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초기에 김시습(金時習)이 지은 한문 단편소설집 '금오신화' 우리나라 최초의 고소설로 문학사적으로 아주 중요한 작품인 설중환 교수와 함께 읽는 금오신화

▲ 김시습 (지은이)/설중환 (엮은이)/서연비람

금오신화에는 「만복사저포기」, 「이생규장전」, 「취유부벽정기」, 「남염부주지」, 「용궁부연록」 이렇게 다섯 편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 각 작품에는 김시습 개인 문제뿐 아니라 인간이면 누구나 피해갈 수 없는 허무나 욕망의 문제가 상징적으로 담겨 있다.

「만복사저포기」의 남자 주인공 양생은 고아로 홀로 살면서, 외로움에 한이 맺힌 인물이다. 그는 짝을 찾아 그 외로움의 한을 풀려고 한다. 마찬가지로 양생의 짝인 여자 주인공도 왜구의 난에 혼례도 해보지 못하고 처녀로 죽어 남자에 대해 한이 맺힌 인물이다. 이들이 부처님의 도움으로 만나 상대의 한을 풀어 주면서 동시에 자신의 한도 푼다.

「이생규장전」의 주인공 이생은 소극적이고, 절개와 의리를 잘 지키지 못하는 나약한 청년이다. 우연히 담 안에 있는 최씨 처녀를 만난다. 그녀는 이생과 달리 적극적이고, 절개와 의리를 중시하는 여인이다. 양생은 ‘있는 나’이다. 그러니 보통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있는 나에 만족하지 못하고, 있어야 할 나를 찾고 싶었을 것이다. 대개의 사람처럼 그도 자기에게 부족한 것을 채우고자 했을 것이다. 그녀는 바로 이생이 바라던 ‘있어야 할 나’의 이상적인 모습이었던 것이다.

「취유부벽정기」는 죽고 사는 문제에 대한 작가의 사생관(死生觀)이 잘 드러난다. 즉 인생 허무를 느끼고 있던 매월당이 인생의 허무를 이기고 초월의 세계로 나아가고자 하는 욕구를 표현한 작품이다. 즉 ‘현실의 그’로 비유된 홍생이 인생의 허무를 느끼다가 신선인 여인
으로 인하여 초월의 세계를 알게 되고, 드디어 영원히 그 세계로 나아간다. 물론 여인은 매월당이 무의식적으로 원하던 그 자신의 모습이다. 즉 그가 허무감에서 벗어나, 여인처럼 영원히 죽지 않는 세계에 살고 싶었던 무의식적 생각이 작품으로 반영된 것이다. 이는 인간이면 누구나 꿀 수 있는 꿈이기도 하다. 매월당은 이 작품으로 하여 자신의 허무감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을 모색하였던 것이다. 

「남염부주지」는 작가의 종교관과 세계관이 잘 드러나 있다. 즉 승복을 걸친 유학자 매월당의 종교관과 그에 따른 벼슬에 대한 정치적 욕망이 주인공 박생을 통하여 잘 나타나고 있다. 이는 개인의 문제이면서 동시에 사회적 문제이기도 하다. 종교가 개인적 문제인가, 사회적 문제인가는 문제를 위한 문제라는 말과 같이, 개인의 종교관과 사회관은 실로 하나라고 해야 할 것이다.
주인공 박생은 자신이 몸담고 있는 세상을 어둡고 불건전한 세상이라고 보았다. 즉 불공정하고 불평등한 사회이면서, 동시에 불교, 무격, 귀신 등의 설이 난무하는 시대라는 것이다. 그는 그런 세상을 밝고 건전한 세상으로 바꾸려고 한다. 즉 공정하고 평등하며, 동시에 타락한 불교가 아닌 유학의 올바른 도로 다스려지는 세상으로 바꾸려는 생각을 이야기한다. 그렇게 해야만 자신도 과거에 급제하여, 세상에 자신의 뜻을 펼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이야기는 매월당으로 대변되는 박생으로 하여금 새로운 세상을 만들려고 하는 이야기라 할 수 있다.

「용궁부연록」은 좋은 세상에서 자신을 인정받고, 또 자신의 욕망을 채우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주인공 한생은 이 세상에서 문사로 이름만 났을 뿐 아직 왕으로부터 자신의 재주를 인정받는 ‘지기지은(知己之恩)’의 은혜를 입지 못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꿈속에서 용궁 잔치에 초대받아 거기에서 용왕에게 지기지은의 은혜를 받고, 이어 그의 욕망을 하나하나 이루는 것으로 사건이 이루어져 있다. 즉 왕에게 문사로 대접받고 또한 풍류에의 욕망도 한껏 채우게 되는 것이다. 매월당뿐만 아니라 인간이라면 누구나 모두 이런 욕망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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