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날에 읽었던 문장과 생각을 엮은 산문집 ‘청춘 문장들’로 자신의 내면을 보여줬던 소설가 김연수가 40대 중년을 거치면서 써 온 글들을 묶어 산문집 ‘시절 일기’를 출간했다.

 

2003년부터 2017년까지 이어진 그의 기록은 작가 자신의 일기면서 시대를 읽어낸 글들이다. 세월호 참사, 문화계 블랙리스트, 촛불시위 등 한국 사회를 흔들었던 사건들을 언급하며 시대를 관통해 온 소설과 개인에 대한 질문과 우리사회가 지나와야 했던 사유가 담겨있다.

 

“나는 도대체 왜 이다지도 나쁜 세계가 존재하는 것인가,는 의문 속에서 지난 몇 년간을 살았다고 말해도 그다지 틀린 말은 아니다. (…) 그러다가 작년에 수학여행을 떠난 고교생 300여 명이 다시는 돌아오지 못하는 비극적인 사건이 벌어지면서 나의 절망은 깊어질 대로 깊어졌다.”
 

 

책은 시간 순서에 상관없이 5개의 테마로 묶여있다. 특히 2부에는 세월호 참사 당시의 글들로 구성돼 있다. 참사 한 달여 뒤, 1주년, 2주년을 맞아서 쓴 글들을 담아냈다. 3주년을 앞두고 세월호 인양에 즈음해 쓴 글 또한 포함 돼 있다.

 

김연수는 “소설가는 기승전결로 세상을 바라보는데, 세월호 사건은 논리를 한참 건너뛰는 어처구니없는 비극이었다”며 “가슴이 안 뛴다고나 할까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희망이 무너지자 오래 무기력했습니다. 당시에 쓴 글도 못 봐줄 만큼 어둡겠거니 했는데 의외로 그렇지 않았더군요. 한 줄기 빛이나마 찾으려고 노력한 덕분인 것 같습니다”라고 당시의 시선을 회고했다.

 

김 작가는 수많은 사건들이 많았던 2010년대를 지나오며, 소설을 쓸 수 없어 산문만을 써야 했던 시간들과 그 속에서 발견한 일기의 중요성들을 ‘시절 일기’를 통해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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