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의 상황이 심상치 않다. 양극화가 심화되는 우리 사회 내부의 갈등에 더해 영국의 브렉시트 결정에 따른 세계경제의 급변, 미국의 경기 침체, 중국발 금융위기 발발의 조짐, 사드 배치 결정에 따른 최대 교역국 중국과의 갈등과 경제 제재 우려, 일본 아베노믹스 성공의 불투명함과 지정학적 불안감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의 부도덕한 행태나 오너들의 무분별한 갑질, 위기상황에 둔감한 무기력증과 무능이 여전하고,  노동조합의 파업, 기업 구조조정 이슈 등도 갈등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온 국민이 꿈꾼 평화통일을 기약하기 힘든 분단과 냉전이 심화되면서,  이제는 신냉전의 시대로까지 접어드는 악화일로의 지정학적 상황에 놓여있다.  저성장 장기화에 접어든 한국경제가 회복은 커녕 오히려 암흑시대로 접어들고 있는 분위기다.  한국경제는 그동안 외환위기,  글로벌 버블붕괴 등 여러 위기를 극복했지만,  최근에는 정부와 기업마저도 과거에 보여온 도전정신과 극복을 위한 근성을 상실한 채 표류하는 모습이다.

 
한국의 4분의 1, 세계경제를 주도하는 글로벌 삼성의 미래
세계적으로 큰 변혁이 진행되는 시점에 한국사회에서 경제적 측면으로 가장 주목받는 곳은 삼성이다.  그것이 삼성이 한국경제에서 차지하는 위상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삼성은 한국 국내총생산(GDP)의 25%, 수출의 25%를 차지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한국사회의 삼성에 대한 의존도가 과도하다는 지적이 각계에서 잇따라 나오고 있다.  그럴 정도로 국내외적 위상과 위세가 막강한 삼성도 최근 위기를 겪고 있다.  여기에는 이건희 회장의 와병에 따른 세대교체와 세계경제의 침체 흐름,  삼성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높은 국내 경제의 비정상적 구조에 대한 우려가 깔려있다.  삼성의 미래는 대한민국의 미래라고 해도 부족하지 않을 정도로 이미 한국사회를 뒤흔드는 중요한 경제변수가 되어 있다. 삼성에 대해 객관적이고 정확한 분석과 전망이 필요한 시기다.
최근 출간된 <이재용의 넥스트삼성>(이성민 저, 라이스메이커)은 필자에게 한국경제와 삼성에 대해 다시 한번 돌아보는 계기를 줬다.  그동안 나온 책들은 삼성이나 삼성의 경영자들에게 일방적으로 찬사를 보내거나, 강하게 비난하는 두 종류의 책들이 주류를 이뤄왔다.  삼성의 창업주 이병철 회장, 세계적인 글로벌기업을 만든 이건희 회장, 3대 경영자인 이재용 부회장을 일방적으로 추앙하거나 이들의 리더십을 높이 평가하는 책들이 주류를 이뤄왔고, 삼성가 사람들의 삶이나 경영방식에 찬사를 보내는 책들이 중심이 됐다. 일부는 삼성가의 불편한 진실, 노조 탄압 등 삼성에 대해 비판적인 책도 일부 나왔다.
이런 상황에서 나온 신간 <이재용의 넥스트삼성>은 KBS 아나운서로서 미래전략가로서 활동중인 이성민 작가의 신작이다.  이 책은 찬사나 비판 일변도가 아닌 객관적인 분석과 차분한 논리 전개로 삼성에 대한 화두를 던지고 있다.  언론인으로서 한국사회의 미래를 고민해온 작가가 한국경제의 핵인 삼성의 현 주소와 미래전략을 심층분석함으로써 이해관계 없이 한 걸음 떨어져 기술한 삼성 미래보고서다.  이에 따라 한국경제의 현실과 삼성의 미래전략, 주요 분야에 대한 이재용 부회장의 리더십 역량을 살필 수 있도록 했다는 점에서 많은 독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첫째, 이 책은 그런 국내외 경제변수와 전망에 대해 답하는 혜안과 식견이 돋보인다. 삼성의 미래를 읽어야 다른 경제상황에 대한 대처와 해법을 제시할 수 있다. 둘째, 구조적이고 짜임새 있는 경제 및 삼성에 대한 분석이 눈에 들어온다. 21세기를 책임져야 하는 이재용 체제의 삼성, 경쟁이 치열한 세계경제에 대한 분석과 전망, 삼성그룹의 미래에 대한 진단, 한국경제의 생존전략을 다루는 책의 구성이 탄탄하다.  셋째, 아나운서로서 22년째 근무해온 필자의 말솜씨와 영문학-일문학 박사로서의 탁월한 글솜씨가 어울려 읽고싶은 호기심을 자극한다. 이재용 체제의 출범부터 책을 잡으면 어려운 경제현상과 분석이 쉽게 가슴에 다가온다. 넷째, 이 책을 통해 세계경제의 동향, 한국경제의 미래를 파악할 수 있고 이를 통해 대한민국의 나가야 할 미래전략을 수립할 수 있게 한다. 불확실성이 가득한 미래전쟁, 인간을 넘어선 알파고로 상징되는 기술문명의 시대에 대처해야 할 우리의 삶의 자세를 생각할 수 있게 한다.
 
이어지는 구조조정, 리스크 회피인가, 변신의 초석인가?
삼성은 글로벌 기업으로서 많은 사람들에게 존경받고 있지만, 반면 비판도 많이 받고 있다. 일부 언론과 전문가들은 이재용 부회장이 지나치게 리스크 회피적인 태도를 보인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국 경제의 중요한 일부인 큰 부분을 차지하는 삼성그룹이 차세대 성장 동력 확보에 대해 적극적이지 않다는 우려다. 구글과 애플 등 서구의 선두주자들, 중국과 일본 등의 해외 기업들이 과감한 기업 인수 및 합병(M&A)를 펼치는 것과 비교해서, 지나치게 조직 정비에만 주력하는 모습을 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부 극단적 비판자들 중에는 이재용 부회장을 ‘관리형 경영자’에 불과하다고 폄하하는 경우까지 나오고 있다.
또 노조에 대한 거부감과 탄압, 언론과 정치까지 좌지우지한다는 거대한 영향력도 마찬가지다. 삼성이 지나치게 큰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삼성이 망해야 대한민국의 경제가 산다.”라며 삼성그룹이 국내에서 차지하는 커다란 비중에 대해서 비판하는 목소리까지 나올 정도다.  일부 과장된 부분도 있지만, 삼성이 윤리성과 도덕성을 겸비하면서 세계적인 글로벌기업으로서 지속적으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경청해야 할 부분도 있다.  더불어 이미 한국경제의 상징이 되어버린 삼성이 제 역할을 하고, 세계 속에 미래전망을 선도하고 도덕성과 사회기여, 소비자에 대한 보호와 존중을 한다면, 삼성의 존재감은 더욱 커지고, 사랑받는 기업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가능성이 크다.
저자는 와병 중인 이건희 회장을 대신해 삼성의 새 선장 역할을 하고 있는 이재용 부회장에 대해 주목한다. 일본과 미국의 대학원에서 공부했고, 세계 초일류 삼성그룹에서 25년간 경영 준비를 해온 최고경영자로서의 역량을 발휘해온 이재용 부회장이 IT전자 기술의 전환기에 민감하게 적응하며, ‘변질’되기 전에 ‘변화’하는 삼성을 만들기 위해 ‘변신’의 초석을 깔고 있는 것으로 저자는 분석한다. 저자는 삼성그룹이 6천 명의 박사 임직원을 움직여 차세대 성장 동력을 찾아내는 아시아를 대표하는 성장 엔진이며, 외국 계 해지펀드가 경영권 승계를 방해할 때 국민적 관심과 기대로 막아내는 한국의 자부심이라는 점에 주목한다. 또 이재용 부회장이 향후 IT전자 기술 전쟁에서 삼성그룹이 승리할 수 있도록 미래를 적확하게 예측하고, 진두지휘할 수 있는 역량을 가진 최고경영자로서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삼성이라는 이름만 남기고 전부 파괴하라”...생존의 길
저자는 “2016년 6월 이후, 글로벌 네트워크는 IT전자·금융·건설 인프라, 유통의 장벽이 깨지고 통합 시장에 대한 하나의 제조 서비스 분야로 집중되고 있다. 이제 시장도 하나, 공장도 하나가 되는 시대다. 이러한 시장에서 살아남는 것은 오로지 하나, ‘변화를 선도한다.’는 삼성그룹의 창업 정신뿐이다. 삼성이라는 이름만 남기고 전부 파괴하는 변화를 선도해야 삼성그룹은 앞으로도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 김홍국(국제정치학 박사, 한국협상학회 부회장)
문제는 급격하게 변화하는 세계경제의 불가측성과 갈수록 혼돈 양상을 보이는 미국 및 중국경제의 침체, 삼성이 어느 정도 미래동력을 확보할지와 이재용 부회장의 적극적이고 미래지향적인 리더십이 발휘될지 여부다. 그러기 위해서는 명확한 미래 비전을 설정하고, 사회와 조직에 대해 적극적인 의사소통과 권한위임을 통해 거친 세계시장이라는 생태계에서 살아남고, 변화를 주도할 수 있는 창의력과 예지력을 가져야 할 것이다.
고령화 사회에 접어들었고, 사회적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는 한국사회는 거센 풍랑과 파고 속에서 험난한 21세기를 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세계를 주도하는 실력과 경험, 지혜와 품격을 갖춰야 하고, 삼성은 그 선두에 서서 약육강식의 정글이라는 경제전쟁에서 승리해야 한다. 좋은 책을 통해 지식과 실력을 키우고, 세상의 변화를 주도하는 소통과 협력의 사회적 풍토와 상생의 문화를 만들어야 할 때다.
 
 
 
저작권자 © 한국독서교육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