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정생(지은이) / 낮은산
 “까투리 이야기 써 보았습니다. 어머니의 사랑이 어떻다는 것을 일깨워 주기 충분하다고 봅니다...” 책의 첫 페이지에 작가의 말이 이렇게 적혀 있다. 그리고 산불이 거센 그림과 함께 엄마 까투리가 새끼들을 필사적으로 보호하는 모습이 그려진다. 산불은 살아있는 모든 것들을 집어 삼키고, 검고 쾌쾌한 것들을 뱉어 낸다. 산골짜기 다복솔 나무 아래, 엄마 까투리와 갓 태어난 꿩 병아리 아홉 마리. 이들도 거대한 재앙 앞에 속수무책인 여린 생명체들이다.
 
 불길이 너무나 뜨거워 저도 모르게 푸드덕 날아올랐다가 두고 온 새끼들이 생각나 번뜩 정신을 차리고 다시 그 뜨거운 속으로 내려앉는 엄마 까투리. “얘들아, 얘들아!”, “삐삐, 삐삐!”
 다급함 속에서 엄마와 새끼들은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고, 잠깐의 안도감을 느낄 새도 없이 화마는 빠르게 모든 것을 삼켜 버린다. 본능인지라 엄마 까투리는 뜨거움에 날아오르고 내려앉고를 몇 번, 새끼들을 두고 차마 날아오르지 못한다. 엄마는 흩어져 있는 새끼들을 한군데 모아 놓고 두 날개를 펼치고는 불길이 새끼들을 덮칠까 봐 꼭꼭 보듬어 안았다. 이내 새끼들은 어미 품에서 뜨겁지도 무섭지도 않다. 두 눈 꼭 감은 엄마 까투리는 새끼들을 품고 꼼짝 하지 않는다. 찡하다. 코등이 시큰해진다. 예전에는 몰랐는데, 내가 어미가 되고 보니 엄마 까투리의 상황이 너무나 공감된다. “뜨거워서 달아나고 싶어도 꼼짝 않았습니다. 그리고는 이내 정신을 잃었습니다...”
 
 큰 아이도 참 좋아하는 책이다. 감수성이 예민한 아이라 그런지 읽으면서 매번 눈물을 찔끔 거린다. 학교 숙제로 어버이날 부모님께 효도하고 일기 쓰기가 숙제였는데, 아이들에게 이 책을 읽어 주고, 엄마 까투리의 헌신적인 사랑을 느끼게 해주는 것이 ‘효도하기’라는 형식적인 행동을 유발하는 단어보다는 백배 감동을 전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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