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과 글은 신이 인간에게 준 최고의 선물이다.”

연애로부터 배우는 사랑의 언어

 

▲국민독서문화진흥회 이사   김현수

한 남자로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도파민 과다분비 증상’을 보이는 때가 종종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경우가 연애할 때다. 여자친구 가방을 절대 들어줄 것 같지 않던 남자가 살포시 그녀의 가방을 들어주며 나사가 풀린 사람마냥 헤벌레 웃곤 한다. 어디 그 뿐이랴? 온갖 기념일을 챙기고 평소에 부모님께 하지도 않던 애교 섞인 말투로 날을 새가며 여친과 사랑의 작두를 타곤 한다. 급기야는 개판인 글씨체 때문에 평생에 한 번도 쓰지 않던 연애편지를 손에 힘을 줘가며 한 땀 한 땀 쓰는 사태까지 벌어진다. 부모가 보면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지만 말이다. 게다가 여친의 답장을 받는 순간 하루에도 수십 번씩 읽으며 가슴 판에 새기는 기이한 행동을 하게 된다.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이 현상 속에는 사랑이라는 보이지 않는 에너지가 흐른다. 젊을 때 경험한 찐한 사랑은 몸과 마음에 새겨지고 말과 글로 표현되기 마련이다. 사랑하면 시인이 된다는 말처럼 사랑은 그 사람을 다른 사람으로 만드는 재주가 있다.

사랑의 결실, 나를 닮은 자녀

 하늘의 별도 달도 따 줄 것 같던 남자는 결혼 후 3~6개월 만에 ‘도파민 분비 정상’ 상태로 돌아가버린다.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사랑의 콩깍지가 씌워질 때 몸으로 했던 사랑이 결실을 맺게 된다. 자녀의 임신이다. 자녀의 임신은 기쁜 일이기도 하지만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던 원래 모습으로 돌아간 남자에겐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물론 아내도 예전 같지 않은 남편을 보며 ‘내가 이러려고 결혼했나’싶은 자괴감을 느낄 수도 있다. 이 와중에 임신 5개월이 지나면 태아는 내이가 형성되고 세상의 모든 소리를 들을 수 있게 된다. 태아 교육이 중요하다고 하는 이유는 태아가 주로 청력으로 모든 세상을 이해할 시기이기 때문이다. 결국 말이라는 음성주파수가 양수를 거쳐 태아의 귀까지 전해지는 것이다. 특히 물 속에 있을 때 소리가 크게 들리듯이 양수 안에 있는 태아도 소리에 민감해지게 된다. 이때 아빠의 중.저음 목소리가 양수를 타고 전해지면 태아는 엄마의 목소리보다 더 안정감을 느낀다고 한다. 중요한 시기에 아빠의 목소리를 들려주지 않는다면 남자는 그 대가를 혹독하게 치르게 된다. 자신을 닮은 자녀를 곧 보게 되는 처참한 일을 당하게 된다. 자녀가 자신이 하고 있는 모든 행동이나 습관을 갖고 있다고 상상해보라. 끔찍하다 못해 경기(驚氣)가 일어날 수도 있다. (이미 그런 경험을 하신 분들도 많을 거라 생각한다.)

태아에게 태교는 마음의 울림을 찾는 네비게이션

 자신의 과거를 바꿀 수 있는 기회를 놓친 예비 아빠들은 자녀라도 자신과 다른 삶을 살 수 있도록 필자의 말을 잘 경청하길 바란다. 이미 자신의 행동을 하고 있는 자녀를 둔 아빠들도 아직 절망하기에는 이르다. [독서에도 결정적 시기가 있다]는 소제목을 읽다 보면 다시 희망이 생길지도 모른다. 아빠의 목소리에 물든 사랑의 주파수가 독서라는 다양한 소재를 통해 전달되는 과정에서 ‘사랑으로 세상을 보는 마음의 눈’을 기르게 된다.

 그 아이가 세상에 나와 집안을 샅샅이 뒤지면서 호기심을 충족시킬 때 신기하게도 자신이 자주 들었던 이야기 책을 찾아내서 읽어달라고 하는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자신의 호기심을 자극했던 그 근원을 찾아가는 첫 시도인 셈이다. 독서가 아니더라도 자주 들었던 음악이든 뭐든 엄마 배 속에서 자주 들었던 그 소리와 정보의 정체를 찾아내는 것은 그 아이가 자신의 울림을 찾아내는 연습이다. 부모의 목소리, 특히 아빠의 음성은 아이가 마음의 울림을 찾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원천임을 잊지 말자.

 

 

 

 

저작권자 © 한국독서교육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