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개인 종합소득세만 110억 원을 내 한해 국내 개인소득세 1위를 기록했던 성신제 HS컨설팅 컴퍼니 대표(71). 한국 외식계에 ‘피자’라는 새로운 메뉴를 알리고 업계를 흔들었다. 하지만 그의 시간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잘 나가던 피자프랜차이즈 사업이 무너지고 이후로도 여러 번 실패를 겪었다. 성신제 대표는 지금 강남구 주택가에 위치한 작은 마카롱 공방에서 새로운 일상을 보내고 있다. 그리고 최근게 그는 여태까지 꾸준하게 해오던 ‘사업’과는 다른 일을 시작했다. 책을 쓰고, 젊은이들과 눈을 맞추며 자신의 이야기를 전하는 일이다.

▲ 마카롱 공방에서의 성신제 대표

◆ 삶의 마지막 순간에서 떠오른 결심

 

피자헛을 국내에 처음 들여왔지만, 글로벌 프랜차이즈 경영권을 미국 본사에 넘겨줬던 그다. 재기를 노리며 시작한 성신제피자 역시 결국 실패였다. 더 큰 시련은 없을 줄로만 알았는데. 지난해에도 큰 시련을 맞이했다. 바로 죽을 고비였다. 갑작스레 삶의 벼랑 끝을 마주했다.

 

그는 지난해 여름, 집에서 넘어져 뇌에 피가 차올라 뇌수술을 해야만 하는 상황을 겪었다고 회고했다. 산부인과 빼고 모든 병원을 다 가봤을 정도라는 그는 이미 두 번의 대수술을 겪은 몸이었다. 병상에 가만히 누워있는 그의 곁으로 몇 명의 의사가 다녀갔고, 그들은 차트를 뒤적일수록 곤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수술을 위해서는 전신마취가 필요한데 과연 그의 몸이 버틸 수 있겠냐는 것이었다. 의사는 나직하게 성신제 대표에게 말했다. ‘전신마취를 한다면 다시 못 일어날 수도 있습니다.’라고.

 

다행히 전신마취를 하지 않고도 수술이 진행될 수 있었고, 그는 다시 일어나 세상을 마주할 수 있었다. 우여곡절 속에서 다시 눈을 뜬 그 순간 그의 머릿속엔 하나의 생각이 가득 찼다.

 

“지금 이 시점에 내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일까, 라는 물음이 떠올랐습니다. 이미 70을 넘은 나이인데 여기서 더 사업을 확장하는 것이 맞는 걸까, 아니면 다른 일이 있는 것일까, 하고 말이죠.”

 

성신제 대표가 자신의 실패 경험담을 전하면서 강남구에 위치한 그의 마카롱 공방에는 드문드문 젊은이들이 찾아왔다. 대게 실패하고 삶에 절망해서 힘을 잃은 청년들이었다. 그들은 항상 그에게 물었다. 다들 좋아하고 잘하는 일을 하라는데, 도대체 그건 어떻게 찾아야 하는 것이냐고. 사실 성신제 대표 역시 이 물음에 쉽게 답할 수 없었다.

 

“70년을 넘게 살아온 저도 확실한 답은 찾지 못했습니다. 다른 이가 볼 때엔 제가 답을 찾은 듯 하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지 않습니다.”

 

그는 절망한 젊은이들에게 해줄 수 있는 조언이 명확하지 않음에 아쉬움을 느꼈다. 그래서 그는 더욱 자신의 경험을 들려주고, 겪어온 시간들의 순간순간을 얘기했다. 하지만 오히려 젊은이들은 그런 이야기에 힘을 얻고 앞으로 나아갔다.

 

“저에게 무턱대고 찾아온 여대생이 있었습니다. 커피 한 잔을 내주고 이런 저런 얘기를 했는데 표정이 조금 나아지더군요. 이후에 SNS로 소식을 주고받았는데 훨씬 나은 얼굴로 학교에 복학도 하고 취직준비도 하고 있더군요.”

 

그는 마취에서 깨어난 그때에 자신을 찾아왔던 많은 젊은이들의 얼굴과 그들과 나눴던 대화를 떠올렸다. 그것이 그가 해야만 하는 일이었다.

 

“병상에 누워서 결심했습니다. 앞으로는 내가 겪어온 이 이야기를 젊은이들과 나누며, 제가 희망을 얻을 수 있었던 ‘읽고, 쓰고, 걷는’ 행위에 대해서 알리고자 결심했습니다. 지금 텀블벅에서 진행하고 있는 ‘괜찮아요’ 프로젝트가 그 시작입니다.”

 

◆ 읽고, 쓰고, 걷고... 희망을 얻을 수 있는 일상의 작은 실천

 

성 대표는 지금까지 4권의 책을 출간했다. 대게 그가 가지고 있었던 경영 노하우나 창업지식을 공유하는 서적이었다. 그는 텀블벅 출간을 기획하면서 지난날에 집필했던 책들을 되돌아봤다고 말했다.

 

“4권의 책에서 저는 제 눈높이에서만 말을 했습니다. 나의 글을 읽는 이들과 눈높이를 맞추지 않았죠. 내가 가진 노하우를 전하겠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조금 덜 젊은이가 조금 더 젊은이에게 하는 말을 전해야겠다고 생각한 이후로 성대표가 가장 먼저 결심한 것은 나를 낮춰 시선을 마주해야겠다는 것이었다. 진정한 소통의 시작이었다.

 

새로운 책에서 그는 모든 것을 내려놓고 편안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풀었다. 이런 일이 있었고, 저런 일이 있었다, 라면서 성대표의 학창시절과 일상을 부드럽게 녹였다. 무엇을 전하고 싶은 마음이라기 보단 같이 앉아 가볍게 얘기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그러면서 그는 자신이 일어설 수 있었던 힘을 전하고, 다음 세대를 위한 작은 씨앗을 준비했다.

 

► 기성세대로써 마땅히 해야 할 일

 

“우리나라는 굉장히 급속하게 성장한 나라입니다. 6.25 동란 이후에는 우리나라는 너무 힘든 상황에 놓였습니다. 그래서 모든 국민이 앞만 바라보고 달렸습니다.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 어깨를 더 내밀고 달렸고, 다른 이를 밀치며 그 이가 넘어 뒤쳐져도 돌보지 않았죠. 그게 계속 반복되다보니 어느새 이 사회는 양극화가 심해지고, 뒤쳐진 이들에겐 실패자라는 딱지가 붙기 시작하더라고요. 저도 그렇게 앞만 보고 달리는 사람이었습니다.”

 

0.1%나 0.5%만 살아남고 승리하는 시대이다. 나머지 99.9%의 뒤처진 이들이 훨씬 많음에도 그들에겐 아주 기분 나쁜 실패자란 딱지가 붙었다. 성신제 대표는 더 이상 이 굴레를 지속해선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기성세대와는 전혀 다른 사고방식을 가진 다음세대를 만들어야겠다’ 그게 이 나라의 혜택을 받은 기성세대로써의 할 일이라고 느꼈다.

 

성신제 대표는 다음 세대를 위해 준비할 것은 새로운 교육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우리나라 교육시스템은 그렇지 못했다. 몇 년에 한 번 교육부 장관이 바뀔 때마다 아이들의 교육 근간은 흔들리고, 방황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흔들리지 않는 교육 방식을 만들어야겠다고 다짐했다.

▲ 공방 한켠에 마련된 책상에서 읽고, 쓰는 성신제 대표

 

► 읽고, 쓰고, 걷자

 

“읽고, 쓰고, 걷는 아이들은 기성세대가 만든 시스템에 흔들리지 않을 겁니다. 뇌가 굳지 않고 자유롭게 생각할 수 있는 아이들일테니까요.”

 

그가 말하는 읽고, 쓰고, 걷기는 거창한 것이 아니다. 아무거나 읽고 싶은 것이라면 읽고, 쓰는 것도 짤막한 한 줄, 메모만이라도 남기면 되는 것이다. ‘쓰기’란 행위는 나의 생각을 기록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이다. 나중에 다시 그 것을 봤을 때 우리는 당시의 내 생각을 마주 할 수 있다. 걷기 역시 일상 속의 걷기이다.

 

“최근에 걷기에 관련한 책을 몇 개 봤어요. 사람들이 걷기 위해서 하와이에 가고, 스페인 순례자의 길에 가더군요. 제가 생각하는 걷기는 그런 것이 아닙니다. 그냥 집 앞 공터나 공원을 생각날 때마다 걷는 것이지요.”

 

성 대표는 건강상의 이유로 걷기 시작했었다고 말했다. 그런데 걷다보니 많은 것이 달라졌다고 한다. 풀리지 않을 것 같던 답답한 문제의 답을 얻고, 예상치 않은 해결책을 얻었다. 단순히 걸었을 뿐인데도 말이다. 그는 자신의 이런 시간들을 젊은이들과 공유하고 싶다고 말했다.

 

“사실 제가 실패의 아이콘이 되고나서는 어떤 이들은 제 말을 귀담아 듣지 않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저는 이 이야기를 꼭 전하고 싶다고 느꼈어요. ‘읽고, 쓰고, 걷자’. 절망한 젊은이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고, 우리나라의 다음세대가 좀 더 달라지길 바라는 마음에서 입니다.”

 

성신제 대표는 텀블벅 펀딩 이후에 젊은 이들과의 대화를 더욱 늘려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언제 어느 곳이든 자신을 부르면 달려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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