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구속, 수출 위기...21세기형 경제 패러다임 모색 절실"

▲ 김홍국(국제정치학 박사, 한국협상학회 부회장)

한국경제가 위기다. 국내외 경제 상황은 최악을 향해 치닫고 있고, 이재용 삼성 부회장의 구속에서 보듯 정경유착과 같은 낡은 관행과 이로 인한 부작용은 여전히 취약한 한국경제의 현주소를 웅변하고 있다. 고속성장을 거듭하며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으로 자리잡은 한국경제는 2017년 초반부터 연신 경고음을 발신하고 있다.

한국경제를 대표하는 삼성그룹의 총수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7일 뇌물죄 등의 혐의로 구속된 뒤 특검의 수사를 받고 있다. 그 여파가 일파만파로 한국경제의 위기 신호로 나타나고 있다. 삼성그룹의 위기에 그치지 않고 한국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치며 한국사회 전반을 뒤흔들고 있다. 삼성그룹은 연간 매출액이 300조원에 달하며, 삼성전자는 국내 제조업 매출의 11.7%, 영업이익의 30%를 차지하는 세계적인 기업이다.

한국경제를 상징하는 삼성그룹의 총수가 구속되면서 한국경제를 바라보는 세계인들의 시선이 곱지않다. 당장 삼성전자가 미국 경제전문지 <포천>이 선정하는 ‘세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 50’에서 10년 만에 탈락하면서 충격을 더하고 있다. 갤럭시노트7 발화사태가 원인이라고는 하지만, 삼성전자는 2009년 50위로 순위권에 오른 뒤 지난해까지 최고 21위, 최저 42위를 차지하며 꾸준히 글로벌기업의 위상을 굳혀왔기에 총수의 구속과 함께 충격을 더하고 있다.

이건희 회장의 와병 상태에서 1938년 삼성 창사 이래 79년만에 총수가 구속된 것은 처음 있는 일로 삼성의 위기 상황은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는 상황으로, 이 부회장의 사법 처리 과정에서 삼성의 브랜드와 기업가치 하락을 포함해 기업 이미지는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한국무역협회가 “지금 우리 경제는 수출과 내수 부진 속에 보호무역주의 확산과 안보위기 고조 등 크나큰 대내외 악재에 가로막혀 있다. 한 기업인의 구속과 기업 이미지 훼손에 그치지 않고 전체 기업인에 대한 우리 사회의 부정적 인식을 확대하고 기업가 정신을 크게 후퇴시킬 것”이라고 우려하는 것도 충분히 이해할만 하다.

문제는 이번 이 부회장의 구속을 정경유착의 굴레를 벗고, 구태경영을 청산하는 획기적인 경영개혁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점이다. 삼성뿐 아니라 다른 대기업들도 권력과의 유착을 통해 이익을 도모하며 불법이나 편법경영에 안주해온 행태를 바꿔내는 개혁의 전기로 삼아야 한다는 점이다. 황제경영이나 정경유착이 통하지 않는 시대이고, 기업의 부정적 행태에 대한 국민들의 비판도 커지고 있다. 사회 변화에 걸맞게 경영권 승계와 소유ㆍ지배구조 등 기업경영의 전모가 국제기준에 맞는 투명성과 도덕성을 회복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무너진 수출대국 한국...새 경제와 문화 패러다임 모색 시급"

수출대국으로 성장해온 한국의 경제 위기 역시 더욱 커지고 있다. 세계무역기구(WTO)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지난해 수출액은 4955억 달러로 전년보다 5.9% 줄었다. 재작년 8% 줄어든 수치다. 지난해 세계 수출 순위도 세계 주요 71개국 중 8위로 전년도 6위에서 2단계 더 추락했다. 수출이 2년 연속 감소한 것은 1956년 통계 작성 이래 58년 만에 처음이다.

한국경제는 저성장과 보호무역주의 부상에 따른 세계무역의 부진 등 내부 외부변수와 함께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의 구속과 특검의 대기업들의 정경유착과 하청기업에 대한 갑을관계 등 내부변수까지 위기 상황이 심화되고 있다. 세계 경제는 미국 트럼프발 보호무역주의와 미중관계의 악화 등으로 불확실성의 시대에 접어들었고, 심화되는 무역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고도의 전략적 접근이 필요한 상황이다. 역대 정부는 고환율 고수, 저리의 자금 지원 등 대기업 중심의 수출 지원책에 치중하면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불균형 성장을 초래했지만, 이제는 대기업 중심에서 벗어나 중소기업과 대기업이 상생하고 선의의 경쟁을 펼치는 경제구조로 과감하게 전환해야 할 것이다. 수출 역시 신성장 동력을 확보해 수출품목의 다변화를 추진하고, 과감한 규제 혁파 등의 환경개선과 함께 무역 환경 변화에 대비한 통상조직 등의 재정비도 시급한 과제가 될 것이다.

그 근원에는 천편일률적인 정경유착과 황제경영에 의존하는 전근대적인 경제 철학과 가치가 암덩이처럼 도사리고 있다. 이제는 경제 분야도 창의력이 넘치고, 이윤만 추구하는 과거형 경제체제를 벗어나야 할 것이다. 세상의 이치와 철학을 탐구하는 인문학에 천착함으로써 새로운 비전과 가치를 창출하는 한편 경제개혁을 위한 중장기적 로드맵과 지원프로그램을 본격화해야 할 것이다. 경제 부처와 기업, 개인이 함께 창의력과 인문학적 상상력을 기를 다양한 독서모임과 토론회 등을 통해 새로운 한국경제의 중흥 시대를 모색해야 할 것이다. 거세지는 경쟁의 파고 속에서 한국 고유의 문화와 가치, 철학을 실천하려는 노력이 시급한 때다.

 

저작권자 © 한국독서교육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