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홍국(국제정치학 박사, 경기대 겸임교수)

 막말과 음담패설, 네거티브선거로 비난받던 도널드 트럼프가 지난 11월8일 열린 미국 대통령선거에서 제 45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트럼프는 유세장에서 미국의 대통령선거 사상 유례가 없는 삿대질과 거칠고 난폭한 언어를 동원하며 선거운동을 펼쳤다. 그 결과 미국 최초의 여성대통령을 노리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에 선거인단 집계 결과 306 대 232로 큰 격차의 승리를 거두며 대통령의 꿈을 이뤘다.

이단아 트럼프는 대선 승리 후 이미지의 변신을 꾀하고 있다. 선거운동 내내 미국인의 분열을 선동하던 그는 ‘화합’과 ‘국민 통합’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선거 후 감옥에 보내겠다”던 경쟁자 힐러리 클린턴의 사법 처리 문제에 대해 “다른 현안들이 우선”이라며 말을 돌리는 딴청을 부리고 있다. 대선 승리라는 최종 목표를 이룬 트럼프는 대통령 당선자로서 현실적인 국정 운영을 준비하고 있다. 전 세계인들은 어이없고 충격적인 선거결과지만, 일반인의 상식으로는 좀체로 이해하기 어려운 삶을 살아온 트럼프가 승자가 되는 현실을 받아들여야 하는 역설적이면서 당혹스러운 상황에 놓였다.
 
극적인 드라마로 가득한 비주류 이단아 트럼프의 승리
트럼프의 삶은 극적인 드라마로 가득하다. 그는 1946년 6월 14일 뉴욕 퀸스에서 독일 이민가정의 후예로, 3남2녀 중 차남으로 태어났다. 거친 반항아적 기질을 보였던 그는 13살 때 학교에서 교사를 폭행하는 사건으로 퇴학을 당했고, 결국 규율이 엄격한 뉴욕군사학교에 들어가 청소년 시절을 보내야 했다. 그는 이 학교에 잘 적응해 학생 간부가 됐지만, 베트남 전쟁이 한창이던 1964년 무렵 네 차례나 징병을 유예받으면서 훗날 병역기피 의혹을 받기도 했다.
그는 뉴욕군사학교를 졸업한 뒤, 뉴욕의 포덤 대학교를 2년 다녔고 이후 펜실베이니아 대학교 와튼 스쿨로 편입해 경제학 학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부동산 개발업이 핵심사업인 트럼프 그룹의 회장 겸 사장을 맡아 기업가로 변신했다. 그는 트럼프 엔터테인먼트 리조트를 설립해 전 세계에서 진행한 호텔과 고급 콘도미니엄 사업에서 성공을 거뒀다. 그는 리얼리티 TV쇼 ‘어프렌티스’를 진행하는 등 화려한 방송인의 경력도 걸었고, 여러 차례 대선에 출마하는 등 정치적 야심도 보여왔다. 이런 방송활동 탓에 세 차례에 걸친 TV토론에서 관록의 클린턴에게 밀리지 않고 자신의 주장을 강력하게 펼치기도 했다.
그는 2015년 7월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 경선에 출마한 후, 2016년 7월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공화당 대선 주자가 됐다. 당시 막말과 거짓말을 일삼는 이단아라는 점에서 공화당 지도부가 총출동해 그를 경선에서 떨어뜨리려 했지만, 트럼프는 이에 맞서 자신만의 선거운동에 나섰고 결국 경선 승리를 따냈다. 이어 2016년 11월 8일 치러진 대통령 선거에서 미국의 100대 언론 중 단 2개의 지지를 받고, 공화당 의원들이 선거운동을 외면하는 등 주류 정치권의 공세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후보를 꺾고 대통령에 당선됐다.
 
거센 도전과 가득한 난제에 직면한 트럼프 행보 주목
트럼프는 극우파로 알려져 있지만, 그의 성향을 진보 또는 보수로 나누기 애매하다. 그는 9년 동안 민주당원으로 활동해왔고, 공화당이 추구해온 정통 보수 이념과도 큰 차이가 있는 삶을 살아왔다. 그는 민주당, 공화당, 언론 모두에게 지지를 받지 못한 이단아였고, 현실정치에 대해 과격한 발언을 쏟아내는 비주류의 삶을 살아왔다. 기존 정치에 대한 유권자들의 염증과 세계화의 물결 속에서 고조되는 박탈감 등 격변하는 민심을 기득권의 벽에 갇힌 정치인들이 제대로 읽어내지 못한 반면 트럼프는 이를 낱낱이 지적하며 승리를 따냈다. 트럼프와 비슷한 삶을 살아온 이탈리아의 포퓰리스트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는 트럼프의 승리에 대해 “‘정치적 올바름(being politically correct)’이 유권자들의 요구에 부합한다고 생각하는 좌파의 전형적인 실수”에서 비롯됐다고 지적했고, 이는 이번 미국대선의 성격을 잘 보여주고 있다.
트럼프는 대통령에는 당선됐지만, 거센 도전에 직면해있다. 분열된 공화당과 야당인 민주당의 공세적 정치행태라는 정치환경은 난제투성이다, 기존 정치에 성난 백인 지지층과 ‘트럼프는 내가 뽑은 대통령이 아니다’라고 외치는 나머지 절반의 미국인들도 조만간 그를 비판할 가능성이 크다. 외교경험이 일천한 트럼프가 지휘하는 미국의 행보를 불안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세계 각국의 비판도 부담이다. 트럼프가 국민통합을 이유로 유화적인 행보를 걸을 경우 그를 반대해온 미국인들과 국제사회의 불안감을 완화시킬 수는 있지만, 그를 지지해온 분노한 백인 저소득층은 거세게 반발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트럼프가 당선 직후부터 내놓은 유화적인 메시지에도 불구하고 선거결과에 불만을 품은 이들의 반트럼프 시위는 연일 확산되고 있다. 그의 도발적 발언과 과감한 정책 약속에 열광했던 핵심 지지층에 배신감과 실망감을 안겨줄 것이고, 반대층의 공세가 이어진다면 트럼프의 향후 행보에는 난관만이 가득할 가능성이 크다.
 
국정농단 최순실게이트의 한국, 해법과 청사진 모색 시급
한국사회는 비선실세가 국정을 농단한 최순실게이트로 100만명의 시민들이 거리로 뛰쳐나와 촛불시위를 벌이는 등 극심한 사회적 갈등을 겪고 있다. 우리 정치지도자들도 이같은 국제적인 흐름과 세계시민들의 변화를 직시하고, 험난한 파고가 가로막고 있는 현실을 돌파할 혜안과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 또 트럼프 대통령 시대의 미국과 시진핑 주석의 중국 중심의 G2, 푸틴 대통령의 러시아, 아베 체제의 일본 등의 변화를 발빠르게 파악하는 정보력과 외교력으로 새로운 세계사의 변화와 시대흐름을 인식하고 한국사회의 발전을 위한 청사진을 펼쳐내야 할 것이다. 더불어 곳곳에서 독서운동을 벌이며 인문학적 소양을 쌓고 사회에 대한 시민의식을 길러온 시민들의 요구가 무엇인지, 불평등과 심각한 사회격차로 고통받고 있는 사회적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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