앉은뱅이 용쓴다는 말이 있다. 고교학점제는 선결과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실효성이 없다.

‘고교학점제’를 도입하려면 우선 대입제도와 고교 내신평가제도부터 개선해야 한다고 교육 전문가들이 답했다. 고교학점제는 대학처럼 학생들이 각자 진로와 적성에 따라 원하는 과목을 골라 듣고 학점을 채우면 졸업하는 방식이다. 교육부는 2025년부터 모든 고등학교에 전면 도입할 계획이다.

17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학점제 도입을 위한 고등학교 교육과정 재구조화 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5, 6월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35.6%는 고교학점제 시행에 앞서 가장 먼저 대입제도부터 바꿔야 한다고 답했다. 현 입시제도는 모든 학생이 같은 교육을 받는다는 전제하에 설계돼 있기 때문이다. 이 설문조사에는 고교 교사와 장학사, 연구사, 대학교수 등 1만552명이 참여했다.

이어 고교학점제 시행의 선결조건으로 ‘고교 내신평가제도 개편’(20.9%)이 꼽혔다. 현재 고교 내신은 완전한 성취평가제(절대평가)가 아니라 석차가 함께 병기되고 있어 선택 과목 간 유불리가 발생할 수 있다. 특히 수강생이 적은 과목은 상대평가 시 불리할 수밖에 없다. 

고교학점제 시행에 앞서 필요한 사항으로 ‘과목 이수 기준 및 미이수자 대책 마련’(18.5%)과 ‘시설 및 인프라 구축’(18.3%)이 뒤를 이었다. 모든 학생이 충분한 과목 선택권과 양질의 수업을 보장받을 수 있을지 사전에 충분히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중장기적으로 선택 과목을 어떻게 개선해야 할지에 대한 질문에는 80.7%가 교과별로 기초 과목을 포함해 수준별 과목 개발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이수학점 기준에 미달한 학생 대책으로는 보충학습과 별도 과제, 해당 과목만 재이수, 학기 또는 학년 전체 유급 등이 대안으로 제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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