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으로 영어 하는 남자’
조승연이 공개하는
‘영어의 민낯’

막힌 영어가 술술 풀리는 언어학 기본상식

우리는 오랫동안 영어를 사회적 서열을 구분하는 지표로 여겨 왔고, 소통의 도구가 아닌 맹목적인 동경의 대상으로 바라보았다. 하지만 이제는 이러한 식민지 시대의 영어관에서 벗어나 영어공부의 목적과 방법 등을 바꾸어야 한다. 외국어를 배운다는 것은 인간의 뇌리에 깊숙이 박힌 선입견을 송두리째 뽑아내고 사고 체계를 완전히 뒤집는 훈련을 통해 타 문화에 대한 호기심을 탐구의 대상으로 보고 몸으로 직접 받아들이는 일이다. 문화와 지식 체계가 전혀 다른 외국인의 언어를 배우려면 그들 언어 이면에 담긴 인문학 지식과 역사적 배경, 우리와 다른 사고방식의 차이부터 숙지해야만 한다.
‘영어 유창성’은 타 문화를 능동적이고 진취적인 태도로 바라보고 이해하는 데서 시작된다. 글로벌 시대인 지금, 영어는 내가 세계 속의 수많은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게 해주는 필수 도구이다.
와이즈베리에서 출간한《플루언트, Fluent: 영어 유창성의 비밀》은 우리에게 영어가 왜 절실히 필요하며 어떻게 해야 영어 고민에서 해방될 수 있는지 친절하게 안내해줄 것이다.

21세기 글로벌 ‘링구아 프랑카’,
영어, 세상과 소통하다


구약성경 창세기에는 높고 거대한 탑을 쌓아 하늘에 닿으려 했던 인간의 오만함에 분노하여 신이 본래 하나였던 언어를 여럿으로 분리하는 저주를 내렸다는 일화가 등장한다. 세계 언어학 통계자료인 에스놀로그ethnologue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 약 73억 명이 7,097개의 언어로 소통한다고 한다. 그 중에서 영어는 약 9억 4,000만 명이 사용하는데 영국, 미국,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 등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지역뿐만 아니라 인도 등 국가 공식어로 지정한 곳까지 총 57개 국가와 27개 자치구의 공식 언어로 알려져 있다.
오래전 앵글로-색슨 용병부대가 영국 해안에 도착했을 때 라틴어를 구사하는 로마인들과 영국 원주민의 방언을 접하면서 서로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도록 고안해낸 것이 바로 영어의 기원인 ‘고영어’다. 고대부터 지금까지 영어는 아주 미묘하게 조금씩 다른 스타일을 유지하고 특정 그룹의 문화를 지속적으로 반영하면서 ‘영어들’을 만들어왔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영어는 ‘링구아 프랑카’인 동시에 부족어이기도 하다.
이처럼 다양한 환경에서 수많은 인종이 사용하고 있지만 전 세계의 영어 사용자들은 큰 불편 없이 자유롭게 의사소통이 가능하다. 바로 이 점이 영어가 갖는 경이로움이다. 이에 반해 중국어는 수도 베이징에서 200~300킬로미터만 북쪽으로 이동해도 말이 너무 달라져서 알아듣기가 힘들 정도다. 영어가 소위 ‘글로벌 언어’로 부상한 이유는 영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광범위한 지리적 분포, 서로 다른 영어 사용 집단끼리의 상호 소통이 가능하다는 점 때문이다.

‘영어적 머리’ vs ‘한국어적 머리’
일반적으로 동양인은 ‘큰 것에서 작은 것’ 순서로 말하고 서양인은 ‘작은 것에서 큰 것’의 순서로 말하는 경향이 있다. 비교문화학자 리처드 니스벳Richard E. Nisbett 박사는 몇 가지 실험을 통해서 이러한 동서양인의 사고방식 차이를 알기 쉽게 설명했다.
문화와 관습이 서로 다른 민족이 한곳에 모여 사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소통을 위해 자생적으로 만들어진 영어는 감정의 깊이보다는 적은 수의 단어와 단순한 문법으로 표현을 간소화시켰다. 따라서 한국어의 모든 뉘앙스를 영어로 모두 표현한다는 것은 마치 페트병에 가득 담긴 물을 소주잔 하나에 담으려고 하는 것만큼이나 힘들다.
한국인이 영어를 배울 때 반드시 알아두어야 할 사항은 ‘추상적인 개념’과 ‘구체적인 개념’의 차이에 대한 감을 익히는 것이다. 한국어 사용자에게 영어의 ‘관사’는 성가시고 불편한 존재로 여겨져 왔지만 영어를 모국어로 쓰는 사람들에게는 문장의 의미를 송두리째 바꾸는 아주 중요한 문제다. 또한 영어의 ‘동사’는 방향성이 정확하게 표시되어 조금만 잘못 사용해도 의미가 반대로 변한다. 영어에서 주어는 문장의 주체가 아니며 ‘ 말Verb' 그 자체인 동사의 지배Subject하에 놓이는 존재다. 영어 공부의 시작과 끝은 단어를 철사처럼 휘어서 쓸 줄 아는 것이다. 우리의 머릿속에 ‘한국’과 ‘한국인’은 서로 다른 단어지만 미국인의 머릿속에 ‘Korea'와 ’Korean‘은 같은 단어의 두 가지 버전이다.

'영어 유창성'의 비밀
우리가 영어에 대해서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것은 ‘콩글리시’ 나 ‘피진pidgin’영어를 사용해선 안 된다는 편견이다. 하지만 사소한 실수를 반복하는 초보 시절을 거쳐야만 다음 단계로 발전해 나갈 수 있듯이 ‘주어S+ 동사V’ 로 이루어진 간단한 문장만으로도 영어로 말문을 틀 수 있다. 영어의 문법은 일종의 규칙과도 같다. 따라서 무턱대고 외우기보다는 먼저 서양의 사고 패턴을 머릿속에 들여놓은 다음 그 언어의 골격을 파악하고 간단한 문장을 반복적으로 써보면서 단어의 질감을 익히는 것이 영어를 유창하게 구사할 수 있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구글 빅데이터에 따르면 2016년 1월 1일 기준으로 영단어의 수는 103만 5,000개에 이른다. 98분마다 새로운 단어가 하나씩 생겨나고 하루 평균 14.7개의 신조어가 태어나는 셈이다. 아무리 단어를 열심히 암기한다고 해도 세계 10억 명의 영어 사용자가 집단지성으로 만들어내는 단어 수를 따라가기란 불가능하다. 한 단어가 담고 있는 의미와 감정은 사람의 마음을 읽는 것과 같다. 저자는 이 책에서 한 단어가 가진 다양한 의미를 제대로 오랫동안 머릿속에 남기도록 하기 위해서 자신만의 사전을 써나가고 단어 가계도를 만들어 볼 것을 강조한다.
외국 드라마를 원어로 시청하면서 ‘웃음 포인트’를 놓치지 않고 실시간으로 쏟아지는 수많은 외국 미디어 정보를 곧바로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은 ‘그들’의 역사 . 문화적 지식을 공유하고 있다는 의미다.
《플루언트》를 집필한 조승연 저자는 고등학교 유학 시절 영어 시 낭독의 중요성을 배우면서 영어를 비롯한 외국어의 ‘감’을 제대로 알았다. 또한 인문학 고전 작품을 통해서 그들의 공통 문화 지식에 눈을 뜨고 합리적 사유의 바탕이 되는 서양 철학의 흐름을 이해하면서 우리(동양인)와는 다른 그들의 눈을 통해 시간과 공간을 나누는 기준을 파악했다.
중세 유럽인들이 '라틴 문명기'에 살았다면 우리가 살고 있는 21세기는 ‘영어 문명기’다. 영어는 지금도 실시간으로 그 모습이 조금씩 변하고 있다. 제대로 된 영어공부는 전 세계 10억 명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기회다. 지금까지 우리가 고집해온 방식을 과감하게 버리고 영어를 대하는 마음의 자세를 바꾼다면 올바른 영어 공부 방법은 저절로 따라올 것이다. 저자의 말대로 “왜Why 영어를 배우는지 이해하고 있다면 결국 어떠한 방법How도 견뎌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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