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가 김종석 씨(34)는 최근 자신이 그린 만화가 불법복제로 인터넷 공유 사이트에 떠도는 것을 확인했다. 김 씨는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정식 만화사이트에서 연재하고 있는 작품이었는데, 거의 실시간으로 유출되는 실정”이라고 하소연했다.

  해당 정식 만화사이트 측에선 저작권 침해를 이유로 관련 기관인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이에 대한 단속을 해줄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해당 서버가 해외에 있기 때문에 단속이 어렵다는 반응이었다.

  지난달 정부가 대규모 불법복제물 사이트에 대한 폐쇄 조치를 내렸으나, 여전히 비슷한 사이트가 만들어져 무분별하게 콘텐츠 복사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16일 확인됐다. 그럼에도 접속차단 등의 즉각적인 조치가 쉽지 않다는 게 정부의 반응이다.

   
▲ 최근 불법 콘텐츠 복제로 단속 대상이 된 온라인 불법웹툰 사이트 밤토끼 로고/출처 온라인 커뮤니티

● “접속차단 권한 두고 권한 다툼 소지”

  현행 불법복제물 접속 차단 절차는 방심위에 민원 접수르 한 다음, 불법성 심의 등을 거쳐 문화체육관광부에 차단 요청을 하는 형태로 이뤄진다. 대상 협의와 소명자료 제출 등의 과정은 약 2주 정도 소요되고, 여기서 차단 심의 판단을 내리더라도 실제 행정조치까진 1~2주의 기간이 걸린다. 실제 불법복제물이 유통되더라도 이를 차단하기까지 길게는 한 달 걸리는 절차다.

  해외에 서버를 둔 복제물의 경우엔 이와 같은 절차가 더 길어질 수도 있다. 이와 같은 접속차단 절차를 비웃듯 불법 복제 사이트들은 폐쇄 조치가 이뤄지자마자 비슷한 사이트를 여는 방식으로 운영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정부가 대규모 불법복제물 사이트로 일컬어지던 마루마루와 밤토끼 등을 폐쇄하자마자 비슷한 불법복제물 사이트가 나와 논란이 일기도 했다.

  온라인 콘텐츠는 복제가 쉽게 이뤄지는만큼, 새로운 불법 사이트도 하루가 멀다시피 나오는 실정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불법성이 명확한 경우 즉각적인 차단 조치를 내릴 수 있도록 심의를 간소화하고 관련 단속 및 이행 기관을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는 게 웹콘텐츠 업계의 주장이다.

  이에 따라 콘텐츠 업계와 관계 부처, 국회가 저작권보호심의위원회에 접속차단 권한을 주는 방향으로 관련 법 개정안을 논의에 들어갔다. 다만 차단 권한을 나눌지, 아니면 불법 여부 판단만 맡길지 등을 놓고 이견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방심위 측은 불법 여부 판단을 저작권보호원 등 다양한 기관에서 나누는 게 좋겠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해 한 웹툰 업체 관계자는 “방심위가 불법성 판단은 외부에 맡기되, 접속차단 권한 자체는 놓지 않으려고 한다는 이야기가 많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기관간의 알력으로 비춰질 수 있는 지점이다. 국회 정치권에서 저작권보호심의위원회에 직접적인 차단 권한을 부여할지 여부를 놓고도 고심하는 것도 이점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 “사실상 손 놓고 있어” 콘텐츠 업계선 불만

  불법 사이트에 대한 처벌 규정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진다. 현행 불법 복제물의 경우, 접속 차단 외엔 다른 처벌이 이뤄지지 않고 있어서 무분별한 복제가 이뤄진다는 게 웹툰 업체의 불만이다.

  지난달 31일 충남 천안에 위치한 충남콘텐츠코리아랩에서 도종환 문체부 장관 주재로 열린 ‘콘텐츠산업 청년 창작자 간담회’에선 웹툰 업계 종사자들이 불법복제 이슈와 단속 미흡을 집중적으로 문제로 지적했다. 권리자가 불법 복제된 콘텐츠가 유통되는 상황을 직접 찾고 증명하는 문제 등도 개선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자리에서도 정부는 단속을 강화하고, 미흡한 점에 대해선 보완책을 찾겠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달리 뾰족수를 찾기 어렵다는 반응이기도 한 셈이다.

  콘텐츠 불법복제가 만연하면서 피해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2017년 기준으로 웹툰 불법복제 등으로 인한 웹툰 시장의 피해 규모는 약 1조 원에 이른다. 출판에서 온라인으로 유통문화가 변화하는 다른 콘텐츠 업계서도 웹툰의 피해상황을 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한국만화출판협회 관계자는 “콘텐츠 시장이 불법 사이트 때문에 얼어붇을까 걱정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며 “한국 콘텐츠 산업 발전을 위해서라도, 정부 부처 차원에서 상시 감시 및 단속 체계를 갖추고 필요할 경우 즉시 차단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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