 것, 그것이 바로 내 삶의 주인으로 사는 방법이다.
 
 우리는 너무나 바쁘게만 삽니다. 그렇게 사는 게 성공적인 삶이라고 생각합니다. 착각입니다. 바쁠수록 마음은 공허해집니다.
 ‘인간은 어쩔 수 없이 외로운 존재’임을 깨닫는 방법밖에 없습니다. 외로움은 그저 견디는 겁니다. 외로워야 성찰이 가능합니다. 고독에 익숙해져야 타인과의 진정한 상호작용이 가능합니다. 외로움에 익숙해야 외롭지 않게 되는 겁니다. 외로움의 역설입니다.
 
 저자의 프롤로그를 읽으며 한 해 동안 왜 이리 바쁘게 아등바등 살았을까? 나의 일상을 되돌아보았다. 2015년 유난히도 바빴던 한 해였다. 새로운 인연을 많이 만났고, 새로운 일들도 많이 경험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런저런 사연들로 인해 새로운 인연들과 이별해야 할 일들이 생겨났다. 내가 도와줄 수도 해결할 수도 없는 그들만의 일들이라 어쩔 수 없이 받아들였지만 갑자기 닥쳐오는 이별들을 받아들이기엔 너무나 힘든 시간들이었다.
 “빨리 책을 읽어야 할 이유는 없다. 느리게 걷고, 천천히 말하며, 기분 좋은 생각을 많이 해야 한다. 그래야 행복한 거다.” 라고 저자가 말한다. 격하게 외로워야 한다고 했지만 세 남자와 사는 아줌마에겐 온전히 외로울 틈이 없었다. 대신 운동도, 블로그 운영도, 서평쓰기도 천천히 느리게 이어나갔다. 관계 속에서 힘들고 외로운 시간이었지만 가장 가까운 가족과 친한 친구와 더 행복하고 소중한 시간들을 보냈다. 관계속의 외로움을 담보로 얻어낸 성과물이었다.
 
 언젠가는 세 남자와 사는 외로울 틈이 없는 이 아줌마에게도 온전한 외로움을 겪는 순간이,
 ‘고립’을 통해 ‘몰입’의 기쁨을 만나는 순간이 오기를 희망해 본다.
 
 내 삶의 주인이 되는 문화심리학. 가끔은 격하게 외로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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