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철교 아래 무용지물로 비어있던 대형창고가 서울시민들의 문화공간으로 탈바꿈 했다. 서울시가 비어있던 신천유수지 내 옛 암웨이 창고를 리모델링해 1,465㎡ 규모의 초대형 헌책방을 개관했다.

 

전국에서 처음으로 문을 연 공공헌책방 ‘서울책보고’는 27일 개관식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운영을 시작한다. 개관식에는 박원순 시장, 참여 헌책방 대표 및 독립서점 대표, 책 기증자인 한상진 서울대 명예교수, 심영희 한양대 석좌교수 부부 등 100여명이 참석했다.

 

◆ 청계천 책방 거리의 25개 헌책방과 함께 시작하는 ‘서울책보고’

 

‘서울책보고’는 단순한 헌책방이 아니다. 시대가 변화함에 따라 대형서점과 온라인 중고서점에서 밀려난 영세한 헌책방들과 연대해 일궈낸 공간이다. 오랜 시간 묵묵하게 헌책의 가치를 알고 지켜온 이들의 손을 잡아 ‘서울책보고’는 기존 헌책방과 독자를 연결하는 ‘헌책방 홍보·구매 플랫폼’의 역할을 한다. 살아있는 생활유산과도 같은 헌책방을 보존하면서 여러 헌책방의 소장도서를 시민들에게 한 곳에서 선보인다.

 

헌책방의 시간을 모두 담고 있는 청계천 헌책방 거리의 동아서점, 동신서림 등 25개 헌책방이 ‘서울책보고’에 참여했다. 이들이 보유한 헌 책 12만 여권이 새 주인을 기다린다. 수십 년의 헌책방 운영 노하우를 그대로 닮기 위해 서가는 25개 헌책방 별로 꾸며졌다. 향후 참여 희망 헌책방 유무에 따라 헌책방 수와 보유도서는 달라질 예정이다. 이 곳에 위탁 판매될 헌책 종류와 가격은 모두 헌책방 운영자의 의견이 최대한 반영돼 확정됐다.

▲ '서울책보고' 전경/ 출처: 서울시


◆ 쉽게 접하기 어려웠던 독립출판물, 명사들의 서적도 만날 수 있어

 

‘서울책보고’는 서울 유일의 독립출판물 도서관으로도 운영된다. 기존에 도서관에서 보기 힘들었던 독립출판물 열람공간이 마련돼 있다. 이 열람공간에서는 이미 절판된 도서부터 최신 도서까지 총 2,130여 권이 비치됐다.

 

대형 출판사가 아닌 개인이나 소수가 기획부터 판매까지 직접 하는 독립출판물 특성상 재발행은 드문 일이다. 기존 도서관에서 접하기 어려운 다양한 책을 한 곳에서 만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있다. 서울시는 독립서점들과 협업해 매년 400여 권의 책을 추가로 구입, 지속적으로 규모를 확장하겠다는 계획이다.

 

명사들의 기증도서 공간도 마련돼 있다. 한상진 서울대 명예교수와 심영희 한양대 석좌교수 부부가 서울도서관에 기증한 10,600여 권의 도서를 만날 수 있다. 이 기증도서들은 여성학, 사회문제, 범죄학 등에 관한 전문 도서이다. 책 한 권 한 권마다 두 학자의 열정이 남은 메모들과 자신들의 지식을 시민과 공유하고 사회에 돌려주고자 하는 마음을 볼 수 있다.

 

박원순 시장은 “‘서울책보고’는 기존 헌책방들과 함께 오래된 책에 새로운 가치를 입히는 ‘책’이 보물이 되는 복합문화공간”이라며 “헌책부터 기존 도서관에서는 접하기 어려운 독립출판물까지 다양한 책을 향유하는 국내 어디에도 없던 새로운 공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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