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 방정환/그림 박철민
한국헤밍웨이
 아이들에게는 감질나게 짧았던, 그렇지만 나에게는 겨울방학보다 길게 느껴졌던 봄방학이 끝이 났다. 이 시간을 어떻게 하면 알차게 보낼 수 있을까? 궁리하다, 전부터 눈여겨보았던 전집 한질을 질렀다. 전집. 누군가는 그랬다. “전집 사봐야, 애들 안 읽어.”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또 산다. 왜? 아이가 커지는 만큼 책도 성장해야 하니까. 그게 내 마음이고 엄마들의 마음일 거다. 그래서 이번에는 ‘한국대표명작동화’ 60권짜리. ‘하루에 세권씩 읽으면 뭐 한달 안 되서 다 읽겠지.’ 독서에는 ‘혹시나’가 한 번도 들어맞지 않았지만, 그래도 책 한 권 한 권 진열하면서 주문을 외운다. 믿습니다. 그런데 녀석들이 이틀이 지나도 책에는 관심을 보이지 않아, No.1 한 권을 집어 들어 소리 내어 읽어 주었다.

 “만년 샤쓰” 1920년대에 쓰여진 방정환선생님의 동화. 평소 ‘검정고무신’ 팬인 아이들이라 교복입고 까까머리 형이 나오는 이야기에 관심을 보인다. 가난하지만 꿋꿋하게 살아가며 남을 도우는 안창남. 지금과는 완전 다른 시대 이야기지만 그의 착한 마음씨와 태평스러운 성격이 아이들 마음에 들었나 보다. 나도 좋아하는 캐릭터다. 아무리 어려운 일이 닥치고 창피스러운 일을 당해도 조금도 부끄러워하거나 기죽지 않는 안창남의 성격이 참 마음에 든다. 다른 사람이 걱정이 있어 얼굴을 찡그릴 때에도 우스운 말을 잘 지어내고, 동무들에게 곤란한 일이 있는 때에는 좋은 의견도 잘 꺼내 놓는 안창남. 요즘 시대에 보기 드문 인물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요즘시대에는 정말 보기 드문 형이다. 환경도 달라졌을 뿐 아니라 아이들의 관심사도 너무나 달라졌기 때문이다. 체조시간, 지금의 체육시간에 안창남이 웃옷을 벗게 되었을 때, 그는 ‘만년 샤쓰’를 입었기 때문에 옷을 벗을 수가 없다. ‘만년 샤쓰’란, 샤쓰(셔츠)를 입지 않은 맨몸을 말한다. 넉넉하지 않지만 자신보다 어려운 이웃을 위해 옷을 나눠주고, 자신의 셔츠를 앞을 못 보는 어머니에게 벗겨 준다. 맨몸에 겉옷만 걸치고 학교를 온 상황을 지금처럼 계절이 바뀌기도 전에 옷을 준비하여 입는 아이들은 이해하기 조금 어려울 것이다. 그렇지만 안창남의 부족함 속에서도 남을 배려하는 마음은 아이들의 마음속에 오래도록 간직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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