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찰스키핑(지은이) / 사계절출판사

 내가 활동하고 있는 독서모임 중, 아이들 위주의 책을 읽고 이야기 나누는 모임이 있다. 작년에는 국내 작가들의 책을 읽었는데, 올해는 국외 작가들 중 유명한 몇 명을 선택하여 계획표를 짰다. 이달의 작가는 ‘찰스 키핑’. 일러스트레이터이자 어린이 책 작가이다.

 존 버닝햄, 브라이언 와일드스미스와 함께 영국을 대표하는 그림책 작가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런데 나는 이번에 그를 처음 만났다. 그의 그림책들은 대부분이 어린이들을 위한 책이 맞나? 싶을 정도로 그림이 섬뜩하고, 무서운 얼굴의 어른들이 많이 등장한다. 특히 이 책 ‘빈터의 서커스’는 내가 보아도 그림이 무섭다. 특히 서커스의 매표소 아저씨. 얼굴만 봐서는 서커스 구경을 하고 싶어 달려간 아이들이 발길을 돌려 부모에게 되돌아가고 싶게 그려 놨다. 이 책의 주인공 웨인과 스콧도 그런 생각을 했을 거다. 그들은 평소에 놀던 빈터에 서커스 천막이 쳐지는 것을 보고, 주머니에 돈을 넣어 가지고 곧장 매표소로 달려간다. 역시나 무서운 아저씨 등장. 그러나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강심장인 두 어린이. 그들은 매표소를 지나, 무리지어 있는 이상야릇한 표정의 어른들을 지나, 우리에 갇힌 동물들을 지나, 놀이기구를 타고, 드높은 음악소리에 이끌려 곡예가 펼쳐진 천막으로 들어간다. 그 곳에서 어릿광대들의 우스꽝스러운 연기를 본다.

 그런데 그들이 어쩌지 슬퍼 보인다. 왜일까? 남을 웃게 만드는 일이 결코 자신을 웃게 만드는 것은 아님을 말하는 것인가? 이어진 아름다운 말들의 공연, 외줄타기 곡예, 공중그네 곡예, 코끼리 공연 등 대 단원의 막이 내리고, 천막이 걷힌다. 짐차들도 사라지고, 웨인과 스콧에게 그곳은 예전 그 쓸쓸했던 빈터로 다시 돌아 왔다. 하지만, 반전의 마지막장. 그 둘이 느끼는 감정이 다르다. 웨인에게 빈터는 예전의 쓸쓸했던 그 곳. 반면 스콧에게 이 빈터는 늘 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 있는 곳, 희망의 장소가 되었다.

 작가는 마지막 장의 이야기를 통해 두 아이의 서로 다른 심리를 보여 주었다. 읽다보니 재미있다. 처음에는 그림이 독특하고 섬뜩하여 기억에 남았는데, 자꾸 읽다보니 스토리 또한 기억에 남는다. 나도 모르게 또 다른 ‘찰스 키핑’의 작품을 집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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