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에 사는 권모 씨(32)는 직장으로 출퇴근을 하는 동안 전자책(e-book) 단말기를 이용해 틈나는 대로 책을 읽는다. 그가 요즘 읽고 있는 책은 스탕달의 ‘적과 흑’. 전자책 업체에서 대여 방식으로 제공하는 콘텐츠다. 그는 “보관과 휴대가 간편하기 때문에 전자책 단말기를 이용하고 있다”며 “언제, 어디에나 들고 다니기 쉽다보니 책 콘텐츠에 대한 접근성 자체가 좋아진 것 같다”고 전자책의 장점을 설명했다.

전자책 단말기엔 여러 종류의 콘텐츠를 담아 보관할 수 있어 특정 책에 싫증이 나면 다른 책으로 손쉽게 옮겨갈 수 있는 것도 장점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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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서량 감소에도 전자책 독서 늘어…오디오북도 각광

매년 종이책을 읽는 독서 인구는 줄어드는 반면, 전자책을 비롯한 다양한 매체의 국민 사용 빈도수는 점점 늘어나고 있다. 평균적인 독서량의 감소 추세를 역행하고 있는 것. 다양한 전자기기를 통해 지식을 습득하는 것으로 트렌드가 바뀌어가고 있다.

정부가 지난해 발표한 국민독서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자책 독서율은 성인 14.1%, 학생 29.8%로 2015년과 비교해 각각 3.9%포인트, 2.7%포인트 증가했다. 스마트폰 등 전자기기가 일상화되면서 이를 통해서 독서생활을 즐기는 것으로 해석된다.

웹소설 등 온라인 콘텐츠의 대중적 확산도 전자책 인기 상승의 원동력이다. 게다가 최근엔 상당수 고전 등도 전자책 콘텐츠로 속속 공개되면서 전자책 콘텐츠 영역 자체가 넓어지고 있다. 이로 인해 정책당국자들 또한 전자책 콘텐츠의 확산 추세에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또한 최근에는 책을 음성을 통해 읽어주는 ‘오디오북’이 각광받고 있다. 활자를 읽는 부담을 덜어주고 장시간 컴퓨터 앞에 있는 현대인들이 ‘쉬고 싶은 뇌’를 청각적 자극을 주고자 하기 때문이다.

눈과 손을 자유롭게 쓸 수 없는 자투리 시간에도 독서가 가능하게 된 것이다. 최근 오디오북 서비스를 공개한 전자책 업체 ‘밀리의서재’ 관계자는 “배우 이병헌이 읽어주는 독서 콘텐츠에 대한 반응이 높아서 내부적으로도 놀랍다는 반응”이라며 “듣는 책 시대가 열릴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배우 이병헌을 섭외한 밀리의서재처럼 최근 많은 전자 출판사들이 낭독자로 유명 배우를 비롯해 성우, 작가들과 오디어북 협업을 진행 중이다. 책을 낭독하거나 관련 서적에 대해 토크쇼 방식으로 리딩북을 진행하고 있다.

이는 활자를 읽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난 다양한 형식의 독서 방식으로 독자들을 끌어 모으려는 시도다. 출판계에서는 소리 콘텐츠를 활용한 독서경험의 디지털화가 신규 독자 창출로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스마트폰, 전자책을 통해 책에 대한 관심 높이는 게 중요”

한 출판업계 관계자는 “과거의 연구조사 데이터를 보면 오디오북은 관여도가 낮은 읽기 방식이다 보니 책과 친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선호도가 높게 나타났다”며 “미국이 아마존과 오더블 등 대형 업체를 중심으로 전자책과 오디오북 성장을 견인한 것과 마찬가지로 한국 시장 역시 대형 업체들이 유통업에 뛰어들고 인지도가 높아진다면 단기간에 수천억 원 규모로 성장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스마트폰을 놓고 책을 읽는 습관을 들이는 것도 중요하고, 스마트폰으로 독서에 대한 동기 부여를 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스마트폰에 익숙한 세대에 맞춰 e-book 접근성 높이기, SNS 인증샷 캠페인, 독서 앱을 활용해서 책에 더 다양하게 접근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 가야 한다는 취지다.

지난달 13일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열린 ‘책 생태계 비전 포럼’은 ‘읽는 사람, 읽지 않는 사람’을 주제로 독서 여부를 비교 연구하고 국민 독서율을 높이기 위해 해법을 모색하는 자리였다.

발표에 따르면 학생 때는 책에 대한 흥미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으나 성인이 되면서 점차 독서량 그래프가 저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통해 전문가들은 많은 국민들이 독서 시간을 확보할 수 있도록 다양한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이를 위해선 책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고 전자책 등을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는 의견이 나왔다.

이날 포럼에서 발표한 이순영 고려대 국어교육과 교수는 “독자에게는 시간 부족보다 독서에 대한 가치 인식이 부족하거나 독서 습관이 형성되어 있지 않고, 독서가 즐거웠던 적이 없다는 게 더 중요한 장애 요인임을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이날 기조강연에 나선 김수영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원장은 “종이책과 전자책, 오디오북, 웹 콘텐츠의 연계성 강화, 책과 교육 현장, 도서관 현장과의 연결성 강화, 우수 출판콘텐츠에 대한 공공적 신뢰 회복 등을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향후 과제가 될 것이라고 진단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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