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초·중·고교 개학이 미뤄진 것과 관련, 서울시교육청이 지난달 초 배포한 온라인 학습자료가 장애학생들은 사용할 수 없는 형태였던 것으로 파악됐다.

한빛맹학교에 재직 중인 안승준씨는 1일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3월초 개학이 연기되면서 서울시교육청이 학생들의 자기주도적 가정학습을 위해 쓰라며 온라인 사이트인 '디지털교과서 웹뷰어'(웹뷰어)를 안내했다"며 "그런데 웹뷰어에 접속해보니 (시각장애인인) 우리 학교 학생들은 자료에 접근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시각 장애 학생들은 '스크린리더'라는 소프트웨어로 컴퓨터를 사용한다. 스크린리더는 커서를 대면 화면에 있는 활자를 음성으로 읽어주는 소프트웨어다.

안씨는 "이 사이트는 PDF 등 일종의 이미지 형태로 구성된 사이트였다"면서 "이런 사이트는 커서를 가져다 대도 스크린리더가 읽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스크린리더는 hwp(한글 파일), doc(워드 파일) 등 텍스트 형식 문서만 읽을 수 있다.

그는 "저시력 학생들은 화면을 확대하면 어느 정도 볼 수는 있다"면서 "그런데 웹뷰어는 확대해서 볼 수 있게 호환이 돼 있는 형태도 아니었다"고 말했다.

안씨는 교육청에 "특수학교이긴 하지만 우리도 초·중·고 과정이 있고, 공통 교육과정을 따르는데 왜 우리 학생은 볼 수 없느냐"고 문의했다고 한다. 안씨에 따르면 이에 대해 교육청은 얼마 후 "죄송하다"면서 "이번에는 미리 예산을 소진했으니 다음에는 조치를 하겠다"고 답변했다.

안씨는 "새로운 것을 도입하다 보니 장애 학생까지 신경 쓸 수 없었던 점은 이해한다"면서도 "이런 일이 언제까지 반복되어야 하는지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오는 9일로 예정된 온라인 개학에 대해서도 안씨는 "맹학교 학생들은 평시 상황에서도 힘든데, 이렇게 특별한 상황이라면 더 격차가 벌어질 것"이라면서 "교육은 사람의 삶을 결정하는 데 공평하지 않은 상황이 발생하는 문제는 심각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오는 9일부터 중학교와 고등학교 3학년부터 순차적으로 온라인 개학을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교육부는 온라인 개학 계획을 밝히면서 시·청각 장애 학생을 위해 원격수업 자막, 수어, 점자 등을 제공하고 발달장애 학생에게는 다양한 형태의 방문 교육 등을 지원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장애 학생 원격수업이 잘 이뤄질 수 있을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다.

김성연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사무국장은 "시·청각 장애인들은 음성으로 읽어줄 수 있거나 자막, 수어 등이 나오는 수업 자료가 필요하다"면서 "그런데 교육부에서 만드는 자료가 이에 대한 대책을 고려하고 있다는 정보를 확인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장애인 학생들은 온라인 수업을 듣기 위해 화면을 음성으로 읽어주는 스크린리더 소프트웨어나 자막을 수신하는 보조공학기기가 필요하다"면서 "학생들의 집에 이런 기기들이 준비돼 있을 것 같지 않은 데 이에 대한 대책이 마련되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교육부 특수정책과장 관계자는 "보조공학기기 같은 경우 각급 학교나 센터에 부족하지 않게 있다"면서 "학생 개인에게 맞춤형으로 지원 가능할 것이고 부족하면 구매라도 하라고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전국에 있는 시각 장애 학교 12곳이 온라인 수업 계획을 수립하기 위해 협력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특수학교는 장애학생들을 원격 수업으로 어떻게 가르칠지 발 빠르게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특수학교가 아닌 일반 학교에 재학 중인 장애 학생에 대한 대책은 아직 마련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 관계자는 "작년 기준으로 일반 학교에 다니는 시각장애 학생이 712명, 청각장애 학생이 2489명 정도"라면서 "특수학교가 기관 차원에서 준비하고 있는데 반해 이런 학생을 위한 세부 대책은 여전히 준비가 더 필요한 상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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